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이클 베이 Michael Bay

주연
유안 맥그리거....링컨 6 에코/톰 링컨
Ewan McGregor....Lincoln Six Echo/Tom Lincoln
스칼렛 조한슨....조던 2 델타/사라 조던
Scarlett Johansson....Jordan Two Delta/Sarah Jordan
지몬 한수....알베르 로랑
Djimon Hounsou....Albert Laurent
숀 빈....메릭
Sean Bean....Merrick
스티브 부세미....맥코드
Steve Buscemi....McCord
마이클 클락 덩컨....스탁웨더
Michael Clarke Duncan....Starkweather
이든 필립스....존스 3 에코
Ethan Phillips....Jones Three Echo
브라이언 스티패닉....간두 3 에코
Brian Stepanek....Gandu Three Echo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조던과 링컨

[아일랜드]는 모든 사람들이 하얀 옷을 입고 건강식만 먹으며 엄격하게 컴퓨터에 의해 통제되는 미래 세계에서 시작됩니다. 지구는 오염되었고 그들은 운좋게 살아남은 생존자들이며 안에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추첨되어 지상의 유일한 낙원인 섬에 갈 수 있지요.

주인공 링컨 6 에코는 로건 6와 THX 1138와 같은, 70년대 SF 영화들의 반항아 주인공들을 조금씩 섞어놓은 듯한 인물로 이 시스템에 의문을 표시합니다. 왜 맨날 하얀 옷만 입어야 하는 걸까? 왜 나에겐 베이컨이 주어지지 않는 걸까? 정말 바깥 세상은 오염되어 있는 걸까? 어느 날 건물 안으로 날아든 벌레를 따라 바깥 세상으로 나가려던 그는 그가 사는 건물이 사실은 장기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클론을 생산하는 공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자신 역시 처음부터 성인으로 복제된 클론인 agnate였고요. 물론 섬으로 간다는 건 그들의 장기가 수확된다는 뜻입니다.

물론 여러분은 의문을 제기할 것입니다. 왜 그냥 줄기세포를 이용해 장기를 만드는 대신 귀찮게 성인 클론을 만들어서 교육을 시키고 일거리까지 주는 걸까? 사실 광고에 따르면 이 클론들은 모두 의식없는 식물인간이어야 하거든요. 나중에 이 프로젝트의 고안자이며 악당인 메릭이 설명을 합니다. 의식없는 클론에서 꺼낸 장기는 늘 망가진다나요. 말도 안 되는 설명이지만 영화는 심각하게 그 사실을 믿습니다. 물론 왜 그들이 훨씬 인권이 덜 훼손되는 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는지는 전혀 설명되지 않습니다. 노인네용 클론을 노인네로 만드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고요.

여기서 이 영화의 기본적인 결함이 드러납니다. 뭔가 비판을 하고 싶은데, 그 비판의 대상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마이클 베이는 그가 다루는 주제에 대해 참으로 심각하지만 그 때문에 영화의 드라마는 조금 공허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장르 팬들은 이 설정을 조금 관대하게 봐 줄 수 있습니다. 그만큼이나 이 설정은 익숙하니까요. 몇몇 분들은 [월광천녀]와 설정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이 이야기를 '일본식'이라고 성급하게 규정하시던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이런 설정은 구식 SF에서 화성의 운하처럼 흔합니다. 특히 클로닝이 인기였던 70년대엔 넘쳐날 지경이었지요. 그렇다면 이 모든 건 그냥 구닥다리 장르의 공식을 적당히 따른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마이클 베이가 이 주제에 진지하다고 해도요.

그래도 여전히 이 시스템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메릭은 자신의 회사가 얼마나 분명한 범죄인지 인식하고 있고 그걸 엄격한 비밀에 부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회사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미 회사의 비밀을 알고 있지요. 스티브 부세미가 연기하는 하급직원인 맥코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가 떼돈을 벌기 위해 뉴욕 타임즈에 그 사실을 폭로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 시설은 쉽게 없앨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들통나는 건 시간 문제예요.

