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폴 샤피로 Paul Shapiro

주연
알로카 맥린....조이 킹스우드
Aloka McLean....Zoe Kingswood
쉴리 맥카시....다이안 킹스우드
Sheila McCarthy....Diane Kingswood
미셸-바바라 펠레티에....안느-마리 앤드류즈
Michèle-Barbara Pelletier....Anne-Marie Andrews
R.H. 톰슨....할 킹스우드
R.H. Thomson....Hal Kingswood
타라 프레데릭....클리오 킹스우드
Tara Frederick....Cleo Kingswood
안드레아 립만....조 스피틀
Andrea Libman....Jo Spittle
프랜시스 하일랜드....플로라 킹스우드
Frances Hyland....Flora Kingswood
게이브 쿠스....드와인 스피틀
Gabe Khouth....Dwayne Spittle
폴 솔즈....토바이어스 스피틀
Paul Soles....Tobias Spittle

1.

60년대를 다룬 노스탤져 영화들의 유행은 단지 베이비 부머들이 그 시대를 회상할 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에 불과할까요? 아니면 60년대라는 시대에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까요?

작품의 시작은 대부분 전자에 기대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보러가는 사람들의 동기는 후자 쪽에 더 쏠리지 않을까요? 60년대는 꽤 재미있는 시대잖아요.

2.

[로터스 이터즈]의 무대는 브리티시 콜롬비아의 갈리아노 섬, 시대는 1964년입니다. 수업 도중 초등학교 교사가 사망하자, 교장인 할 킹스우드는 몬트리올 출신의 히피 선생인 안느-마리 앤드류즈를 불러옵니다.

앤드류즈 선생은 새 교습법으로 학생들을 흔들고 킹스우드 집안의 막내 딸 조이는 그런 앤드류즈 선생에게 매료됩니다. 그러나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람은 뻣뻣하기만 했던 할 킹스우드 자신이었죠. 서서히 앤드류즈 선생에게 끌리게 된 할은...

3.

[로터즈 이터즈]는 잡탕같은 영화입니다. 코미디로 시작해서 멜로 드라마로 끝나고, R 등급의 불륜과 G 등급의 가족 영화가 교차하며, 캐리커처로 시작했던 캐릭터가 갑자기 심각한 갈등의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영화를 무작정 나무랄 필요는 없습니다. 잡탕은 잡탕 나름대로 매력이 있으니까요. [로터스 이터즈]는 이런 요소들이 닥치는 대로 뒤섞여 해산물 수프와 같은 기묘한 맛을 낼 때 가장 재미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잘 먹히는 요소는 코미디입니다. 코미디는 이 영화에 괴상한 외피를 입혀 나름대로 통일성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하죠.

[로터스 이터즈]는 은근하게 괴상한 사람들이 일으키는 은근하게 괴상한 사건들로 가득찬 코미디입니다. 달아난 돼지들이 숲 속을 누비는 동안, 엄마는 개털로 스웨터를 짜고 아이들은 플레이보이 잡지로 가득찬 할아버지의 '도서관'에서 주문을 겁니다. 킹스우드 집안에 닥치는 일련의 불상사에도 어딘지 모르게 웃기는 구석이 있습니다. 특히 할머니한테 영국에서 온 소포가 도착하는 장면 같은 게 그렇지요. 하여간 노스탤져의 베일 너머로 이 괴상한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푸근해집니다.

코미디는 대조를 통해 뒤를 잇는 멜로드라마를 보다 날카롭게 강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자칫하면 신파가 될 수도 있는 불륜 이야기를 하면서 감상적이 되지 않게 도와주기도 하고요.

그러나 다른 부분은 코미디만큼 잘 되어 있지 않습니다. 특히 할과 안느-마리의 로맨스가 그렇습니다. 나름대로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코미디 부분에 비해 진부하기 짝이 없어요.

뻔한 로맨스보다 더 나쁜 것은 그 뒷수습입니다. 충분한 배경이 제공되었으면서도 영화는 로맨스를 움켜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 같습니다. 확 나가서 캐릭터들의 어두컴컴한 뱃속을 용감하게 드러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아주 로맨틱하게 나가는 것도 아니거든요. 로맨스는 어정쩡하게 서 있다가 그냥 주저 앉습니다. 상당히 좋은 도구일 수도 있었지만 땅만 몇 번 긁다 만 셈이죠.

4.

그러나 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그대로 묻혀버린 것은 아닙니다. 영화가 60년대와 당시의 플라워 차일드들을 바라보는 나름대로의 시선은 아직 살아 있으니까요.

안느-마리는 6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작가가 90년대에 바라본 60년대 히피 세대의 상징으로 보입니다. 자서전적인 내용이라니 작가인 페기 톰슨에게도 이런 히피 선생이 있었겠고 그런 선생님에게 한참 열을 올리다가, 꼭 아빠와의 불륜 때문은 아니더라도, 실망한 적이 있었겠지요.

실망과 진부함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주제입니다. 안느-마리가 갈리아노 섬에 몰고온 바람은 분명 마술적이지만 그 마술은 일회용입니다. 안느-마리는 사람들을 잠시 흥분시켰지만 세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바뀐 것은 진부한 불륜에 말려든 안느-마리 자신이었죠.

더 슬픈 것은 모두들 그 마술에 면역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겠지요. 안느-마리의 뒤를 이은 새 교사는 안느-마리처럼 '신선한' 사람이지만 더이상 첫 경험의 재미는 없습니다. 안느-마리가 몰고온 바람 속에서 휘둘린 뒤 어린 조이가 깨달은 진리는 '진부함을 이기는 것은 없다'가 아니었을는지. 60년대의 그 화끈한 열풍은 결국 이렇게 진부함 속에 잦아들 운명이었던 겁니다.

5.

가장 좋은 배우는 조이의 엄마 다이안을 연기한 쉴라 매카시입니다. 하지만 매카시의 캐릭터는 이번에도 피해자군요. 전 매카시가 좀 덜 불행한 캐릭터로 나오는 영화를 보고 싶습니다. 매카시의 불쌍한 얼굴은 매주 [꿈꾸는 소녀 에밀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조이와 조를 연기한 알로카 맥린과 안드레아 립만은 모두 귀엽고 연기도 잘 하는군요. 그런데 이 두 꼬마 배우 모두가 [엑스 파일]에 게스트로 나왔다는 거 아세요? 하긴 [엑스 파일]은 캐나다 배우들로 부글부글한 시리즈니 그렇게 이상한 일도 아니지만. :-) (99/09/01)

DJUNA

기타등등

OCN은 본 영화와 광고 사이에 뭔가 넣어야 할 것 같더군요. DCN처럼 요란한 막간 쇼를 때릴 필요는 없지만 아무 것도 없이 갑자기 광고가 튀어나오니까 그것도 별로 안 좋더라고요. 막간 암전을 넣는 건 어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