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스티븐 소머즈 Stephen Sommers

주연
브렌든 프레이저....릭 오코넬
Brendan Fraser....Rick O'Connell
레이첼 바이스....에블린 카나한 오코넬
Rachel Weisz....Evelyn Carnahan O'Connell
존 한나....조나단 카나한
John Hannah....Jonathan Carnahan
아놀드 보슬루....이모텝 사제
Arnold Vosloo....High Priest Imhotep
오데드 페어....아데스 베이
Oded Fehr....Ardeth Bay
패트리샤 벨라스케스....밀라/아크수나문
Patricia Velazquez....Meela/Anck Su Namun
프레디 보아스....알렉스 오코넬
Freddie Boath....Alex O'Connell
알런 암스트롱....관장
Alun Armstrong....Curator
더 락....스콜피온 킹
The Rock....The Scorpion King
숀 팍스....이지
Shaun Parkes....Izzy

(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릭과 에블린

듀나 [미이라]가 엄청나게 대단한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악평들에 대해서는 늘 불만이랍니다. [미이라]는 여러모로 성공적인 작품이었으니까요. 전 [스타 워즈 에피소드 1]과 태평스럽게 정면 대결을 펼치던 야심차면서도 효과적인 전술부터 맘에 듭니다. 영화 자체도 재미있었고요. 뻔한 줄거리에 거칠거칠한 특수 효과가 범벅이가 된 팝콘 영화였지만 꽤 재미있는 작품이었어요. [스타 워즈 에피소드 1]보다 이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본 관객들이 훨씬 많을 걸요.

파프리카 우리나라에서는 [스타 워즈 에피소드 1]보다 흥행성적이 더 좋았죠? 아마 그해 여름 흥행 1위가 아니었나요?

듀나 미국에서도 그 정도면 성과가 대단한 것이었죠. 그래서 영화가 나오자마자 속편 계획에 들어갔던 것이겠지만요.

파프리카 [미이라 2]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요약할게요. 영화는 5천 년전의 스콜피온 킹의 전설을 프롤로그로 깐 뒤, 이미 결혼해서 8살 짜리 아들이 있는 우리의 주인공 릭과 에블린에게로 돌아옵니다. 에블린은 이상한 꿈을 꾼 뒤로 이집트 어딘가에서 유적을 뒤지고 있는 중인데, 그러다 전설의 스콜피온 킹의 팔찌가 들어있는 상자를 발견합니다. 그러는 동안 다시 부활한 이모텝은 아크수나문의 환생인 악당 밀라와 함께 세계 정복(파멸?)의 음모를 꾸미고, 이들에게 아들을 납치당한 릭과 에블린은 다시 한 번 이모텝과 한 판 승부를 벌이게 됩니다.

듀나 [미이라 2]는 전편보다 액션과 구경거리가 훨씬 많아졌습니다. 특수 효과도 그만큼이나 많고요. 사막을 새까맣게 덮은 아누비스의 병사들, 주인공 일행이 탄 2층 버스와 미이라 병사들이 벌이는 추적전, 피그미 괴물들과 벌이는 전투... 이런 것들만 따라가도 영화의 반 이상이 흘러갑니다.

하지만 과연 이런 것들이 좋기만 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로저 이버트는 이 영화를 롤러코스터를 2시간 타는 것에 비유했지요. 10분 동안 흥분은 괜찮지만 2시간 동안 계속되면 문제라고요.

그 정도까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미이라 2]가 영화보다는 컴퓨터 게임을 더 닮았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런 것 같지 않아요? 일단 상황이 소개가 되면 피터지는 액션이 있고, 그 다음에 다시 중간 휴식 겸 줄거리가 이어진 뒤에 다시 액션이 벌어지고... 영화는 이런 걸 끝도 없이 반복합니다.

파프리카 컴퓨터 게임을 닮았다고 해서 영화가 나쁘라는 법은 없어요. 사실 남이 하는 게임이라고 해서 늘 흥이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좋은 게이머가 벌이는 게임은 구경만 하고 있어도 재미있죠. 게임 채널이 존재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니겠어요? 꼭 흥분을 즐기기 위해 자신이 직접 게임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린 스포츠 관전하는 것처럼 액션을 구경할 수 있어요. 그리고 스포츠보다는 [미이라 2]가 보여주는 액션이 훨씬 다채롭지요.

