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고입 Li Kao

주연
이청....잉어 정령/목단
Ching Lee....The Carp Spirit/Peony
능파....장진
Ivy Ling Po....Zhang Zhen

잉어 정령과 장진

네, 이번에도 능파 주연의 황매극입니다. 능파가 연기하는 장진은 송나라 시대의 가난한 서생인데, 어린 시절부터 제상의 딸인 금목단이라는 처자와 약혼한 사이입니다. 딸이 몰락한 집안의 아들과 엮이는 게 영 불편한 제상은 그를 일단 집에 머물게 하면서 시간을 끕니다. 한 편 그 집 앞 연못에는 천년 묵은 잉어의 정령이 살고 있었는데, 가끔 연못에 나오는 장진에게 반해 목단의 모습으로 그를 유혹하기 시작해요. 잉어를 목단이라고 생각한 장진은 당연히 아주 곤란한 지경에 빠지고요.

분명히 원작이 있는 이야기일 겁니다. 원래 이런 영화들은 다들 원작이 있고, 유명한 판관 포청천이 중간에 등장하거든요. 아마 [포청천] 시리즈에도 같은 소스를 다룬 에피소드가 있을 거예요. 얼마 전에는 [천지전설지 어미인]이라는 20부작 시리즈가 나온 모양인데, 그 역시 소스가 같은 모양입니다. 제가 본 영화보다는 내용이나 분위기가 훨씬 어두운 모양이지만요.

주인공이 연못에 사는 잉어 정령/요괴이니, [The Mermaid]라는 영어 제목은 조금 억지스럽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정말 디즈니 [인어공주] 풍이에요. 특히 온갖 연못 속의 생물들이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장면은요. 그 [뽀뽀뽀] 분장이 어쩜 그렇게 천진난만하고 귀엽던지. 액션 장면도 진짜 싸움보다는 양식화된 댄스에 가까워, 오히려 디즈니 애니메이션보다 더 어린이 영화 같아요.

이 영화에서는 [실수연발]식 설정을 유감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굉장히 많은 일인 이역들이 등장한다는 거죠. 목단/잉어 정령뿐만 아니라 포청천과 부하들 역시 모두 연못 동물들이 변신한 도플갱어들과 상대해야 하지요. 이들이 나오는 장면들은 모두 자연스럽고 유기적으로 완벽하게 통합되어 있는데, 아마 그건 음악이 많은 황매극이라 리듬을 맞추기 쉬워서였을 거예요.

[어미인]은 황매조 영화라는 뮤지컬 장르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입니다...라고 제가 말하기엔 이 장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죠. 솔직히 전 몇몇 유명한 노래들만 빼면 이 장르에 나오는 음악들이 다 비슷비슷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꽤 독특한 음악들이 있어요. 딱딱거리는 타악기를 반주로 한 레지타티브와 같은 것들요. 역시 자세한 논평은 삼가겠습니다. 전 여전히 여기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니.

이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배우는 이청(리칭)입니다. 요샌 왜 이 사람이 당시 그렇게 인기였는지 알 것 같아요. 개성 강한 얼굴은 아니에요. 하지만 무척 귀엽고 친근하며 호소력도 은근히 강하네요. 이 사람이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일인이역 연기는 그렇게까지 엄청난 기교가 들어있지는 않지만 매력적이고 사랑스럽습니다. 능파와 호흡도 참 잘 맞는 편이고요. 둘이 착 붙어 있는 걸 보면 참 귀여워요.

[어미인]은 오밀조밀하고 꽉 찬 영화입니다. 결코 성숙한 이야기라고는 할 수 없지만 사람으로 변장한 잉어 정령이 나오는 영화에서 그런 걸 기대하는 건 웃기는 일이죠. 그냥 별 생각없이 편하게 마음을 열고 이 귀여운 스펙터클을 즐기세요. (05/09/19)

DJUNA

기타등등

능파는 고입 감독의 다른 포청천 영화인 [송궁비사]에도 나오죠. 여자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