하여간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그는 탈출을 결심합니다. 혼자 갈 수는 없어요. 막 섬으로 가는 티켓을 딴 예쁜 조던 2 델타도 데리고 가야지요. 이로서 로건과 제시카팀이 여기서도 완성됩니다. 조던은 제시카보다 실속있는 캐릭터지만 이들의 이끌고 끌려다니는 역학 관계는 [도망자 로건] 때와 특별히 다르지 않습니다. 가끔 변화를 주어도 될텐데... 하는 생각이 할리우드 작가들 머리 속에서는 떠오르지 않는 걸까요?

이들은 세상 밖으로 탈출합니다. 그들이 해변가의 마천루라고 믿었던 곳은 알고 봤더니 아리조나의 지하 건물이었죠. 링컨과 친구 비슷한 사이였던 맥코드의 도움을 받아 그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해결책은? 달아나는 수밖에요. 벌써 외인부대 출신의 알베르 로랑이 이끄는 인간사냥꾼들이 그들을 쫓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링컨의 오리지널이 사는 LA로 갑니다. 사실 이 영화의 LA 장면들은 모두 디트로이트에서 찍었죠. 전체적인 분위기는 LA보다 뉴욕에 가깝고요. 미래의 LA는 지금보다 대중교통시설이 더 잘 되어 있는 모양이더군요. 안심이 됩니다.

마이클 베이가 조금만 더 섬세한 감독이었다면 무척 매력적으로 묘사되었을 드라마가 조금 전부터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도망자 로건] 세상이 유일한 세계라고 믿고 있었던 3,4살 짜리 어른들이 진짜 세계와 마주치는 장면이지요. 특히 조던이 캘빈 클라인 모델인 자신의 오리지널이 나오는 광고를 보는 장면은 매력적입니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뻔뻔스러운 간접광고지만, 자신의 이미지를 수없이 복제시켜 팔아먹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 때문에 더 깊이있는 장면일 수 있지 않겠어요?

하지만 생각은 그만. 곧 엄청난 추격전이 시작됩니다. 로랑과 부하들은 헬리콥터, 자동차, 검은 말벌이라고 이름이 붙은 날아다니는 탈것들을 타고 로건과 제시카, 아니 링컨과 조던을 추격합니다. (헛갈리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둘은 이니셜도 같습니다!) 이들은 정말 하늘에서 보살펴주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일련의 운으로 간신히 살아남죠.

그들은 오리지널 링컨의 집에 도착합니다. 집의 홍채인식 시스템은 링컨을 오리지널로 인식합니다. 클론이라고 해도 홍채는 다를 겁니다. 나중에 지문도 같은 것으로 나오지만 사실 지문도 다를 거고요. 그러나 물론 영화는 여기에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영화는 더 중요한 부분에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영화는 도입부에서부터 링컨이 주입된 기억 이외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고 암시합니다. 영화 중반에 그 기억들은 오리지널의 기억임이 밝혀집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에코 계열의 클론들은 서서히 오리지널의 기억을 물려받고 있었던 거죠. 세상에 처음 나온 링컨이 검은 말벌을 그처럼 잘 조종할 수 있었던 것도 오리지널의 기억 때문입니다. 와, 뭔가 근사한 비밀이 숨어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는 여기에 대해 어떤 설명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렇다는 거예요.

하여간 그들은 오리지널 링컨을 만납니다. 오리지널을 연기하기 위해 유안 맥그리거는 자신의 원래 스코틀랜드 악센트를 그대로 살립니다. 나중에 링컨 6 에코는 오리지널을 흉내내기 위해 그 스코틀랜드 악센트를 그대로 사용하는데, 이건 좀 억지 같습니다. 그건 그렇게 쉽게 배워지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오리지널의 기억 때문이라고 우기면 해결되는 문제이긴 해요.

하여간 조던에게 홀딱 반한 것처럼 보이는 오리지널은 두 도망자들에게 아주 관대합니다. 물론 그 관대함은 위장입니다. 오리지널은 언론에 폭로하자고 하면서 뒤로는 메릭의 회사에 연락을 취합니다.

