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크 펠링턴 Mark Pellington

주연
리처드 기어....존 클라인
Richard Gere....John Klein
로라 린니....코니 파커
Laura Linney....Connie Parker
윌 패튼....고든 스몰우드
Will Patton....Gordon Smallwood
데브라 메싱....메리 클라인
Debra Messing....Mary Klein
루신다 제니....드니스 스몰우드
Lucinda Jenney....Denise Smallwood
앨런 베이츠....알렉산더 릭
Alan Bates....Alexander Leek

클라인과 파커

[모스맨]은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세미 다큐멘터리가 아니라는 건 분명히 해야겠어요. 일련의 모스맨 목격담이 포인트 플레전트에서 일어났고 모스맨의 목격, 예언, 실현의 과정 역시 실화와 많이 닮았지만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픽션입니다. 일단 실제 사건은 1960년대 말에 일어났지만 영화는 현대를 무대로 하고 있는 걸요. 이 영화의 주인공인 워싱턴 포스트지 기자 존 클라인이나 경찰관 코니 파커는 모두 가공인물이고요. 한마디로 영화는 60년대에 일어났던 알 수 없는 사건들의 뼈대를 빌려 현대로 옮겨와 픽션의 소재로 삼았던 거죠.

그런데 모스맨이 뭐죠? 모스맨은 1966년 가을부터 67년 겨울까지 웨스트 버지니아 주의 포인트 플레전트라는 마을에서 목격되었던 정체불명의 괴물입니다. 커다랗고 붉은 눈을 번뜩이는 사람 모습의 이 괴물은 등에 달린 날개로 자유자재로 비행할 수 있었다고 해요. 어처구니 없다고요? 이야기는 그것만이 아니랍니다. 모스맨이 목격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은 어느 정도 예지 능력을 지니게 된 것 같았습니다. 사방에 UFO가 나타났고 전화는 이상한 잡음을 냈으며 나중에 물어보면 당사자가 안 걸었다고 주장하는 정체불명의 가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외계인을 자칭하는 인드리드 콜드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돌아다니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불길한 예언을 해댄 것도 그 때부터였고요. 소동은 인드리드 콜드와 마을 사람들이 발전소 사고가 일어날 거라고 예언했던 1967년 12월 15일 그 동네의 실버 브리지가 러시아워 때 붕괴되면서 절정에 달했습니다. 아직도 그 동네 사람들은 그 사고가 모스맨의 짓이라고 믿는 모양이에요. 이 사건들은 당시 현장에 파견되었던 저널리스트 존 킬이 쓴 [The Mothman Prophecies]라는 제목의 책에 상세하게 기록되었습니다. 물론 그 소설은 이 영화의 원작이고 이 영화에 정보 제공자로 나오는 릭 Leek은 킬 Keel의 이름을 거꾸로 쓴 것입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극장용 장편 극영화용 같지는 않습니다. UFO나 괴물 목격담이 텔레비전용 영화로 만들어지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극장용 장편 영화로 만들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는 몰라도 일정한 깊이에 도달하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일단 이야기의 신빙성이 높지 않고 결정적으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모스맨]도 이런 소재의 함정에 반쯤 걸려 넘어졌습니다. 일단 모스맨 사건 자체가 굉장히 산만합니다. 일반적인 UFO 목격담이라면 일단 외계인이 타고 온 우주선이라고 우기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스맨 사건은 정말 정체불명이에요. 신비한 괴물과 예지 능력, 정체불명의 예언자와 대형 재난이 마구 섞여 있는데, 이걸 어떻게 묶어야 할 지 감이 안오니까요. 물론 [엑스 파일]처럼 '진실은 저 밖에 있다~~'식의 꼬리 흐리기를 쓰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장편 영화에서는 그래도 뭔가 더 해야 할 필요가 있죠.

실화와 픽션의 결합도 좀 위태롭습니다. 영화가 흥미로운 건 이야기 자체가 실화라는 건데, 아무리 실존 인물들을 모델로 했다고 해도 가공 인물들이 가공의 사건들을 끌어들인다면 순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게다가 극적 효과를 창출하고 결말을 내기 위해 삽입된 몇몇 장면들은 지나치게 인위적이더군요. 주지사에게 위험을 경고해주려던 클라인의 시도가 대표적인 예지요. 클라인과 파커의 로맨스도 구색 맞추기 위해 억지로 끼워넣은 티가 너무 나서 설득력이 없고요.

그래도 영화는 상당히 섬뜩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 죽음과 삶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을 보며 겪는 공포, 알고 싶지 않은 미래에 대한 공포와 같은 아주 원초적이면서도 은밀한 공포들이 영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거죠. 영화의 작위성과 혼란함을 잠시 잊는다면 [모스맨]이 제공하는 불쾌한 느낌은 상당히 강합니다. 물론 여러분이 1966년 포인트 플레전트에서 생긴 일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이 영화에 대한 반응도 달라지겠지만요. (02/04/24)

DJUNA

기타등등

데브라 메싱의 이름과 심각한 비극을 연결하기는 쉽지 않지만 정작 영화 안에서는 별 문제가 없더군요. 하긴 이 사람이 늘 코미디만 했던 것도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