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주연
제프 골드브럼....이언 말콤 박사
Jeff Goldblum....Dr. Ian Malcolm
줄리안 무어....사라 하딩 박사
Julianne Moore....Dr. Sarah Harding
피트 포슬스웨이트....롤랜드 팀보
Pete Postlethwaite....Roland Tembo
알리스 하워드....피터 러들로
Arliss Howard....Peter Ludlow
리처드 어탠보로....존 해몬드
Richard Attenborough....John Hammond
빈스 본....닉 반 오웬
Vince Vaughn....Nick Van Owen
바네사 리 체스터....켈리 말콤
Vanessa Lee Chester....Kelly Malcolm
피터 스토메어....디터 스탁
Peter Stormare....Dieter Stark
하비 제이슨....에이제이 시두
Harvey Jason....Ajay Sidhu
리처드 쉬프....에디 카
Richard Schiff....Eddie Carr
토머스 F. 더피....로버트 버크 박사
Thomas F. Duffy....Dr. Robert Burke
조셉 마젤로....팀 머피
Joseph Mazzello....Tim Murphy
아리아나 리처즈....렉스 머피
Ariana Richards....Lex Murphy
토머스 로살레스 주니어....카터
Thomas Rosales Jr.....Carter
카밀라 벨....캐시 보먼
Camilla Belle....Cathy Bowman

([쥬라기 공원]에서 이어집니다.)

파프리카 [잃어버린 세계] 역시 스필버그에겐 상당히 절실한 상업적 프로젝트였습니다. [쉰들러 리스트] 이후 공백이 지나치게 길었고 요란하게 출발한 드림웍스 사가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놀고 먹고 있었으니 히트 영화 하나를 터뜨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였죠. 돈독 오른 크라이튼이 허겁지겁 쓴 속편도 있었고 전편의 명성도 있었으니 [잃어버린 세계]만큼 안전한 프로젝트도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스필버그는 이 프로젝트가 별로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속편이란 걸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고 [쉰들러 리스트]로 상당히 진지한 감독의 위치에 오른 그였으니 공룡 영화보다는 [아미스타드]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같은 다른 '진지한' 영화에 더 관심을 쏟고 싶었겠지요. 그는 인터뷰를 통해 [잃어버린 세계]를 찍는 일이 지독하게 싫다고 여러번 밝히기까지 했는데, 영화 만드는 사람 자신이 요따위 소리나 하고 있었으니 영화가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듀나 게다가 이 영화는 상당히 졸속입니다. 영화 편집도 개봉일 직전에 허겁지겁 끝냈다고 하더군요. [잃어버린 세계]에는 어딘가 자포자기한 듯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신경 안쓰며 대충 만든 영화의 막 나가는 느낌이 플롯에도 묻어있지요. 하지만 전 그런 느낌이 별로 나쁘지 않습니다.

파프리카 왜요?

듀나 글쎄요. 이 영화는 많은 제작비를 들여 만든 로저 코만 영화 같은 느낌을 줍니다. 작업의 속도감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예를 들어 샌디애고의 소동 장면은 진지한 각본가와 감독이라면 좀 더 세밀하게 다루었을 부분입니다. 극적 흐름이 끊기고 분위기가 달라지니까요. 하지만 스필버그는 그 장면을 가위로 잘라 스카치 테이프로 그냥 척 붙여버립니다. 여기엔 아무런 진지함도 없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어떻게 티 렉스가 선원들을 죽였을까?'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이 장면의 당위성을 따지려고 심각하게 고민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무리 봐도 스필버그는 이 장면을 생각없이 그냥 만든 것 같습니다. 말이 안된다고? 알게 뭐냐, 공룡이나 잔뜩 내보내자! [잃어버린 세계]를 위해 장르를 하나 만들라면 다이노플로이테이션 영화라고 이름지어야 할걸요.

물론 영화를 만들 때 진지하면 좋겠지요. 하지만 자기 작업을 야유하는 듯한 이런 무성의한 태도에도 어떤 즐거움이 느껴집니다. 적어도 [잃어버린 세계]는 위선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파프리카 하지만 스탠 윈스턴이나 다른 기술진들은 스필버그만큼 건성이 아니었음이 분명합니다. 이 영화에는 특수효과의 엄청난 발전이 있습니다.

듀나 [잃어버린 세계]의 존재 이유가 있다면 [쥬라기 공원]으로 포문을 연 공룡 특수 효과의 발전을 보여주는 것일 겁니다. 스탠 윈스턴과 데니스 뮬렌은 이번에도 멋지게 해냈습니다.

