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존 포드 John Ford

주연
타이론 파워....마틴 마허
Tyrone Power....Martin Maher
모린 오하라....메리 오도넬
Maureen O'Hara....Mary O'Donnell
로버트 프랜시스....제임스 N. 선스트롬 주니어
Robert Francis....James N. Sundstrom Jr.
도널드 프리스프....마틴의 아버지
Donald Crisp....Old Martin
워드 본드....허먼 J. 콜러 대위
Ward Bond....Capt. Herman J. Kohler
베시 파머....키티 카터
Betsy Palmer....Kitty Carter
필립 캐리....찰스 닷슨
Philip Carey....Charles Dotson
윌리엄 레슬리....제임스 닐슨 선스트롬
William Leslie....James Nilsson Sundstrom
해리 캐리 주니어....드와이트 아이젠하워
Harry Carey Jr.....Dwight Eisenhower
패트릭 웨인....애브너 오버튼
Patrick Wayne....Abner Overton
숀 맥클로리....디니 마허
Sean McClory....Dinny Maher

마틴 마허

[웨스트 포인트]의 원작은 마틴 마허가 쓴 자서전 [Bringing up the brass]입니다. 그럼 이 마허라는 사람이 뭔가 엄청난 일을 한 사람인가? 그렇지는 않아요. 단지 그는 한 직장에 굉장히 오래 있었습니다. 웨스트 포인트에서 55년간 일했지요. 처음에는 웨이터였다가 나중에 군인이 되어 스포츠 강사로 일했더군요. (주로 수영 강사로 일했지만 사실 수영도 못 했답니다!) 위키에 따르면 그는 28년에 제대했지만 그 뒤로도 민간인 신분으로 계속 같은 직장에 다녔다는데, 그 변화는 영화에 반영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여간 20세기 초반의 격동기를 거치는 동안 아주 평온한 삶을 산 셈이죠. 그 정도면.

이 책이 존 포드의 눈길을 끈 건 당연한데, 전쟁 장면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 작품이지만 은근히 포드스럽기 때문입니다. 우선 마허가 아일랜드 이민자 출신이라 존 포드의 뿌리와 밀접하게 닿아있지요. 전쟁 장면이 안 나오기는 하지만 영화 내내 애국과 군대 정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포드의 구미에 맞을 수밖에요. 그는 그의 단짝 존 웨인을 불러 이 영화를 찍으려 했지만 사정이 맞지 않아서 타이론 파워를 대신 불러왔다는데 이건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영화는 요샌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 고전 할리우드 전기 영화의 스토리텔링에 따라 움직입니다. 막 아일랜드를 떠나 미국에 도착한 마허는 웨스트 포인트의 웨이터로 취직하고 그러다 군인이 되고 스포츠 강사가 되고 예쁜 아일랜드 출신 요리사 메리 오도넬을 만나 결혼을 하고 그러는 동안 수많은 청년들이 웨스트 포인트에 들어왔다가 나가고... 이런 이야기를 은퇴를 앞둔 마허가 대통령이 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에게 들려주는 거죠.

영화가 확실히 각인시켜주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마허가 무척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는 거죠. 종종 스테레오타입화된 아일랜드인처럼 보이긴 합니다만 적어도 그 스테레오타입은 긍정적인 쪽입니다. 그는 천진난만하고 위트 넘치고 인간적이고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특히 마지막 것은 그의 굉장한 재능으로, 이를 통해 웨스트 포인트 생도들 사이에서 그가 왜 그렇게 유명했는지 짐작할 수 있지요.

영화는 마허와 웨스트 포인트의 관계를 반 세기에 걸친 로맨스처럼 그립니다. 그는 처음엔 그렇게 군인으로 오래 있을 생각이 없었어요. 중간중간에 그는 계속 군대에서 나와 새 인생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자석에 끌리는 핀처럼 웨스트 포인트에 남고 결국 그 곳만이 그가 있을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마허를 따라갑니다. 귀엽고 유머가 넘치고 끝까지 대상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지요. 이 영화에는 나쁜 사람들은 전혀 나오지 않아요. 모두 애국심과 애정으로 똘똘 뭉쳐있는 유쾌한 사람들이지요. 다들 목청 좋은 가수들이기도 하고요. 합창이 몇 번 나오는지 세어보려다가 포기했어요. 하여간 오프닝 크레딧부터 시작해서 참 많이 나옵니다.

전쟁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전쟁은 저 먼 나라에서 들려오는 비극적인 뉴스에 불과하죠. 이 영화를 지배하는 군대의 이미지는 죽음과 파괴가 아니라 회색 제복을 입은 건장한 젊은이들과 그들이 따르는 군대의 전통입니다. 그리고 마허는 비교적 단순한 시기를 보냈습니다. 마허 같은 사람이 별다른 고민 없이 군대와 나라에 애정을 바칠만한 시기였죠. 그는 1961년에 죽었는데, 그 이후까지 살았다면 60년대의 격동기를 어떻게 보았을까요.

위에서 타이론 파워의 이야기를 했는데, [웨스트 포인트]는 파워가 자기 작품들 중 가장 만족스러워했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는 전형적인 마티니 아이돌 스타일의 매끈한 외모 때문에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영화를 보면 그의 배우로서의 재능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걸 알게 되지요. 여전히 단순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단순한 캐릭터의 명쾌한 질감을 이처럼 생생하게 그려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09/07/09)

DJUNA

기타등등

존 포드는 이 영화에서 타이론 파워가 맘에 들어서 계속 공동작업을 하고 싶어했지만 유감스럽게도 파워는 그렇게 오래 살지 못했죠. 그래도 그 뒤에 작품 하나를 하긴 했습니다. 아일랜드를 무대로 한 존 포드의 옴니버스 영화 [The Rising of the Moon]에서 파워가 나레이터를 맡았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