오리지널 링컨은 바보입니다. 그에게 필요한 건 간입니다. 하지만 간 이식을 하기 위해 기증자를 죽일 필요는 없습니다. 바로 얼마 전에 [드라마 시티]의 [다함께 차차차] 에피소드에서도 구혜선이 빚 때문에 간이 팔릴 뻔 하지 않았던가요? 간은 기능이 분화되지 않은 장기이기 때문에 조금만 잘라 이식해도 몇 개월 내에 원래의 크기로 돌아옵니다. 굳이 자기 클론을 배반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원래 계획대로 언론에 폭로하면 자긴 목숨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미디어의 스타 겸 수많은 사람들의 구세주가 될 겁니다.

물론 그렇게 이야기가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두 링컨은 싸우기 시작하고 로랑의 팀이 달려옵니다. 어느 쪽이 진짜일까요? 링컨 6 에코는 잽싸게 자신이 차고 있던 팔찌를 오리지널에게 채우고 오리지널은 로랑의 총에 맞아 죽습니다. 이 장면은 당연히 넣고 싶었을 거예요. 서부극을 만드는 감독들이 총싸움 장면을 어딘가에 넣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는 것처럼요.

주변 환경에 의문을 제기하는 에코 계열의 클론들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메릭은 전면 리콜을 결정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섬으로 가는 티켓에 당첨되었다고 환호하며 사형집행장으로 끌려갑니다.

다행히도 이들에겐 구세주들이 있었습니다. 오리지널로 변장해 들어온 링컨과 일부러 체포된 조던은 건물의 홀로그램 시스템을 부수어 클론들에게 진실을 알려주려 합니다. 그러는 동안 막 가스실에 들어간 클론들을 구출해주기도 하고요.

여기서 알베르 로랑이 갑작스러운 조력자로 등장합니다. 이 영화엔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적 있는 두 명의 흑인 남성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한 명은 마이클 클락 덩컨이고 다른 한 명은 지몬 한수입니다. 이들은 모두 지금까지 그들이 쌓아온 이미지 대로 움직입니다. 마이클 클락 덩컨의 덩치크고 순한 흑인 아저씨 이미지는 장기수확 때문에 처절하게 살해당하는 희생자 역할에 활용됩니다. 지몬 한수의 투사적 이미지는 처음엔 인간사냥꾼 악당 이미지에 활용되는 듯 싶다가 다시 해방자 이미지로 전환됩니다. 여기서 이 배우의 팬들은 안심했을 겁니다. 그게 정상이니까요.

기계들이 부서지고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폭발이 일어나는 마이클 베이의 액션들이 이어집니다. 결국 결국 주인공들과 클론들은 살아남고 악당들은 많이 죽습니다. 영화는 이집트를 탈출한 유태인들처럼 아리조나의 사막을 떠도는 클론들의 행렬과 오리지널의 재산을 독차지한 링컨과 조던이 보트를 타고 떠나는 장면을 보여주며 끝납니다.

하지만 이게 끝일 리가 없습니다. 수천억의 돈이 걸린 소송이 진행될 것이고 몰래 지원한 국방부에선 어떻게든 스캔들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불법적인 속임수를 쓸 겁니다. 링컨과 조던도 안전할 지 모르겠군요. 이들이 오리지널의 재산을 차지하려면 적어도 링컨이 클론이라는 사실은 숨겨야 할테니까요. 불쌍한 알베르 로랑도 엄청난 인명 피해가 난 LA의 추격전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겁니다. 이 귀찮은 일들을 겪다보면 주인공들은 일찍 죽은 악당 메릭이 오히려 부럽지 않을까요? (05/08/05)

DJUNA

기타등등

영화를 보다 보면 메릭의 회사에 얼간이 클론을 숨겨두고 있는 미국 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지금 이 시기에 영화 속에 나오는 얼간이 대통령이라면 당연히 부시의 패러디겠죠. 그렇다면 이 영화는 줄기 세포 연구를 막아 이런 인권 파괴를 몰고온 부시 정권에 대한 아이러니컬한 비판이란 말입니까? 설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