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윌리엄 케일리 William Keighley

주연
베티 데이비스....매기 커틀러
Bette Davis....Maggie Cutler
앤 셰리던....로레인 셸든
Ann Sheridan....Lorraine Sheldon
몬티 울리....셰리던 화이트사이드
Monty Woolley....Sheridan Whiteside
리처드 트래비스....버트 제퍼슨
Richard Travis....Bert Jefferson
지미 듀란티....밴조
Jimmy Durante....Banjo
빌리 버크....데이지 스탠리
Billie Burke....Daisy Stanley
레지널드 가디너....베벌리 칼튼
Reginald Gardiner....Beverly Carlton
엘리자베스 프레이저....준 스탠리
Elisabeth Fraser....June Stanley
그랜트 미첼....어네스트 W. 스탠리
Grant Mitchell....Ernest W. Stanley
조지 바비에....E. 브래들리 박사
George Barbier....Dr. E. Bradley
메리 윅스....프린 간호사
Mary Wickes....Nurse Preen
러셀 암즈....리처드 스탠리
Russell Arms....Richard Stanley
루스 비비언....해리엇 스탠리
Ruth Vivian....Harriet Stanley
에드윈 스탠리....존
Edwin Stanley....John
베티 로드먼....사라
Betty Roadman....Sarah

매기와 화이트사이드

[만찬에 온 사나이 The Man Who Came to Dinner]는 극작가 콤비 조지 S. 카우프먼과 모스 하트의 가장 유명한 브로드웨이 히트작입니다. 전 이 작품에 개인적인 애착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이 희곡이 집에 있는 세계 문학 전집에 수록되어 있었고 어렸을 때 제가 틈나는 동안 끝도 없이 되풀이 읽었던 희곡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이 작품의 탄생담은 유명합니다. 전설에 따르면 모스 하트는 알곤퀸 원탁의 멤버이자 유명한 독설가였던 비평가 알렉산더 울코트를 별장에 초대했다가 그의 고약한 성격 때문에 애를 먹었던 모양입니다. 울코트가 간신히 떠나자 (방명록에 "I wish to say that on my first visit to Moss Hart's house I had one of the most unpleasant evenings I can ever recall having spent."라는 고약한 글을 남기고요.) 하트는 카우프먼과 함께 '만약 그가 다리라도 부러져서 집에 남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끔찍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고 곧 그 아이디어는 독설가이고 괴짜인 고약한 라디오 호스트가 오하이오의 평범한 가족을 방문했다가 엉덩이 뼈가 부러져 눌러앉는다는 [The Man Who Came to Dinner]의 설정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작품은 이중으로 사디스틱합니다. 연극은 주인공인 화이트사이드의 극악한 성격을 과장하며 모델인 울코트를 놀려대고 있고 (다행히도 울코트는 이 작품을 아주 좋아했다더군요) 그런 화이트사이드 캐릭터를 이용해 평범하고 순진한 미국 가정의 구성원들의 삶을 처참하게 박살내면서 흥겨워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모자란다고 생각했는지, 카우프먼과 하트는 화이트사이드의 비서인 매기와 동네 신문기자인 버트 제퍼슨의 로맨스를 끌어들여 보다 안전한 맛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영화는 어땠을까요? 이 작품은 [카사블랑카]의 각본가 엡스타인 형제에 의해 각색되었고 베티 데이비스, 앤 셰리던과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과 브로드웨이 초연 때 화이트사이트를 연기했던 몬티 울리를 함께 캐스팅하고 있습니다. 몬티 울리가 당연히 주연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이 세번째에나 올라오는 건 그가 데이비스나 셰리던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명이었기 때문이지요.

영화는 원작의 많은 장면들을 그대로 담고 있고 화이트사이드가 스탠리 집안을 방문하는 프롤로그와 같은 자잘한 장면들을 추가한 것 이외에는 특별히 덧붙인 부분도 없습니다. 그건 원작의 장점인 어수선한 난장판과 위트 넘치는 독설들이 영화에도 상당히 많이 남아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몬티 울리의 연기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브로드웨이 때와 바뀐 게 별로 없었을테니 당시 이 작품이 어떤 식으로 초연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래도 전 연극에서 영화로 옮겨지는 동안 맛이 상당히 떨어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 이 작품을 무대에서 본 적이 없지만 (조금 애를 썼으면 볼 수도 있었겠죠. 국내에서도 몇 번 공연된 적 있으니까요) 머릿속에서 제 나름대로의 공연을 수없이 그려봤기 때문에 영화가 조금 실망스러웠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원작의 가장 큰 매력이 요란한 난장판이라는 점입니다. 무대 이곳저곳에 할리우드 스타들과 남극에서 온 펭귄들, 교도소에서 잠시 나온 사형수들이 돌아다니고 허버트 조지 웰즈나 엘리노어 루즈벨트와 같은 명사들이 건 전화가 걸려오는 동안 별다른 의미는 없지만 흥겨운 소동이 벌어지는 거죠. 하지만 영화의 스탠더드 화면과 모든 사건들을 일대일로 묘사하는 소박한 스타일은 원작이 가진 그 난장판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번째 문제는 캐스팅입니다. 아니, 배우들이 특별히 일을 잘 못했다는 건 아닙니다. 그들이 캐릭터들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베티 데이비스와 같은 거물이 비교적 작은 역인 매기를 연기하게 되면서 영화의 균형은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화이트사이드의 고약한 성격을 살리기 위한 도구여야 할 로맨스가 너무 커져버려 화이트사이드한테서 후광을 어느 정도 빼앗아 버린 것이지요. 그 로맨스가 그렇게 흥미진진한 것이 아니어서 더욱 영화의 기가 죽었고요. 그리고 아무리 베티 데이비스가 수수한 캐릭터를 잘 연기했어도, 그 사람이 스타라는 걸 아는 관객들에겐 베티 데이비스가 평범한 보통 사람이고 앤 셰리던이 화려한 할리우드 스타인 설정은 충분히 힘을 얻을 수 없었을 겁니다.

[The Man Who Came to Dinner]는 여전히 잘 만든 영화입니다. 하지만 전 그냥 원작을 다시 읽는 편이 더 좋습니다. 할리우드 버전도 나쁘지 않지만 전 제가 머릿속에서 연출한 연극 버전이 더 좋답니다. (03/06/09)

DJUNA

기타등등

1. 이 작품은 실존 인물들을 놀려댄 많은 농담들로 가득하지만 현대 관객들은 대부분 놓칠 겁니다. 예를 들어 코미디언 밴조는 하포 막스를, 베벌리 칼튼은 노엘 카워드를 흉내낸 캐릭터랍니다. 하지만 이런 농담들은 원래 수명이 짧은 법이죠.

2. 원래는 존 배리모어가 화이트사이드를 연기할 예정이었답니다. 하지만 대사를 암기하지 못해 하루만에 해고당했다고 해요. 배리모어와 공연하기 위해 이 작품의 각색 작업에 적극적이었던 데이비스는 그 때문에 무척 실망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