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위트 스틸먼 Whit Stillman

주연
클로에 세비니....앨리스 키넌
Chloë Sevigny....Alice Kinnon
케이트 베킨세일....샬롯 핑그리스
Kate Beckinsale....Charlotte Pingress
크리스토퍼 에이겔먼....데스 맥그라스
Christopher Eigeman....Des McGrath
맥켄지 오스틴....지미 스타인웨이
Mackenzie Astin....Jimmy Steinway
매트 키슬러....조시 네프
Matt Keeslar....Josh Neff
매트 로스....댄 파워즈
Matt Ross....Dan Powers
타라 서브코프....홀리
Tara Subkoff....Holly
버 스티어스....밴
Burr Steers....Van
데이빗 손튼....버니 래퍼티
David Thornton....Bernie Rafferty
마이클 위덜리....햅
Michael Weatherly....Hap
일디코 자이드....프란체스카
Ildiko Jaid....Francesca
로버트 숀 레너드....톰 플랫
Robert Sean Leonard....Tom Platt
제니퍼 빌즈....니나 모리츠
Jennifer Beals....Nina Moritz
손시 아레이....다이애너
Sonsee Ahray....Diana
에도아르도 발레리니....빅터
Edoardo Ballerini....Victor

샬롯과 앨리스

듀나 [디스코의 마지막 나날들]은 [메트로폴리탄], [바르셀로나]로 이어지는 위트 스틸먼의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입니다. [바르셀로나]는 케이블로 볼 수 있었지만, 전 아직 [메트로폴리탄]은 보지 못했는데요...

파프리카 [메트로폴리탄]도 비슷해요. 위트 스틸먼의 세 영화들은 다 비슷비슷한 구석이 있지요. 비슷한 시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계급의 사람들이 수다스럽게 떠드는 거죠.

듀나 이 영화 역시 특별한 강한 스토리는 없습니다. 적어도 [바르셀로나]보다는 약하죠. 영화의 시대 배경은 80년대 초이고 우리의 주인공들은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은이들입니다. 같은 출판사에서 일하는 룸메이트들인 앨리스와 샬롯, 지방검사보인 조시, 클럽에서 일하는 데스, 광고업자인 지미... 이들을 묶어주는 곳은 한창 막바지에 달한 디스코 열풍과 클럽입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정말 디스코에 열광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사교와 연애를 위한 만남의 장소 이상은 아니죠. 이들이 연애를 하고 실연도 하고 싸우고 헤어지는 동안 2시간이 흘러가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면 정말 한 이야기는 별로 없습니다. 후반부를 장식하는 돈세탁과 마약 소재 역시 특별히 강한 도구는 아니고요.

파프리카 [세인트 엘모스 화이어]가 연상되지 않아요? 조금 더 지적이고 어른스러운 버전이라고 할까요?

듀나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세인트 엘모스 화이어]의 캐릭터들보다 특별히 더 어른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더 똑똑할 수는 있겠지만요.

파프리카 네, 그들이 그렇게 어른스럽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스틸먼의 시선은 다릅니다. 2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스틸먼은 이미 중년이 되었으니 그 자신 역시 공유했던 그 시대에 대해 훨씬 침착하고 어른스러운 접근이 가능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런 시점이 바로 스틸먼 3부작의 핵심이지요. 그는 그가 주인공으로 내세운 여피 젊은이들이 오만방자함과 얄팍함을 종종 잔인할 정도로 냉정하게 묘사하지만 그들의 낙천주의와 삶에 대한 젊은이다운 기대, 희망과 같은 것들을 무시하고 지나가지 않습니다.

듀나 이 영화의 대사에서도 그런 이중적인 면이 느껴지지요. [바르셀로나]에서처럼 이 영화의 주인공들도 참 수다스러운 사람들입니다. 영리하고 어휘도 많으며 유창하지요. 굉장히 흥미로운 대사들이 많은 영화입니다. 특히 환경론자들에 미친 [밤비]의 영향이나, [레이디와 트램프]의 숨은 의미에 대한 열변은요.

하지만 스틸먼은 이들의 대사를 조금 복잡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들의 대사는 위트가 넘치고 영리하지만, 새로 얻은 지식에 우쭐해하는 대학생들의 건방떠는 듯한 느낌이 강하며 종종 싱거울 정도로 속이 들여다 보입니다. 이건 작가 위트 스틸먼의 한계가 아닙니다. 이미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중년 남자가 건방떨던 자신의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방식이지요.

이 영화가 묘사하는 디스코 열풍에도 비슷한 느낌이 있습니다. 21세기초를 사는 우리들에게 디스코는 촌스러운 악취미입니다. 영화 후반부에 조시가 떠들어대는 디스코 예찬은 그래서 더욱 이중적이 됩니다.

파프리카 정말 디스코가 그렇게 좋았었나?

듀나 정말 이들이 디스코에 신경을 쓰는 건 아니죠. 아마 디스코가 아닌 다른 것이 유행했던 시절이었어도 조시는 그 대상에 대해 여전히 똑같은 소리를 했을 겁니다. 중요한 건 그들이 젊은 시절에 친구들과 공유하며 즐겼던 문화가 있었고 그것이 그들의 젊음을 정의했다는 것입니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말 그대로 젊은 시절의 문화에 못 박히는 것 같습니다. 그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늙을 수밖에 없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전 그런 함정 따위엔 빠지지 않았지요. :-)

파프리카 그런 사람들은 젊을 수도 없겠죠. :-P

80대초를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웨딩 싱어]처럼 촌스러운 패션을 과시하는 영화는 아니었죠?

듀나 여피 패션은 쉽게 유행이 바뀌지 않으니까요. 이 친구들이 아무리 자기가 여피가 아니라고 우겨도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여피들입니다. 사람들의 계급을 결정하는 것은 그들의 경제적인 조건 뿐만 아닙니다.

파프리카 클로에 세비니의 아웃사이더 이미지는 약간 겉도는 듯한 앨리스와 잘 어울립니다. 케이트 베킨세일의 얄미운 속물 이미지가 이처럼 그럴싸하게 사용된 영화도 드물고요.

듀나 그치만 전 그 사람 영국 악센트가 그립더라고요.

파프리카 남자 배우들은 그에 비하면 이미지가 좀 약하죠? 크리스토퍼 에이겔먼이야 스틸먼 영화에 언제나 나오니까 익숙하지만 다른 배우들은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립니다. 하긴 남자들은 비즈니스 수트를 입고 나오면 다들 비슷해 보이니까. 역시 여피 남자들의 한계인 거죠. :-)

그런데 정말 디스코가 폭동을 일으킬 정도로 대단한 문화였었나요?

듀나 사람들은 자기 시대의 문화에 과대 반응하는 경우가 많죠. 디스코라고 예외겠어요? (01/04/12)

D&P

기타등등

스틸먼의 전작인 [메트로폴리탄]과 [바르셀로나]에 나왔던 사람들이 조금씩 나옵니다. 하지만 에이겔먼처럼 세 영화 모두에 출연한 사람들도 있으니 아주 일관성이 있는 건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