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널드 님 Ronald Neame

주연
클리프턴 웹....유언 몬태규 소령
Clifton Webb.... Lieutenant Commander Ewen Montagu
글로리아 그레이엄....루시 셔우드
Gloria Grahame....Lucy Sherwood
로버트 플레밍....조지 에이커즈 중위
Robert Flemyng....Lieutenant George Acres
조세핀 그리핀....팸
Josephine Griffin....Pam
스티븐 보이드....패트릭 오레일리
Stephen Boyd....Patrick O'Reilly
로렌스 네이스미스....크로스 제독
Laurence Naismith....Admiral Cross
제프리 킨....나이 제독
Geoffrey Keen....General Nye

1.

1943년, 북 아프리카에서 승전을 거듭하던 연합군은 슬슬 지중해 해안에 상륙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적합한 상륙 장소로 보이는 곳은 시칠리아 해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계획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시칠리아를 최적의 상륙 장소로 생각하는 측은 연합군뿐만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어떻게 하면 독일군의 시선을 돌려 직접 충돌을 피할 수 있을까요?

이 고약스러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사람은 영국 해군 첩보부의 유언 몬태규 소령이었습니다. 그가 제시한 작전은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인 것이었습니다. 그의 계획은 가상의 장교를 하나 만든 다음, 시체를 하나 골라 그 장교로 위장시키고, 그 시체에 독일군을 따돌릴 정보를 매달아놓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작전은 곧 실행에 들어갔고, 1943년 5월, 윌리엄 마틴이라는 장교의 시체가 스페인 해안에 밀려들어왔습니다. 덥썩 그 미끼를 문 독일군은 시칠리아에서 병력을 철수시켰습니다. 따지고 보면 몽고메리와 패튼이 시칠리아에 그처럼 손쉽게 상륙할 수 있었던 것도 이 이름없는 남자의 시체 때문이었습니다.

극비로 분류되어 있던 이 작전이 노출된 것은 순전히 윈스턴 처칠의 허세 때문이었습니다. 이 완벽한 에스피오나지 작전에 신이 났던 그는 전후에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그 이야기를 떠들어댔거든요. 첩보부는 당연히 열받았지만, 처칠은 오히려 그 사건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라고 명령했습니다. 그 결과 몬태규가 직접 쓴 [The Man Who Never Was]라는 책이 나왔고 그 책은 곧 로널드 님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습니다. 그게 바로 이 영화죠.

2.

영화는 어떨까요? 나쁘지는 않습니다. 로널드 님은 괜찮은 감독이니까요.

그러나 아무래도 윌리엄 마틴 소령의 이야기는 그렇게까지 영화화에 적절한 소재는 아니었습니다. 왜일까요? 그건 마틴의 이야기가 너무나 완벽한 성공작이기 때문입니다. 너무나도 쉽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드라마가 없는 것이지요. 이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영국군이 시체를 버렸다. 그걸 줏은 바보같은 독일군이 속았다. 땡.

이렇게 끝날 수는 없죠. 그래서 작가인 마이클 볼친은 몇가지 드라마를 삽입합니다. 하나는 윌리엄 마틴의 가상 애인 '팸'을 확대시킨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마틴 대령의 여자 친구 '루시'는 반쯤 실존인물입니다. 루시의 실제 삶이 가짜 연애 편지에 반영되어 있었고 그 때문에 독일 측을 속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죠. 다른 하나는 영국에 침투한 독일측 스파이가 윌리엄 마틴이 실존인물인지 조사한다는 것입니다.

둘 다 그렇게 대단한 드라마는 아닙니다. 루시 이야기는 엉터리 멜로드라마가 억지로 비집고 들어와 어색하기 짝이 없고, 독일측 스파이 이야기에도 별다른 서스펜스나 내용은 없습니다. 결국 영화는 승전국의 자화자찬으로 끝나고 말았어요. 윌리엄 마틴의 이야기는 픽션보다 놀라운 사실이긴 했지만, 픽션보다 흥미진진한 사실은 아니었습니다. 좋은 픽션의 소재가 될만한 사실도 아니었고요.

3.

몬태규 역의 클리프턴 웹은 언제나처럼 좋습니다. 하지만 그에겐 별다른 연기의 기회가 없습니다. 오히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독일군 스파이를 연기한 스티븐 보이드입니다. 당시 풋풋한 풋내기였던 보이드는 이 영화에서 이미지가 아주 강해서, 그의 역이 그처럼 하찮다는 게 이상할 지경입니다. 가장 나쁜 배우는 루시 역의 글로리아 그레이엄입니다. 원래 역도 별로 좋지 않은데다가 오버의 극치를 달리는 이 배우의 요란한 연기 때문에 보는 것 자체가 어색하기 짝이 없답니다. 왜 그레이엄처럼 좋은 배우가 이 영화에선 이렇게 죽을 쑤었는지 몰라요. (00/03/14)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몬태규 소령이 잠시 지나가는 카메오로 나온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