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브래드 앤더슨 Brad Anderson

주연
크리스찬 베일....트레버 레스닉
Christian Bale....Trevor Reznik
제니퍼 제이슨 리....스티비
Jennifer Jason Leigh....Stevie
아이타나 산체스-지욘....마리
Aitana Sánchez-Gijón....Marie
존 섀리던....아이번
John Sharian....Ivan
마이클 아이언사이드....밀러
Michael Ironside....Miller
매튜 로메로 무어....니콜라스
Matthew Romero Moore....Nicholas

트레버

브래드 앤더슨의 전작 [세션 나인]이 고전적인 '귀신들린 집' 이야기를 현대적 감성으로 새로 디자인한 영화라면, 그의 다음 작품인 [머시니스트]는 역시 고전적인 서브 장르인 [영혼의 카니발]식 악몽입니다. 우리의 주인공이 어느 날부터 이해할 수 없는 불길한 현상에 시달리는데, 그게 막판의 반전으로 설명된다는 거죠.

보다 구체적으로 줄거리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계공인 트레버 레스닉은 1년 전부터 잠을 자지 못합니다. 그 때문에 체중이 끔찍하게 줄어 거의 딴 사람 같죠. 그것만이면 그래도 괜찮을텐데, 슬슬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기계공이 눈에 보이고, 냉장고 문에는 교수형 게임을 하다 만 듯한 포스트잇이 발견되며, 친분있는 웨이트레스의 아들과 함께 간 놀이공원에서는 결코 애들이 봐서는 안 되는 이상한 설비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트레버는 영화 내내 필사적으로 악몽과 현실을 가려내고 악몽에서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는데, 막판에 이 모든 악몽들이 1년 전에 일어난 어떤 일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크리스찬 베일입니다. 그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그보다 더 눈에 뜨이는 건 그의 신체적 변화죠. 그는 이 영화를 찍기 위해 30킬로나 뺐습니다. 얼핏보면 베일임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입니다. 영화사상 신기록이랍니다. 그리고 그 끔찍한 외모의 변화는 정말 굉장히 드라마틱합니다. 베일은 그냥 마른 사람처럼 보이지 않고 몇 개월 동안 끔찍한 고통을 받으며 서서히 말라붙은 사람처럼 보입니다. 아무런 연기를 하지 않고 서 있어도 그의 육체는 무언가 말을 하고 있는 거죠.

산문적이고 건조한 철근 콘크리트 세계 속에서 현대 도시의 악몽을 끌어내는 앤더슨의 테크닉도 이 영화에서는 근사하게 빛을 발합니다. 이 영화는 정말 사람 신경을 긁습니다. 크리스찬 베일의 뼈만 남은 육체가 그런 것처럼 이 영화에 묘사되는 도시는 그 자체가 몽유병자의 악몽입니다. 어디로 가도 탈출구는 존재하지 않는 지옥과 같은 곳이죠. 영화가 끝나고 트레버가 '이제 잠 좀 잤으면 좋겠어'라고 말할 때 동의하지 않는 관객들은 없을 겁니다. 그만큼이나 이 영화의 폐소공포증은 잘 설계되어 있어요.

문제가 있다면 아마 결말일 겁니다. 반전 논리 자체는 무리가 없습니다. 장르에 익숙한 관객들은 아마 영화 초반부터 무엇이 흘러나올지 알아차렸겠지만 그게 그리 큰 잘못은 아니죠. 문제는 이 반전이 너무 명확해서 오히려 영화 전체의 악몽과 같은 분위기를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결말의 진상을 암시만 하고 어느 정도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면 지금까지 끌어온 이야기의 스케일이 갑자기 축소되는 이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05/04/01)

DJUNA

기타등등

미국 감독과 미국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지만 사실 스페인 영화라고 해도 틀리지는 않습니다. 스페인에서 찍었고 대부분의 스탭들도 스페인인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