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Juan Antonio Bayona

주연
벨렌 루에다....라우라
Belén Rueda....Laura
페르난도 카요....카를로스
Fernando Cayo....Carlos
로저 프린셉....시몬
Roger Príncep....Simón
마벨 리베라....필라르
Mabel Rivera....Pilar
몽셰라 카룰라....베니그나
Montserrat Carulla....Benigna
제랄딘 채플린....아우로라
Geraldine Chaplin....Aurora

라우라

장르 관객들에게 [El Orfanato]의 이야기는 굉장히 친숙합니다. 영화 곳곳에 이미 본 것과 같은 장면들과 설정들이 숨어 있어요. 가면 쓴 어린 소년은 [페노미나]에서 튀어나온 것 같으며, 침실 공포 효과는 [더 헌팅]을 닮았고, 공포와 죄책감으로 고통받는 어머니의 심리 묘사는 [디 아더스]를 닮았으며, 사라진 아이를 찾아 환상의 세계로 떠나는 설정이나 영매 캐릭터는 [폴터가이스트]를 닮았죠. 조금 더 멀리 잡으면 [검은 물 밑에서...]나 [장화, 홍련]과 비슷한 설정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영화는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익숙한 장르의 물 속에서 헤엄치고 있으며 굳이 그 사실을 숨기려 하지 않습니다.

위에 언급한 영화제목만으로도 줄거리를 다 설명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설정을 풀어보기로 하죠. 주인공 라우라는 남편 카를로스, 아들 시몬과 함께 입양되기 전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고아원 건물로 돌아옵니다. 그곳에서 라우라는 병들거나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시설을 열 생각이죠. 하지만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아들 시몬이 사라지고, 라우라는 그 뒤로 과거의 유령들이 출몰하는 끔찍한 회색 지대로 들어섭니다.

이 유령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걸까요? 저도 모르죠. 영화는 거의 전체가 라우라의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되는데, 이 사람의 정신상태는 암만 봐도 그렇게 믿을만 하지 않습니다. 시작부터 불안했고 아들의 실종 이후 더 엉망이 되어가지요. 영화가 제공하는 정보만 본다면 꼭 초자연적인 존재가 어딘가에서 얼쩡거리는 것 같긴 하지만, 그 정보를 과연 믿을 수 있겠어요?

이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영화의 내용이 친숙하다는 것도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고요. 중요한 건 이 악몽의 세계에 빠져 있는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강렬하기 그지 없다는 것이죠. 이야기가 친숙하고 주인공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강렬합니다. 관객들은 습관적으로 최악의 사태를 기대하고 있는데, 영화는 끊임없이 그 결말을 조금씩 뒤로 미루며 관객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습니다.

테크닉적인 면에서 영화는 정직합니다. 스토리 내에 호러 효과가 있으면 보여주되, 그걸 과장하거나 불필요하게 반복하지도 않죠. 만든 사람들에게 드라마에 대한 자기 확신이 있었던 것이 분명해요. 게다가 호러 장면들은 아주 근사하게 디자인되었습니다. 종종 무섭기도 하지만 그보다 시적이고 아름다우며 매혹적이죠. 라우라 역의 벨렌 루에다에 대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이상적인 호러 연기라고 할 수 있어요. (08/01/25)

DJUNA

기타등등

[오퍼나지-비밀의 계단]라는 한국어 제목은 정말 싫군요. 일단 스페인어 제목을 영어로 옮긴 것부터 그리 좋아 보이지 않고, 그나마 그 표기도 틀렸으며, 결정적으로 너무 수다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