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어빙 피첼 Irving Pichel
어네스트 B. 쇼어드색 Ernest B. Schoedsack

주연
조엘 맥크리....로버트 레인스포드
Joel McCrea....Robert Rainsford
페이 레이....이브 트루브리지
Fay Wray....Eve Trowbridge
레슬리 뱅크스....자로프 백작
Leslie Banks....Count Zaroff
로버트 암스트롱....마틴 트루브리지
Robert Armstrong....Martin Trowbridge
노블 존슨....이반
Noble Johnson....Ivan
스티브 클레멘토....타르타르
Steve Clemento....Tartar
더치 헨드리안....스카페이스
Dutch Hendrian....Scarface
윌리엄 B. 데이비드슨....선장
William B. Davidson....Captain

이브와 밥

어빙 피첼과 어네스트 B. 쇼어드색이 감독한 [위험한 게임]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 저처럼 리처드 코넬의 원작 단편을 먼저 읽었을 겁니다. 코넬의 소설은 거의 완벽하게 짜여진 서스펜스 걸작이죠. 여기서 뭐 하나라도 잘못 건드린다면 그 각색은 흐트러지게 됩니다.

원작은 아주 간략해요. 레인스포드라는 미국인 사냥꾼이 조난당해 외딴 섬에 도착합니다. 그 섬의 주인은 자로프 백작이라는 코자크 귀족인데, 동물들을 사냥하는 게 진력이 나서 게임의 수준을 조금 높였죠. 동물 대신 인간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던 겁니다. 레인스포드는 곧 자로프의 다음 사냥감이 되고 둘은 쫓고 쫓기는 추적전을 벌이죠. 이 소설에서 중요한 건 레인스포드와 자로프 두 명이고 소설도 두 사람의 갈등만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모든 걸 확장시켰어요. 레인스포드가 조난당하는 도입부에도 은근히 사람들이 많이 나오고 섬에서는 레인스포드 말고도 트루브리지 남매라는 사람들이 먼저 와 있습니다. 레인스포드는 혼자 달아나는 대신 남매의 동생인 이브 트루브리지와 함께 팀을 이루죠. 두 남자의 일대일 대결이라는 구도 자체가 날아가버리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이야기는 산만해지지요. 겨우 63분짜리인 영화인데도 말이죠.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각색은 아니에요.

마찬가지로 영화는 캐스팅이나 연기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닙니다. 조엘 맥크리는 좋은 전문배우지만 레인스포드의 야무지고 치열한 느낌이 떨어집니다. 레슬리 뱅크스의 과장된 연극투의 연기는 우스꽝스러울뿐이라 냉정하고 위험하게 보여야 할 자로프가 과장된 가짜 악센트를 남발하는 코미디언처럼 보여요. [킹콩]의 팬들이라면 페이 레이나 로버트 암스트롱의 등장이 반갑겠지만, 그들은 사실 불필요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없어도 되는 사람들이었어요.

그러나 그럼에도 [위험한 게임]은 여전히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일단 특수효과와 세트의 질이 좋아요. [킹콩]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회사에서 같은 사람들이 만든 영화라 일단 세트를 공유할 수 있었거든요. 그보다 더 좋은 건 [킹콩]에서도 찾아 볼 수 있는 자연과 모험에 대한 열광입니다. 최첨단 특수효과와 스턴트에 익숙해진 지금 관객들에겐 이 영화의 액션 장면들이 다소 초라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그 열정만큼은 무시할 수 없을 거예요. 물론 나머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리처드 코넬의 원작이 가진 힘에 기대고 있지만요. (07/06/04)

DJUNA

기타등등

1. 원작은 여기에서 읽으세요.

2. 제목의 'game'은 그냥 게임으로 번역할 수도 있지만, 사냥감으로 번역될 수도 있죠. 영화 대사에서는 주로 후자의 의미로 쓰고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