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훌리오 메뎀 Julio Medem

주연
나와 님리....성인 아나
Najwa Nimri....Ana
펠레 마르티네스....성인 오토
Fele Martínez....Otto joven
사라 발리엔테....어린 아나
Sara Valiente....Ana niña
페루 메뎀....어린 오토
Peru Medem....Otto niño
크리스텔 디아스....십대 아나
Kristel Díaz....Ana adolescente
빅토르 유고 올리베이라....십대 오토
Víctor Hugo Oliveira....Otto adolescente
난초 노보....알바로
Nancho Novo....Álvaro
마루 발디비엘소....올가
Maru Valdivielso....Olga
펩 무네....하비에르
Pep Munné....Javier
야로슬라프 비엘스키....알바로 미델만
Jaroslav Bielski....Álvaro Midelman
로사 모랄레스....소피아
Rosa Morales....Sofía
우스크 시드호프....오토 미델만
Joost Siedhoff....Otto Midelman
베아테 옌센....오토의 어머니
Beate Jensen....Madre de Otto
페트리 헤이노....아키
Petri Heino....Aki
오우티 알라넨....우편 배달부
Outi Alanen....Post messanger girl

아나와 오토

아나와 오토는 운명의 연인들입니다. 데이트하는 엄마 아빠 덕택에 초등학생 시절부터 서로에 대한 애정을 품어 왔던 이들은 부모들이 결혼한 뒤로는 거의 근친상간과 같은 은밀한 관계를 끌어왔습니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서로를 위해 창조된 존재들입니다.

그러나 여기 조금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운명의 연인들'이라는 표현이 거창한 수사가 아니라 건조한 사실 기술이라는 것이죠. 이들은 정말 얄미울 정도로 배배꼬인 운명에 의해 얽혀져 있습니다. 운명은 이들을 인형처럼 양손에 하나씩 쥐고 가지고 노는 것 같습니다.

이들의 이름 자체도 그런 운명을 암시합니다. Ana와 Otto는 모두 회문 palindrome입니다. 앞으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같은 이름이지요. 이 이름들은 우리의 두 주인공들을 빙빙 도는 얄미운 운명의 수레바퀴 속에 밀어넣는 수많은 장치들 중 하나입니다.

영화는 수많은 반복과 순환과 이들을 정당화하는 불가능한 우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같은 이름들은 계속 튀어나오고 비슷한 인생의 사건들도 계속 반복되는데, 이 모든 게 매정한 시나리오 작가가 휘갈겨 쓴 것 같은 거미줄과 같은 우연의 일치에 의해 조작되는 것이지요. 아니, 이들의 세계에서는 우연이 없습니다. 그건 모두 운명입니다.

아나와 오토

영화 중반을 넘어서면 아나와 오토는 그냥 이 운명에 자신을 맡깁니다. 이들이 조금이라도 현실적인 사람들이었다면 드라마는 없었을 겁니다. 두 사람 모두 조금만 노력했다면 서로에게 연락할 수 있었을테니까요. 하지만 이들은 그러지 않고 그 어처구니없는 운명이 자신들을 어디까지 끌어갈지 실험합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들의 사랑은 우연한 첫만남부터 순전히 운명에 의해 조작되었기 때문이지요. 운명을 지워내면 그들의 관계는 의미를 잃습니다.

[북극권의 연인들]은 오래간만에 보는 그랜드 로맨스입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절대사랑'을 외쳐대는 몇 안되는 우리 시대 영화입니다. 하지만 아나와 오토의 이야기가 아무리 비극적이고 운명적이라고 해도 영화의 전체 분위기는 은근히 발랄합니다. 그건 메뎀이 아나와 오토의 그랜드 로맨스를 진지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다루면서도 이들의 이야기에 섞인 주사위 놀이와 같은 얄미운 게임의 경박한 느낌 역시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지한 감정과 가벼운 오락이 결합한 이 영화의 분위기는 뭐랄까, 참 묘합니다. 하긴 로맨스 자체가 오락이긴 합니다만.

영화의 육체를 구성하는 시청각적 요소들은 아름답고 효율적입니다. 메뎀은 이들의 로맨스를 차가운 얼음과 눈의 이미지로 묘사하고 있는데, 두 가지 면에서 이 선택은 정확합니다. 겨울과 북극권의 창백한 이미지는 이 이야기에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두 주인공을 엮어주고 떼어내는 매정한 운명에 대한 정확한 상징이 되기도 하거든요.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의 음악 역시 이야기의 로맨틱하고 과장된 느낌을 어디까지 끌어가야할지 잘 알고 있습니다.

아나와 오토

아나와 오토는 세 쌍의 배우들에 의해 연기되는데, 이들의 전환이 얼마나 자연스러운가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의견이 엇갈릴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개별적인 연기들은 모두 좋았습니다. 주인공들의 성인 시절을 연기한 나와 님리와 펠레 마르티네스는 모두 이 영화의 과장된 우울증과 자아도취를 멋지게 살려냈습니다. 페루 메뎀과 사라 발리엔테(귀여워요!)와 빅토르 유고 올리베이라와 크리스텔 디아스도 각 연령별에 맞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고요. (03/03/17)

DJUNA

기타등등

어린 오토를 연기한 페루 메뎀은 훌리오 메뎀의 아들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