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시드니 폴락 Sydney Pollack

주연
니콜 키드먼....실비아 브룸
Nicole Kidman....Silvia Broome
숀 펜....토빈 켈러
Sean Penn....Tobin Keller
캐서린 키너....도트 우즈
Catherine Keener....Dot Woods
제스퍼 크리스텐센....닐스 러드
Jesper Christensen....Nils Lud
이반 아탈....필립
Yvan Attal....Philippe
얼 카메론....주와니
Earl Cameron....Zuwanie
조지 해리스....쿠만-쿠만
George Harris....Kuman-Kuman
마이클 라이터....마커스
Michael Wright....Marcus
클라이드 쿠사츠....리 우
Clyde Kusatsu....Lee Wu
에릭 킨레이사이드....로리 롭
Eric Keenleyside....Rory Robb
휴고 스피어....사이먼 브룸
Hugo Speer....Simon Broome
마즈 좁라니....모
Maz Jobrani....Mo
유수프 게이트우드....더그
Yusuf Gatewood....Doug
커티스 쿡....아진 졸라
Curtiss Cook....Ajene Xola
바이런 유틀리....장 감바
Byron Utley....Jean Gamba

실비아

시드니 폴락의 다소 모호한 경력 속에는 예상 외로 알찬 서스펜스 물들이 숨어 있습니다. [콘돌]이나 [야망의 함정], [야쿠자]와 같은 영화들 말이죠. 폴락은 자기만의 분명한 스타일이 있는 서스펜스물 감독은 아니지만, 그의 영화들은 쓸데없는 아드레날린의 과장된 분출없이도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고, 어른처럼 행동하는 어른들의 은근히 깊이있는 갈등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의 전작들을 기억하는 관객들이라면 별 걱정없이 [인터프리터]를 기다렸을 겁니다. 이 영화의 설정은 70년대에 나왔던 좋은 스파이물의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독인 시드니 폴락은 이런 요소들을 무리없이 통제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그가 만든 영화들이 비교적 실망스러웠다는 건 잊어버립시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콘돌]의 감독이니까요.

영화의 '인터프리터'는 실비아 브룸이라는 UN 통역사입니다. 이 사람이 말려든 상황 자체는 굉장히 장르적입니다. 우연히 UN에서 아프리카에 있는 어떤 나라의 국가 원수를 암살하려는 계획을 엿듣는 것이죠. 하지만 이야기는 그 이후 더 복잡해집니다. 일단 암살당할 예정인 국가원수 주와니는 테러리즘을 핑계로 정적들을 몰살하는 독재자입니다. 그 암살계획을 엿들은 실비아는 주와니에게 가족을 잃은 뒤 그를 증오하는 정적이고요. 엉겁결에 사건을 떠맡은 정부요원인 토빈 켈러는 고민합니다. 과연 실비아가 사실을 말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뭔가 숨기고 있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정말 암살이 일어나기는 하는 걸까요?

영화는 [펠리컨 브리프]식 '고양이와 쥐' 추적전에 빠지는 대신 실비아 브룸이라는 캐릭터와 그 사람이 관련된 정치적 이슈에 집중합니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은 실비아의 감추어진 진실에 대해 조금씩 더 알게 됩니다. 그러는 동안 극단적인 정치적 상황에서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느냐의 토론이 벌어지고요. 짐바브웨를 모델로 한 아프리카의 가상국가를 상대로 한 이야기이지만 꼭 그렇게 좁게 잡을 필요는 없을 겁니다. 테러리즘 소탕을 핑계로 한 국가의 폭력은 훨씬 보편적인 주제니까요.

시드니 폴락의 스타일은 거의 이상적입니다. 마치 적진에 잠입한 스파이처럼,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한 익명성과 프로페셔널리즘을 유지합니다. 니콜 키드먼과 숀 펜도 30년 전의 로버트 레드포드와 페이 더너웨이와 같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자신의 스타 파워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필요 이상의 디테일과 자의식이 없는 절제된 연기를 보여주는 거죠. 덕택에 영화는 불필요한 욕설이나 폭력에 매달리지 않으면서도 차갑고 설득력 있는 사실성을 획득하게 됩니다.

이야기와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조금 더 깊이 있었다면 영화는 정말로 성공했을 겁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인터프리터]는 그 가능성을 완벽하게 활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조용히 죄어드는 서스펜스와 미스터리는 흥미진진하지만 지나치게 말끔하고 단순한 그 해답은 별 재미없습니다. 지금까지 주어진 의문점들을 설명해주지도 않고요. 도덕적으로 완벽한 영화의 결말은 오히려 이야기의 현실성을 떨어뜨립니다. 키드먼이 연기한 창백한 백인 아프리카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 때문에 영화가 조금 위선적이 된다는 것도 지적해야겠군요. 키드먼을 캐스팅하기 전에 코스모폴리탄적인 느낌이 강한 흑인 여성 배우들을 찾아볼 생각은 했던 걸까요?

그러나 노골적으로 드러난 상당히 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인터프리터]의 장점은 쉽게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이 영화는 진중한 어른들의 오락을 선사하는 드문 할리우드 장르물입니다. 그 희소성 때문에 제가 이 영화를 조금 더 높게 평가하는 것일 수도 있겠죠. (05/04/22)

DJUNA

기타등등

시드니 폴락이 토빈의 보스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