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The Lord of the Rings: The Fellowship of the Ring (2001) * * * 1/2

감독
피터 잭슨 Peter Jackson

주연
일라이저 우드....프로도 배긴즈
Elijah Wood....Frodo Baggins
이언 맥켈런....간달프
Ian McKellen....Gandalf
비고 모르텐젠....아라곤
Viggo Mortensen....Aragorn
숀 오스틴....샘 와이즈 '샘' 갬지
Sean Astin....Samwise 'Sam' Gamgee
리브 타일러....아르웬 운도미엘
Liv Tyler....Arwen Undómiel
케이트 블란쳇....갈라드리엘
Cate Blanchett....Galadriel
존 리스-데이비스....김리
John Rhys-Davies....Gimli
빌리 보이드....페레그린 '피핀' 툭
Billy Boyd....Peregrin 'Pippin' Took
도미닉 모나한....메리아독 '메리' 브렌디벅
Dominic Monaghan....Meriadoc 'Merry' Brandybuck
올란도 블룸....레골라스 그린리프
Orlando Bloom....Legolas Greenleaf
휴고 위빙....엘론드
Hugo Weaving....Elrond
숀 빈....보로미르
Sean Bean....Boromir
이언 홈....빌보 배긴즈
Ian Holm....Bilbo Baggins
크리스토퍼 리....사루만
Christopher Lee....Saruman
앤디 서키스....스메아골/골룸
Andy Serkis....Sméagol/Gollum

프로도
제가 톨킨의 팬이 아니라는 사실을 먼저 밝혀야겠군요. 전 [반지의 제왕]을 꽤 재미있게 읽었고 좋은 작품이라고도 생각하지만 이 작품에 열광한 적은 없습니다. 대단한 애정을 품고 있다고 할 수도 없고요. '마음 속의 중세' 따위를 품고 있지 않는 저에겐 톨킨의 미들 어스는 그렇게 와닿는 세계가 아닙니다. 오히려 숨이 꽉꽉 막혀요.

그러나 그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기는 했습니다. 이처럼 시각적 상상력이 풍부한 책을 영화로 만든다면 상당히 근사할 것이라고요. 이미 랠프 박시가 일부를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든 적 있기는 하지만 현대 관객들을 만족시킬만한 압도적인 비주얼은 선사하지 못했거든요.

한동안 [반지의 제왕]을 영화로 각색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 세계를 무대로 하는 소설이기 때문에 실사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상 하나를 그대로 창조해야만 했으니까요. 애니메이션에서야 디자인에만 신경을 조금 더 쓰면 되겠지만, 실사에서는 사정이 다릅니다. 엄청난 제작비와 특수 효과가 필수적이죠. 슬프게도 80년대까지 환상물은 거의 대접받지 못하는 장르였고 충분한 제작비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러닝타임은 어떻게 하고요? 2시간 안쪽으로 그 긴 영화를 다 채워넣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원작처럼 3부로 쪼개자니 흥행에 문제가 있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이 발전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부터 슬슬 영화화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한마디로 영화가 의도하는 비주얼을 거의 모두 만들어낼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이죠. 톨킨식 환상 문학이 서서히 팬들을 늘려가고 있었던 것, SF/판타지 장르의 부흥, 블록버스터들의 탄생, 3부작의 개념이 영화계에서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여진 것도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그래도 [반지의 제왕]은 여전히 위태로운 계획입니다. [반지의 제왕] 삼부작은 [매트릭스]나 [스타 워즈] 시리즈와는 달리 연결된 하나의 이야기니까요. 비교적 작은 회사인 뉴라인에서 퍼부은 제작비도 만만치 않고요. 일단 개봉이 되어야 알겠지만 다들 바짝 긴장하고 있을 겁니다. 아무리 평이 좋아도 과연 사람들이 중간에서 끝나버리는 영화를 봐줄까요? 첫 작품이 흥행에서 어정쩡한 결과를 낸다면 뒤에 나오는 두 편도 그냥 망가져 버릴 위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작자들의 걱정과는 상관 없이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는 썩 좋은 작품입니다. 원작이 가진 그 느긋한 모험담의 매력을 잘 살린 각본은 톨킨 열광자들도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충실합니다. 몇몇 남자 캐릭터들의 모험을 아르웬과 같은 여자 캐릭터에게 주는 정도의 변형까지 뭐랄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아기자기한 면이 좀 줄고 어두컴컴한 21세기 블록버스터의 느낌이 묻어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각오해야죠.

캐스팅도 거의 완벽합니다. 특히 간달프 역의 이안 맥켈런과 프로도 역의 일라이저 우드는요. 많이들 리브 타일러를 걱정하는 모양인데,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 사람도 예상 외로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강점은 각본이나 배우가 아니라 톨킨의 가짜 세상을 근사하게 재창조해낸 영화의 마술에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에서 피터 잭슨의 열정을 가장 많이 발견할 수 있는 부분도 특수 효과일 겁니다. 자기 집 오븐에서 외계인에게 씌울 고무 가면을 굽고 어떻게 다루는지도 모르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사놓고 매뉴얼을 읽어가며 컴퓨터 그래픽 나비를 만들었던 남자의 열정 말입니다.

정말 존재하는 모든 특수 효과들이 다 동원된 듯 해요. 모리아 동굴에서 벌이는 추적 장면처럼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이 잔뜩 쓰인 장면도 있고 간달프와 프로도가 같이 앉아 있는 장면처럼 구식 원근법 왜곡 트릭이 쓰인 부분도 있습니다. 하여간 이 모든 것들이 결합된 결과는 굉장합니다. 톨킨의 세계가 스크린 앞에 그냥 펼쳐지니까요. 물론 뉴질랜드의 자연이 제공한 근사한 배경도 한몫 했겠지만요.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는 완결된 영화가 아닙니다. 완결되었다는 느낌도 주지 않고요. 사실 톨킨 팬들이라면 그 뒤에 어떤 이야기가 흘러갈지 다 알고 있을테고 맺어지지 않은 이야기라고 해도 꽤 흥미진진하니 그 정도야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완성작으로 평가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반지의 제왕]이라는 영화를 정당하게 평하려면 앞으로 나올 두 편의 영화를 모두 봐야 할 거예요. (01/12/17)

DJUNA


기타등등

1. 아직 덜 지은 대한 극장에서 본 영화였습니다. 미완성의 극장에서 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경험이더군요. 하지만 시설에는 여전히 문제가 많아 보였습니다.

2. [두 개의 탑]에서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