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니콜라스 게스너 Nicolas Gessner

주연
조디 포스터....린
Jodie Foster....Rynn
마틴 쉰....프랭크 할렛
Martin Sheen....Frank Hallet
알렉시스 스미스....할렛 부인
Alexis Smith....Mrs. Hallet
모트 슈먼....밀리오리티
Mort Shuman....Miglioriti
스코트 제이코비....마리오
Scott Jacoby....Mario

프랭크와 린

설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영국에서 온 시인이 뉴 잉글랜드의 시골 마을에서 저택을 하나 빌립니다. 하지만 그들이 이사온 뒤로 시인을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죠. 그들이 만난 건 학교도 가지 않고 늘 혼자인 것처럼 보이는 시인의 13살짜리 딸입니다. 그리고 당돌하고 조숙한 그 딸은 사람들이 지하실에 관심을 보일 때마다 은근히 긴장하는 것처럼 보여요.

무슨 내용인지 짐작하겠다고요? 아마 그 짐작의 절반은 맞을 겁니다. 네, 그 집엔 아빠가 없었어요. 지하실에는 아직 아이가 묻지 못한 시체가 누워 있었고요.

이런 식의 이야기라면 전형적인 고딕 호러로 진행되어야 정상이겠지만, 레어드 코닉의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가 주인공 린의 이야기에 접근하는 방식은 전혀 다릅니다. 여기서 린은 연쇄살인마 버전 말괄량이 삐삐입니다. 두려워해야 할 괴물이 아니라 어른들의 세계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으려는 어린 소녀지요. 진짜 악당들은 린의 평온한 삶을 깨트리는 어른들입니다. 특히 엄마 덕택에 감옥에 가지 않은 운좋은 페도파일인 프랭크 할렛은요.

이런 관점은 무척 70년대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른들의 세계에 감염되지 않고 혼자만의 의지로 살아남으려는 린의 생존방식은 기존 시스템에 대한 고집 센 저항입니다. 중반에 린의 유일한 공범자가 된 이웃 소년 마리오가 린에게 매료된 것도 그런 저항에서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겠죠.

영화가 린을 바라보는 관점은 요새 관객들의 눈으로 보기엔 다소 위험해 보이기도 합니다. 린이 살인범인 건 봐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소 모호하게 표현되어 있긴 하지만) 성에 대해 아주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13살 소녀를 보는 건 좀 그렇죠. 대역을 썼고 미국판에서는 삭제되었다고 해도 누드 장면까지 하나 나온답니다. 아무리 프랭크 할렛을 사악하게 묘사해도 린을 바라보는 관점은 할렛의 시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 사람들이 린 역으로 조디 포스터를 캐스팅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포스터는 결코 허약한 관음증의 대상이 되어 끌려다닐 배우는 아니죠. 이 영화를 보면 왜 당시 포스터가 그렇게 막강한 소녀팬들을 끌고 다녔는지 알게 됩니다. 포스터는 정말 린이나 말괄량이 삐삐처럼, 험악한 세상과의 전투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아이처럼 보입니다. 예쁘기도 참 예쁘지만 그 쿨하고 씩씩한 태도는 정말 매력적이에요. 보면서 마구 응원해 주고 싶다고요. (05/12/16)

DJUNA

기타등등

린의 주제가로 사용되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참 좋은데, 추가된 크리스티앙 고베르의 70년대식 배경음악은 정말 못 들어주겠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