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존 호우 John Hough

주연
파멜라 프랭클린....플로렌스 태너
Pamela Franklin....Florence Tanner
로디 맥도웰....벤자민 프랭클린 피셔
Roddy McDowall....Benjamin Franklin Fischer
클라이브 레빌....라이오넬 바렛
Clive Revill....Lionel Barrett
게일 허니컷....앤 바렛
Gayle Hunnicutt....Ann Barrett
롤랜드 컬버....루돌프 도이치
Roland Culver....Rudolph Deutsch

1.

죽어가는 거부 루돌프 도이치에게는 상식적이고 당연한 호기심이 있습니다. 과연 영혼은 육체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죽기 전에 호기심을 풀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귀신들린 집의 에베레스트 산'으로 알려진 벨라스코 하우스를 사들인 뒤 거기에 세 사람을 파견합니다. 초자연현상에 회의적인 과학자 라이오넬 바렛, 영매인 플로렌스 태너 그리고 20년 전 있었던 벨라스코 하우스의 리서치 중 유일하게 제정신으로 살아남은 영매 벤자민 프랭클린 피셔. 바렛이 아내인 앤을 데려와 연구자는 네 명이 됩니다. 정석대로 네 사람은 이 기괴한 저택에서 다양한 초자연현상과 마주치게 되고 마침내...

2.

'귀신들린 집' 장르를 소개하기 위해서 영화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어떤 게 좋을까요? [더 헌팅]이 가장 모범적일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 영화는 너무 은밀한 경향이 있습니다. [샤이닝]은 감독의 개성이 너무 강하고요. [저주받은 언덕의 집]은 제대로 된 귀신 영화라고 할 수 없고, [언인바이티드]는 지나치게 초창기라 아직 장르의 성격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저보고 꼭 하나를 고르라고 시킨다면, 전 [헬 하우스의 전설]을 고르겠습니다. 귀신들린 집 영화의 모든 정석을 다 따르고 있으면서도 충분히 자극적이고, 적당히 논리적이면서도 좋은 공포영화가 갖추어야 할 그 비논리적인 불길함도 담뿍 갖추고 있으니까요. 70년대 영국 호러 영화 특유의 저속한 맛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헬 하우스의 전설]은 장르의 초심자들에게 가장 좋은 교과서입니다.

3.

리처드 매서슨이 자기 소설을 직접 각색한 각본은 별다른 과장 없이 귀신들린 집 이야기를 정통으로 따라갑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지나치게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하긴 장르의 '모델'로 여겨지는 작품이라면 아주 독창적인 내용은 아니라는 이야기잖아요?

그 때문에 종종 아류작처럼 보여지기도 합니다. 특히 [더 헌팅]의 영향은 지대합니다. 설정부터 그렇죠. [더 헌팅]처럼 이 영화도 초자연현상을 연구하러 귀신들린 집에 들어온 일단의 그룹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단지 아무 것도 설명하지 않는 전작과는 달리 [헬 하우스의 전설]은 모든 초자연현상을 나름대로 말끔하게 설명해놓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는 다양한 심령학적 용어와 현상들이 남발하죠.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는 '이야기는 픽션이지만 정말로 있을 수 있는 일이다!'라는 모 심령학 전문가의 협박조 소개가 나오고요. 영화 속의 몇몇 현상들은 상당히 과격하지만, 적어도 이들의 상당수는 실례가 있습니다. 심령학이란 게 원래 좀 미심쩍은 학문이니, 믿거나 말거나는 여러분의 자유지만요.

그러나 바렛 박사의 과학적 주장은 요샌 좀 낡아보입니다. 그의 주장은 유령설보다 더 매력적이지만 (여전히 많은 심령학자들을 매료시키는 아이디어이기도 합니다) 그에 대한 믿음이 지나쳐서 오히려 과학자 같아 보이지가 않을 정도입니다. 스컬리의 '세련된' 회의론에 익숙해진 요새 관객들의 눈에는 더욱 그럴 수 있고요. 게다가 그게 정말 '먹히다니요!'

그래도 매서슨의 균형감각은 영화를 꽤 그럴싸하게 만듭니다. 나름대로 공정하게도 만들고요. 바렛 박사의 과학적 회의론과 플로렌스 태너의 초심리학적 믿음 사이에서 중간 해답을 찾아내는 [엑스 파일]식 해결도 좋아보이고요.

4.

고전적인 '귀신들린 집' 이야기에 70년대식 터치를 가하는 것은 추가된 섹스와 폭력입니다. 뭐 그렇다고 엄청나게 대단한 건 아닙니다. 대충 일반적인 해머 영화 정도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이 둘이 초자연현상과 결합하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역시 매우 70년대식으로 센세이셔널하죠.

특히 플로렌스를 연기한 파멜라 프랭클린이 이 둘 모두의 표적입니다. 보고 있노라면 불쌍하기까지 해요. 유령들한테 다양한 방식으로 상처입는 것으로 모자라 나중엔 거의 겁탈까지 당하니까요.

5.

주요 등장인물이 네 사람 정도밖에 안되는 영화지요. 그리고 여기엔 [더 헌팅]의 줄리 해리스나 [샤이닝]의 잭 니콜슨이 보여준 엄청난 연기는 없습니다. 배우들에게 그럴 기회도 없었고요. 그래도 영매들을 연기한 두 전직 아역 배우들(프랭클린과 맥도웰)이 보여주는 연기는 그들의 팬에겐 흥미로울 겁니다. (00/01/27)

DJUNA

기타등등

마이클 고프가 대사 없는 불길한 카메오로 잠시 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