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지 스티븐즈 George Stevens

주연
진 아서....코니 밀리건
Jean Arthur....Connie Milligan
찰스 코번....벤자민 딩글
Charles Coburn....Benjamin Dingle
조엘 맥크리....조 카터
Joel McCrea....Joe Carter
리처드 게인즈....찰스 J. 펜더가스트
Richard Gaines....Charles J. Pendergast
스탠리 클레멘츠....모튼 로다키위츠
Stanley Clements....Morton Rodakiewicz

1.

1940년대 당시 워싱턴 D.C.의 주택란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전쟁 때문에 발생한 비정상적인 인구 집중 때문이었지요. 집은 부족하고 사람은 늘어나니 어쩌겠어요. 같은 집에서 여러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야지.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상황은 여기서 발생합니다. 우리의 주인공 코니 밀리건은 워싱턴 주택난 해소에 이바지하고자 룸메이트를 구하는 광고를 냅니다. 이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은 이틀 일찍 워싱턴에 도착해 호텔 방을 못 구한 백만장자 기업가 벤자민 딩글이었어요. 염치없게도 그는 자기 방의 절반을 워싱턴에 막 찾아온 조 카터라는 청년에게 빌려줍니다. 지금까지 시계처럼 정확하게 움직였던 코니의 삶은 이 두 남자 때문에 엉망이 되기 시작합니다. 딩글이 카터를 엄연한 약혼자까지 있는 코니와 맺어주려고 중매쟁이 노릇을 시작한 뒤로는 더욱 더 그렇고요.

2.

전에도 말했지만 조지 스티븐즈는 스크루볼 코미디에는 잘 맞지 않는 감독입니다. 아니, 원래부터 '작은' 영화에는 잘 맞지 않아요. 스티븐즈의 진가는 러닝타임이 길고 주제가 방대하며 내용이 심각할 때 가장 빛을 발합니다.

[한 여자와 두 남자]에서도 스티븐즈는 결코 능숙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스크루볼 코미디에 필수적인 속도감은 심각할 정도로 떨어지고 도입부의 '문닫기' 코미디는 미적지근합니다. 그는 쉽게 넘겨도 될 부분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다루고 한 자리에 너무 오래 남아 있습니다. 한마디로 맥빠져요.

후반부로 넘어가면 사태는 더 심각해집니다. 스크루볼 코미디로 시작한 영화지만 영화엔 이상할 정도로 심각한 '2차 세계 대전 멜로드라마'가 섞여 있어요. 특히 코니와 카터의 관계가 발전되는 후반부로 넘어 가면 영화는 더 이상 코미디가 아닙니다. 꼭 스티븐즈의 탓은 아니겠지만 (꽤 많은 각본가들을 오간 영화입니다) 일관성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이게 나쁘기만 한 걸까요?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둘의 엉성한 결합은 어딘지 모르게 인상적입니다. [한 여자와 두 남자]는 결코 완벽한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잘 맞지 않는 이 두 요소들은 묘하게 얽히면서 관객들에게 독특한 정서적 반응을 일으켜요. 게다가 드라마 부분은 코미디 부분보다 훨씬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영화는 뒤로 갈수록 좋아집니다. 나름대로 심각해질 가치는 있었던 거예요.

영화 속에 섬세하게 배어있는 40년대 당시 워싱턴의 풍속도 역시 현대 관객들의 관심을 끕니다. 코미디가 가장 확실하게 기능하는 부분도 풍속 묘사를 할 때고요.

3.

많은 사람들은 진 아서의 최고 걸작으로 이 영화를 꼽습니다. 글쎄요... 전 [사랑의 별장]이나 [A Foreign Affair]의 진 아서가 더 좋습니다만, 아서가 여기서 훌륭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이 영화는 아서가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오른 유일한 영화입니다.

아카데미 상을 받은 사람은 딩글 씨 역을 한 찰스 코번입니다. 그 역시 좋습니다. 친근감 넘치고 귀엽게 별나지요. 단지 각본이 그 친근감을 망쳐놓습니다. 사실 딩글 씨는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귀찮고 짜증나는 남자이기도 하니까요.

둘에 비해 조엘 맥크리는 좀 평범한데, 그걸 꼭 그 사람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평범함이 영화에 대충 맞기도 해요. 이미 귀찮은 딩글 씨가 있는데 조 카터까지 튀었다면 코니의 삶은 정말 끔찍해지지 않았겠어요?

4.

이 영화는 66년에 [Walk, Don't Run]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주연은 케리 그랜트(그의 마지막 영화였습니다,) 사만다 이거, 짐 허튼이었어요. 무대는 올림픽이 열리던 도쿄로 바뀌었고 케리 그랜트가 딩글 씨 역을 했지요.

얼마 전에 AFKN에서 하는 걸 봤는데, 이 역시 괜찮았습니다. 오히려 원작보다 더 날씬하고 부담없는 코미디였지요. 그러나 원작이 가진 그 엉뚱한 분위기가 없어서 너무 안전해보였습니다. (99/09/13)

DJUNA

기타등등

딩글 씨와 조 카터는 코니의 약혼자 펜더가스트가 42살의 '늙은' 나이라는 걸 트집잡고 놀려댑니다. 하지만 (IMDb의 자료를 믿는다면) 이 영화를 찍을 당시 진 아서의 나이가 정확히 42살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