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피델 쿡 Fielder Cook

주연
안나 파퀸....프랭키 애덤즈
Anna Paquin....Frankie Addams
알프레 우다드....버니스 새디 브라운
Alfre Woodard....Berenice Sadie Brown
코리 던....존 헨리
Corey Dunn....John Henry
엔리코 코란토니....애덤즈 씨
Enrico Colantoni....Mr. Adams
앤 트렘코....재니스
Anne Tremko....Janice
매트 맥그라드....자비스
Matt McGrath....Jarvis
알프레드 위긴즈....T. 윌리엄즈
Alfred Wiggins....T. Williams
조앤 팬코우....레이 부인
Joanne Pankow....Mrs. Wray
잭 랜드리....빨강 머리 병사
Jack Landry....Red-Haired Soldier

듀나 어디를 가나 [TV 문학관]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라고 한다면 BBC에서 꾸준히 만들어내고 있는 마스터피스 시어터 물들이 있지요. 미국에서는 홀마크와 아메리칸 플레이하우스의 텔레비전 영화들이 있고 캐나다에는 설리번 프로덕션이 있습니다. 나라와 회사는 다르지만 그런 작품들의 성격들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저명한 원작, 좋은 배우들, 안전한 각색과 연출.

홀마크에서는 꾸준히 미국의 고전들, 그것도 지극히 미국적인 여러 문학작품들을 안전하게 (나쁘게 말하면 진부하게) 각색해 만들어 왔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월라 캐서의 원작을 각색한 [나의 안토니아]가 비디오로 들어와 있지요. 엘리나 뢰벤존이 안토니아로 나오는 작품입니다만, 기억나요?

[결혼식의 멤버]도 그런 작품들 중 하나입니다. 슬쩍 봐도 공식에 어긋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카슨 맥컬러즈의 고전이 원작이고 알프레 우다드와 안나 파퀸이라는 양질의 배우가 출연하며 연출은 온순하고 안전합니다.

파프리카 지나치게 안전합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맥컬러즈가 쓴 [결혼식의 멤버]는 결코 안전한 작품이 아니니까요! 심지어 홀마크가 표방하는 것처럼 가족적인 작품도 아닙니다. 영화는 존 헨리와 허니의 죽음과 같은 여러 비극적인 요소들를 삭제시키고 프랭키가 클럽에서 따돌림 당하는 장면 같은 것을 간략하게 줄여서 훨씬 먹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와 함께 면도날을 가지고 노는 것 같은 맥컬러즈의 미묘한 위태로움도 같이 사라지고 말았지요.

듀나 하지만 이 작품은 맥컬러즈의 연극을 각색한 것이 아닙니다. 연극의 원작인 중편 소설을 그대로 옮긴 것이지요. 원작 소설은 연극만큼 자극적인 요소가 없습니다.

그리고 연극보다 강렬한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맥컬러즈의 연극에서는 단순히 배경음으로 처리한 결혼식 소동은 그대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빨강 머리 병사가 프랭키를 강간하려고 하는 부분도 마찬가지고요.

파프리카 그 블루 문의 강간 미수 장면은 좀 어색했습니다. 아마 안나 파퀸이 나이에 비해 훨씬 어려 보이는 배우이기 때문일 거예요. 프랭키는 12살이지만 큰 키 때문에 14살 쯤으로 보이고 핑크색 새 옷을 입고 F. 재스민으로 변했을 때는 16살 쯤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안나는 14살이지만 작은 몸집과 동안 때문에 어떤 옷을 입어도 12살 쯤으로 보이지요. 따라서 그 병사가 프랭키를 강간하려고 할 때, 그는 또다른 험버트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렇잖아요? 이 작품에서 성장의 두려움은 중요한 주제이고 강간 미수 에피소드는 그런 두려움이 가장 절실하게 나타나는 부분입니다. 빨강 머리 병사가 프랭키를 강간하려고 했다면 그는 성인인 F. 재스민을 덮쳤어야 했습니다. 그가 페도파일이라면 주제 자체가 달라지고 마니까요.

듀나 확실히 안나는 프랭키 역으로 처음 생각해낼 만한 배우는 아닙니다. 외모를 봐도 다르지만 연기 스타일도 그렇지요. 안나는 결코 '사실적인' 연기를 하는 배우가 아니니까요. 안나는 가슴 속에 무얼 담고 있건간에 그것들을 모조리 외부로 표출해냅니다. 그런 연기는 매우 극적이고 강렬하지만 카슨 맥컬러즈의 섬세한 작품에는 안 어울리는 면도 있죠.

알프레 우다드 역시 버니스 역으로는 조금 이상합니다. 버니스치고는 지나치게 우아하고 세련된 배우지요. 이 배우는 도회지 출신의 품위있는 지식인으로 보일 수는 있어도 둔한 남부 출신 요리사로 보이지는 않아요.

파프리카 그러나 그들은 둘 다 좋은 배우이고 이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도 좋았습니다.

듀나 맞아요.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은 바로 그 어긋남입니다. 살짝 어긋난 배우들 때문에 영화에는 엉뚱한 긴장감이 조성되고 그 긴장감은 영화에 활력을 줍니다. 그리고 쿡의 연출에서 돋보이는 장면들은 영화적인 요소들이 아니라 두 배우의 연기를 보조해 주는 비교적 연극적 장치들입니다. 프랭키가 갑자기 자기 생각에 도취되어 히스테리를 일으키는 장면에서 쿡은 프랭키에게 식칼을 들려 줍니다. 프랭키는 절정에 가까워지자 칼을 거의 흉기처럼 휘둘러대는데, 하는 이야기가 어떤 것이건 정말로 정말로 그 아이는 위험해 보입니다!

파프리카 안나의 경우는 줄리 해리스가 가지지 못했던 몇몇 장점들이 있습니다. 안나의 연기가 '사실적'이 아니라는 점은 동의하지만 스타일이 어찌되었건 훨씬 '믿을 수가 있습니다.' 실시간적 체험이라는 잇점이 작용했기 때문이겠지요.

듀나 알프레 우다드의 버니스는 에셀 워터스의 묵직한 무게감은 없습니다. 새 버니스는 삶의 잡티들이 끝없이 머리 위로 내리는 것을 그냥 버려둘 사람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훨씬 똑똑하고 야무지며 또 약간은 가벼워 보입니다. 저로서는 알프레 우다드의 버니스가 프랭키가 신혼부부의 차로 돌진하도록 그대로 방치했다는 사실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파프리카 저는 [결혼식의 멤버]가 기존의 홀마크 각색물보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마도 맥컬러즈 자신이 이 작품을 연극으로 각색해서 이미 방향을 제시해주었기 때문에 각색이 쉬워지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부분들은 원작 그대로인 장면들이거든요.

하여간 영화가 너무 짧습니다.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30분 정도가 더 필요해요.

듀나 어쩌겠어요. 광고를 잔뜩 끼워넣고 2시간 안에 마쳐야 하는 영화인데요... (97/06/18)

D&P

기타등등

1. 이 영화의 프랭키는 [엑스 맨]의 로그와 유사점이 많은 인물입니다.

2.진네먼의 영화에서 프랭키를 연기했던 줄리 해리스는 거의 30살이었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