그리고 정말 드라마가 없는 것도 아니에요. 이모텝과 아크수나문의 러브스토리가 끼어들었고 릭과 에블린의 환생 이야기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니까요.

듀나 하지만 그 드라마는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닙니다. 네, 전편도 결코 셰익스피어 비극은 아니었지요. 하지만 전편은 싸구려 티를 툭툭 내면서도 세 명의 덜떨어진 주인공들을 적재 적소로 끌고가면서 다양한 갈등과 로맨스를 만들어냈었습니다. 결코 깊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관객들은 별 무리없이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했었고 액션 역시 '내용'을 부여받았었죠. 그 질이야 어쨌건 말입니다.

하지만 [미이라 2]에는 그런 게 없습니다. 우리의 주인공들은 그저 액션의 도구일뿐입니다. 그 액션도 드라마 1번에서 2번으로 옮겨가는 과정일 뿐이고요.

액션 사이에 낀 드라마도 문제가 많아요. 예를 들어 전혀 다른 목적을 가진 이모텝과 스콜피온 킹을 모두 악역으로 등장시킨 것 때문에 액션의 밀도가 떨어졌습니다. 이런 액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악역의 비중인데도 말이에요. 1편에서는 꽤 그럴싸한 악당처럼 보였던 이모텝이 이 영화에서는 그저 그런 소악당처럼밖에 보이지 않아요.

파프리카 우리 모두 액션 자체의 비중이 드라마보다 크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그렇다면 드라마의 단점은 비교적 덜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듀나 적어도 [미이라 2]가 [미이라]보다 덜 정이 가는 영화라고는 말할 수 있겠죠.

파프리카 그래도 우린 여전히 릭와 에블린, 조나단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캐릭터가 뻗을 여유가 좁다고는 해도 브렌든 프레이저, 레이첼 바이스는 언제나처럼 각본 이상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다들 여전히 귀엽고요. 게다가 제가 이 영화에 대해 정말 싫은 소리를 할 수 없는 이유는...

듀나 아... 네... 아름다운 패트리샤 벨라스케스가 있지요.

파프리카 네, 1편에서는 정말 잠시 등장하는 눈요기 거리에 불과했던 벨라스케스가 이 영화에서는 상당한 비중으로 등장하지요. 전 이 사람이 언제나 좋았답니다.

듀나 IMDb를 체크해봤는데, 그 동안 진짜 배우가 되었더라고요. 영화도 꽤 많던 걸요? 하긴 그 사람도 20대 후반이니 슬슬 다른 직업을 찾을 때가 되긴 했어요.

파프리카 전 레이첼 바이스를 좋아하긴 하지만 네페르티리와는 이미지가 조금 안 맞는 것 같지 않아요?

듀나 네페르티리가 양자경처럼 날아다니며 액션을 펼치는 건 어울려요?

파프리카 릭과 에블린의 아들 알렉스는 귀엽긴 한데, 8살 애 치고는 할 줄 아는 게 너무 많지 않아요? 고대 이집트어를 읽고, 전문가 수준으로 모래 조각을 하고...

듀나 그래도 모전자전이라고 일을 망치는 재주는 여전하던걸요. 엄마 닮았나봐요.

파프리카 프로레슬러 더 락의 영화 출연작이라고 광고를 해댔는데, 사실 이 사람은 결정적인 액션 장면에서는 하는 게 전혀 없어요. 나중에 등장하는 스콜피온 킹은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니까요. 왜 애당초부터 캐스팅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듀나 그 때문에 후반부 액션 장면이 좀 프로레슬링처럼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당사자는 등장도 하지 않았지만요.

말이 나왔으니 이 영화의 특수 효과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군요. 네, 꽤 노골적이긴 해요. 이미 이런 특수 효과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겐 너무 뻔해보이죠. 하지만 제한된 제작비와 시간, 그리고 그 엄청난 특수 효과 장면들을 생각해보면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파프리카 후속편이 만들어질까요?

듀나 레이첼 바이스는 더 이상 액션 영화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앞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 그래도 할 이야기는 다 한 것 같지 않아요? (01/06/26)

D&P

기타등등

1. 유성관님이 말씀하셨지만 [스콜피온 킹]이라는 프리퀄 영화가 기획 중입니다.

2. 시간되시면 부천 영화제에서 유니버설 버전 [미이라]를 한 번 보시길. 차이가 얼마나 심각한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