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톰 튀크베어 Tom Tykwer

주연
클라이브 오웬....루이 살린저
Clive Owen....Louis Salinger
나오미 와츠....엘레노어 위트먼
Naomi Watts....Eleanor Whitman
아르민 뮐러-스탈....빌헬름 벡슬러
Armin Mueller-Stahl....Wilhelm Wexler
울리히 톰센....요나스 스카르센
Ulrich Thomsen....Jonas Skarssen

위트먼과 살린저

[인터내셔널]의 악당들은 은행가들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룩셈부르크에 위치한 IBBC라는 은행으로 전세계를 상대로 무기를 팔며 국제분쟁을 유발해 거기서 이익을 취합니다. 자료에 따르면 BCCI라는 은행과 관련된 스캔들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하는데, 영화가 그리는 이야기가 얼마나 사실에 가깝고 보편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없는 말은 아니겠죠. 하여간 이들은 국경 없는 현대 사회에서 자본주의가 극도로 타락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들과 맞서 싸우는 우리의 주인공들은 인터폴 수사관 루이 살린저와 뉴욕 지방검사보 엘리노어 위트먼입니다. 영화는 이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설명하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시작하자마자 그들은 사건 중심에 있습니다. 어쩌다가 그들이 만나서 같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 따위는 보여주지도 않지요. 연애 묘사 따위는 더더욱 관심이 없고요.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IBBC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일을 저지르고 다닙니다. 그들을 막기 위해 살린저는 베를린, 뉴욕, 리용, 밀라노, 이스탄불을 정신없이 오가야 합니다.

전 이런 식의 영화를 좋아합니다. 불필요하게 무게를 심지 않고 군더더기 없이 할 이야기만 빨리 하고 튀는 부류요. 영화는 굉장히 빠르고 날렵해서 보고 있으면 박자에 맞추어 발을 구르고 싶습니다. 몇몇 액션 장면들은 프리뷰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아서 추가된 것이라고 하더군요. 영화가 홍보용으로 내세우는 구겐하임 미술관 총격전도 추가삽입된 내용일까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액션 장면이 없었어도 영화는 충분히 흥분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액션 장면들도 좋아요. 히치콕 영화에 나올 법한 순수한 영화적 아이디어의 구현이지요. 하긴 영화의 병렬식 구조 자체가 히치콕 적이기도 합니다. 그 때문인지 군데군데 주인공들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플롯에 구멍도 보이지만, 이런 종류의 영화가 너무 이치에 맞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인터내셔널]은 단순한 영화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어요.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군더더기를 떨어내야 하니까요. 잔가지를 치고 본론만 다루어도 할 이야기가 여전히 많습니다. 극장용 영화 한 편으로는 한참 모자라죠. 특히 후반에서 영화는 시간이 모자란 티를 팍팍 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살린저의 응수는 이보다 더 길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금 더 나아가도 괜찮았을 걸 그랬어요. 시스템을 부수는 건 어림없지만 그래도 권선징악은 보다 확실하게 할 수 있지요. 지금의 결말은 심심해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이러한 결말은 예상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인터내셔널]은 조금 박쥐같은 영화니까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하지만 그와 동시에 관객들을 만족시키는 액션 영화가 되고 싶어 하기도 한단 말입니다. 이들 중 하나만 버려도 영화는 더 순수해지겠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지요. 제 생각엔 후자 쪽을 강화하는 편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 영화는 거대한 시스템에 홀로 맞서 싸우는 터프 가이의 이야기이니 그 쪽이 더 잘 맞지요. (09/02/18)

DJUNA

기타등등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이 영화를 봤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 나오는 구겐하임 미술관은 세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