일루셔니스트 The Illusionist (2006) * * *
감독
닐 버거
Neil Burger
주연
에드워드 노튼....아이젠하임
Edward Norton....Eisenheim
폴 자마티....울 경감
Paul Giamatti....Inspector Uhl
제시카 빌....소피
Jessica Biel....Sophie
루퍼스 슈얼....레오폴드 황태자
Rufus Sewell....Crown Prince Leopold
아론 존슨....어린 아이젠하임
Aaron Johnson....Young Eisenheim
엘레노어 톰린슨....어린 소피
Eleanor Tomlinson....Young Soph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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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디지털 시대에 마술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앞에 놓인
가장 큰 문제점은, 더 이상 사람들이 무대 위의 마술을 경이로운
어떤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신기한 이미지라도
CGI로 만들어낼 수 있고, CGI 자체는 결코 신비스러운 무언가가
아니거든요. 마술에 대한 영화를 만들면서 그 에센스를
끝까지 살리고 싶다면 단순히 무대 위의 트릭을 보여주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스티븐 밀하우저의 단편을 각색한 닐 버거의 [일루져니스트]는 이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요? 일단 영화는 주인공 마술사 아이젠하임에게 약간의 CGI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에드워드 노튼이 열심히 마술을 연습한 건 사실이고 정말로 불가능해 보이는 몇몇 마술들도 사실은 모델이 있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CGI가 없었다면 이런 최종 결과가 나오지는 못했겠죠. 게다가 아이젠하임의 새 마술이 등장하는 중반 이후는 일반적인 무대 마술의 트릭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 단계에서 관객들은 아이젠하임의 정체를 의심하게 되지요. 과연 그가 정말 마술사인가? 아니면 진짜 우리가 모르는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인가? 꽤 교활하죠. 그 순간부터 관객들은 "저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속임수야"라는 생각을 그만두어버리니까요.
영화는 아이젠하임이 어떤 트릭으로 그런 마술을 실현시켰는가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대신 아이젠하임과 관련된 스토리 전체를 하나의 마술로 보고 그 마술을 어떻게 통제하는가에 집중하지요. 물론 트릭 자체는 굉장히 새롭다고 할 수는 없어요. 반대로 장르 독자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거죠. 그러나 그 트릭을 끌어가는 수법은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트릭이 무엇인지 중반에 알아낸 관객들도 여전히 흥미를 가지고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을 정도로 스토리텔링이 유려하고 가끔 가다 트릭 자체를 깜빡 잊어버릴 정도로 분위기가 잘 잡혀 있는 겁니다. 한 마디로 좋은 마술인 거예요.
이 마술의 가장 효과적인 도구는 울 주임 경감이라는 나레이터의 도입일 겁니다. 영화는 울이 레오폴드 황태자에게 아이젠하임 사건을 보고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그 형식이 썩 좋습니다. 울은 아마추어 마술사여서 아이젠하임의 세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고, 사건을 보고하는 경찰이라는 위치 덕택에 자연스럽게 전지적 관점으로 넘어갈 수도 있죠. 적당히 권력에 빌붙을 수 있을 정도로 타락해서 중간 악당 역할을 커버하는 동안에도 주인공과 은근슬쩍 친근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정도로 행동폭이 넓기도 하고요.
세기말의 비엔나라는 배경 역시 그럴싸합니다. 가구장이의 아들인 아이젠하임과 레오폴드 황태자가 한 여자를 놓고 겨루는 삼각관계는 늙은 제국의 썩은 내가 풀풀 풍기는 시대 배경에서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역사적 의미를 얻습니다. 모델이 되었다는 루돌프 황태자와 레오폴드의 이야기가 그렇게 닮은 구석이 없다는 게 걸리긴 하지만 이건 그냥 허구니까요. 실제로 일어난 일보다는 스토리 내의 당위성이 더 중요하죠. 결정적으로 과학과 초자연이 아슬아슬한 조화를 유지하던 당시의 분위기가 트릭에 상당히 중요합니다.
[일루져니스트]는 경제적이고 알찬 영화입니다. 작은 야심을 적은 예산으로 알차게 운영하며 아기자기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끌어낸 작품이죠. 재능이 넘치지만 19세기 말 오스트리아와는 그렇게까지 잘 맞아 보이지 않는 세 배우들에게 예상 외로 그럴싸한 이미지를 부여한 감독의 눈썰미 역시 칭찬받아 마땅하고요. (07/03/08)
DJUNA
기타등등
도대체 누가 Illusionist를 일루셔니스트라고 쓴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