우선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공룡들과 환경의 조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공룡들은 전편의 공룡들보다 훨씬 자주 주변 사물과 연결됩니다. 공룡 사냥꾼들은 브라키오 사우르스의 다리 사이를 지나가고 파키세팔로사우르스는 머리로 자동차를 박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들의 질감은 전혀 결함이 없어 보입니다! 영화는 파가니니 협주곡의 카덴짜를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처럼 태평스럽게 특수 효과의 비르투오시티로 관객들을 이끄는데, 그 대담함에는 혀가 돌아갈 지경입니다.

사악한 프로콤포소그나티드 무리들을 보면 또다른 발전을 볼 수 있습니다. 콤피 무리들은 전편의 갈리미무스가 그랬던 것처럼 정갈하고 직설적으로 묘사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데도 불구하고 전혀 따로 노는 느낌이 없습니다. 부분적으로 모형이 사용되었음이 분명한데도 이 둘의 차이점을 구별할 수 없으니까요. 스필버그는 장면 전환없이 모형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전환시키기도 했다고 으시댔는데, 정말 그런 건 자랑해도 됩니다.

스탠 윈스턴의 로봇들도 발전했습니다. 특히 새끼 공룡들의 묘사는 주목할만 합니다. 전체적으로 이 모형과 컴퓨터 그래픽 공룡들의 결합은 아주 우수해서 이것만으로도 영화를 볼 만 합니다.

파프리카 하지만 아직 많은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일단 질량감이라고 봐요. 특히 랩터가 피해자입니다. 느리게 움직이는 둔중한 공룡들이나 콤피처럼 아주 작은 동물들은 그런대로 성공적이지만 랩터처럼 어느 정도 몸무게가 있는 동시에 빠르고 잽싼 것들은 무게 있는 동물이 뛰어오르는 것 같아 보이지 않고 마치 마술가루를 뒤집어쓴 피터팬이 날아오르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건 수작업만으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질감 문제도 완전히 해결된 것 같지 않습니다. 스테고사우르스의 등장장면을 보세요. 여전히 의도적으로 블러를 준 티가 납니다.

듀나 건성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스필버그는 여전히 노련한 장인이라는 점, 그리고 그런 그의 능력이 여러 장면에서 잘 드러나 있다는 점을 밝히고 싶네요. 예를 들어 절벽에 매달린 차의 시퀀스는, 적어도 전반부는 걸작입니다. 그 시퀀스는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거의 동일한 상황의 변주지만, 사라의 추락, 유리창에 의한 일차 반전, 갈라지는 유리창 등으로 맵시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전편과 전혀 다른 박진감을 줍니다. 풀밭에서 랩터가 사람들을 공격하는 방식도 고전적이지만 아주 세련되게 묘사되었지요.

파프리카 근데 자동차 유리창도 정말 그런 식으로 갈라질까요?

듀나 낸들 알겠어요. 그리고 그건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요. 정서적 효과를 위해서는 현실을 얼마든지 조작해도 상관없으니까요.

파프리카 하여간 한바탕 전투가 끝난 뒤 영화는 샌디애고로 옮겨집니다. 이 결말 부분은 스필버그가 1. 영화의 완성도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으며, 2. "기왕 공룡 영화를 만들 거, [고질라] 영화도 하나 만들고 보자."라는 건전한 생각을 품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남는 시간을 땜빵하기 위해 만들었으니 티 렉스가 대도시를 쿵쿵 누비고 사람들이 와와 거리는 장면이 그렇게 많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사실 이 샌디애고 장면 전체가 커다란 농담이니 너무 심각하면 곤란하겠지요. 하지만 롱숏으로 하나 크게 찍어서 농담을 극대화시키는 방법도 있었을 것 같군요. 티 렉스가 고질라보다 작아서 못했나?

듀나 스필버그는 중간에 일본인 관광객들이 달아나는 장면을 집어넣어, 농담이란 걸 눈치채지 못한 둔한 관객들에게 "이건 농담이야!" 하고 고함을 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에 배급할 판에는 일본인 관광객 한 명이 "이런 거 겪지 않으려고 여기에 왔는데!"하고 외친다더군요. 하하.

파프리카 마취제가 그렇게 쉽게 들을까요? 공룡 신경계는 포유류와 달라서 마취시키기가 그렇게 쉽지 않을 거 같은데요. 영화 속의 티 렉스는 너무 빨리 마취됩니다.

