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존 무어 John Moore

주연
리에브 슈라이버....로버트 손
Liev Schreiber....Robert Thorn
줄리아 스타일즈....캐서린 손
Julia Stiles....Katherine Thorn
셰이머스 데이비-피츠패트릭....대미안
Seamus Davey-Fitzpatrick....Damien
미아 패로우....베일록 부인
Mia Farrow....Mrs. Baylock
피트 포슬스웨이트....브래넌 신부
Pete Postlethwaite....Father Brennan
데이빗 튤리스....키스 제닝즈
David Thewlis....Keith Jennings
마이클 갬본....부겐하겐
Michael Gambon....Bugenhagen
조바니 롬바르도 라디체....스필레토 신부
Giovanni Lombardo Radice....Father Spiletto
에이미 헉....유모
Amy Huck....Nanny

대미안

데이빗 셀처가 종말론과 기독교 믿음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지난 몇 년 동안 그는 기독교 종말론과 악마를 소재로 한 꽤 많은 양의 작품들에 관여했습니다. 두 편의 [오멘] 영화, [오멘]의 아류작이라고 할 수 있는 [루시퍼 The Eighteenth Angel], 역시 종말론을 다룬 미니 시리즈인 [Revelations]... 그리고 이번 [오멘] 영화도 그가 각본을 썼지요. 히트작 [오멘]이 그 사람의 경력을 결정지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런 것들을 믿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죠.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구석이 좀 보이거든요. 1976년의 오리지널에서는 비교적 가볍게 넘어갔던 종말론적 징조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돼요. 콜롬비아호 사고, 9/11 사태, 뉴 올리언즈의 수난과 같은 것들 말이죠. 물론 다들 떠드는 이야기들이니 인터넷에서 그냥 긁어모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누가 알겠어요? 새 버전은 꾸준히 종말의 날짜를 뒤로 미루는 싸구려 예언자의 분위기를 풍기는 걸요.

새 버전을 영화적으로 평가하자면? 음, 일단 셀처가 쓴 각본은 76년 오리지널과 특별히 다르지 않아요. 업그레이드된 게 아니라 그냥 업데이트된 거죠. 설정들이 21세기초의 현대에 맞추어졌을 뿐, 이야기들은 그대로 반복됩니다. 재칼의 뱃속에서 태어난 악마 대미안이 잘 나가는 외교관네 집에 입양되고 그 뒤로 주변에선 괴상한 죽음들이 이어진다는 거죠. 결국 외교관 아빠인 로버트 손은 아들을 죽일 결심을 하고요.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 이야기를 다시 하는 것일까요? 얼마 전에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로 입증된 근본주의 기독교도들의 티켓 파워를 자극하고, 2006년 6월 6일에 개봉한다는 얄팍한 술수로 한 몫 잡아보려는 수작이었겠죠. 다른 이유는 전혀 생각이 안 나요. 이 영화엔 디지털 특수 효과로 업그레이드시킬만한 장면들도 거의 없거든요.

감독 존 무어의 스타일은 열심히 노력하는 장르 아마추어라는 느낌이 강해요. 일단 무어는 무리한 수는 두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고어나 폭력은 적절한 수준으로 조율되어 있고, 필요하지 않으면 억지로 그런 장면들을 삽입하지도 않죠. 영화는 전체적으로 요새 유행하는 모던 고딕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고... 흠, 약간 재미있는 트릭도 하나 사용하고 있어요. 불길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특별히 극적인 기능이 없는 주변 사물에 붉은 색을 입히는 것이죠. 이게 먹혔냐고요? 글쎄요. 대부분 장르 관객들은 무어의 의중을 아주 쉽게 뚫어볼 겁니다. 결코 거장의 솜씨라고는 할 수 없어요. 게을렀다고도 못 하겠지만.

배우들은... 일단 주인공들이라고 할 수 있는 손 가족은 약해요. 줄리아 스타일즈와 리에브 슈라이버는 모두 좋은 배우들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모두 지나치게 젊고 약해요. 물론 논리적으로 따진다면 나이는 딱 맞는 편이죠. 아이를 원하는 젊은 부부니까. 그래도 그레고리 펙과 리 레믹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겐 어딘지 모르게 학예회처럼 느껴지죠. 설정을 고려해 보면 로버트 손은 슈라이버보다 적어도 열 살은 더 많아야 했어요. 그래야 분위기가 잡히죠.

대미안 역의 셰이머스 데이비-피츠패트릭은? 해리 놀즈는 '변장한 제이크 로이드'라고 욕을 하던데, 확실히 다코타 패닝은 아니더군요. 하지만 대미안 역에 무엇을 기대하겠어요? 원래 연기할 구석도 없는 역이잖아요. 문제는 경험없는 어린 배우에게 진짜 전문가들이나 할 수 있는 은밀한 사악함을 요구한 감독에게 있었어요.

이 영화에서 가장 괜찮은 건 주변의 조연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입니다. 일단 지옥에서 온 메리 포핀스인 베일록 부인을 연기한 미아 패로우는 근사해요. 원작의 빌리 와이틀로가 패로우보다 못했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패로우는 확실하게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내요. 브레넌 신부를 연기한 피트 포슬스웨이트의 분위기도 죽이고 데이빗 튤리스와 마이클 갬본도 으스스한 분위기를 더해주지요. 젊은 미국 배우들이 밍밍하고 기능적인 연기만 보여주는 동안, 대부분 영국인들로 구성된 중견 배우들이 연기하는 재미는 다 뽑아가진 거예요. (06/06/08)

DJUNA

기타등등

오리지널 대미안인 하비 스티븐스가 카메오로 출연한다고 합니다. 타블로이드 기자들 중 한 명이라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