듀나 티 렉스 부부가 거의 같은 크기로 묘사된 것도 좀 거슬리는군요. 실제로 티 렉스는 암컷이 수컷보다 크지 않았나요?

파프리카 하지만 재미있는 디테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라와 켈리의 텐트에 티 렉스 한마리가 침입하는 장면이 그렇죠. 켈리는 티 렉스를 보고 까악 비명을 지르지만 티 렉스는 듣지 못합니다. 소리가 작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티 렉스라는 동물 자체가 고음에 둔감했기 때문이지요. 티 렉스가 사람들의 존재를 눈치챈 것은 바보같은 카터가 고함을 지른 뒤 부터입니다.

듀나 원래부터 급진적 공룡학자의 편을 들고 있던 원작이니 공룡 온혈설에 양육설, 높은 지능이 첨가되는 건 당연하다고 하겠지만 티 렉스의 양육설은 금시초문인데요. 게다가 일부 일처제로 묘사가 되잖아요!

파프리카 확실히 좀 과격하군요. 하지만 티 렉스는 거의 절정에 도달한 공룡이니 그 정도의 발전이 있었다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니지 않을까요?

듀나 이 영화엔 공룡광들을 위한 농담들이 아주 많이 나오지요. 그 중 가장 배꼽을 잡을만한 농담은 회사측 고생물학자인 로버트 버크 박사(토머스 더피)입니다. 긴 머리에 엉성한 옷, 카우보이 모자 등등, 그는 공룡학자 밥 바커를 뻔뻔스러울 정도로 철저하게 흉내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공룡 사냥 장면에서 태평스럽게 공룡들의 종류를 설명하는 장면은 그가 이전에 출연했던 여러 자연 다큐멘터리들을 연상시킵니다.

파프리카 더 웃기는 건 그 양반이 뱀에 질겁을 해 뛰쳐나가다 티 렉스에게 잡힌다는 거죠! :-)

듀나 [잃어버린 세계]의 살생부도 [볼케이노]와 마찬가지로 꽤 철저하게 기존 규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불쌍한 에디의 죽음만 빼고 이름있는 캐릭터의 죽음은 일단 얼마나 그 친구가 못돼먹었나와 관련이 있지요. 물론 가장 못된 사장은 맨 나중에 죽습니다.

파프리카 카터가 티 렉스에 깔려 죽을 때가 가장 통쾌했습니다. 그 캐릭터는 정말 깔려 죽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나쁜 인물은 아니지만 정말 짜증나게 멍청했어요.

듀나 에디를 연기한 배우 리처드 쉬프는 희생자로 태어난 것 같아요. [어라이벌]에서도 외계인들에게 살해당하고 [상대성]에는 자식들 앞에서 죽는 것보다 심한 굴욕을 당하고... 관상이 그래서 그런 모양이에요. 보기만 해도 처량하잖아요.

파프리카 배우들 중 가장 좋았던 사람은 역시 피트 포슬트웨이트입니다. 그가 연기한 롤랜드는 믿음직하고 현명한 동시에 인간적인 매력도 있습니다.

듀나 [잃어버린 세계]를 줄리안 무어의 최고 걸작이라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전 [쥬라기 공원]의 로라 던보다는 무어가 나았습니다. 적어도 더 야무져 보여요.

파프리카 대충 정리하죠. 스필버그가 이 두 편의 공룡 영화에 그렇게 큰 애착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실제로 그는 이 영화의 살상 장면들을 자신이 진짜 영화라고 믿는 영화들([쉰들러 리스트], [아미스타드])을 만들 때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게임 기구 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스필버그의 걸작들은 언제나 상업적 욕구보다는 개인적인 감정과 체험에 보다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지만 이 공룡 영화들은 그렇지가 않아요. 하지만 이 두 편의 시리즈가 거둔 업적 또한 만만치가 않습니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통해 헐리웃은 새로운 시각적인 표현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이 방식은 지금 급속도로 성숙되어 [렐릭]과 같은 저예산 영화에도 멋지게 적용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곧 보다 나은 테크놀로지들이 나와 [쥬라기 공원]의 공룡들을 오브라이언의 공룡들처럼 한물간 존재들로 만들겠지만, 오브라이언의 영화가 지금도 중요한 존재인 것처럼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역사적 중요성도 결코 희미해지지 않을 겁니다. (97/06/27)

D&P

기타등등

[쥬라기 공원 3]은 2001년 여름에 개봉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