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볼프강 페터센 Wolfgang Petersen

주연
조지 클루니....빌리 타인 선장
George Clooney....Captain Billy Tyne
마크 왈버그....바비 섀트포드
Mark Wahlberg....Bobby Shatford
다이안 레인....크리스티나 "크리스" 코터
Diane Lane....Christina "Chris" Cotter
카렌 알렌....멜리사 브라운
Karen Allen....Melissa Brown
윌리엄 픽트너....데이빗 "설리" 설리번
William Fichtner....David "Sully" Sullivan
밥 건튼....알렉산더 맥카널리 3세
Bob Gunton....Alexander McAnally III
메리 엘리자베스 마스트란토니오....린다 그린로
Mary Elizabeth Mastrantonio....Linda Greenlaw
존 C. 라일리....데일 "머프" 머피
John C. Reilly....Dale "Murph" Murphy
앨런 페인....알프레드 피에르
Allen Payne....Alfred Pierre
체리 존즈....에디 베일리
Cherry Jones....Edie Bailey
존 혹스....마이크 "벅시" 모런
John Hawkes....Mike "Bugsy" Moran
크리스토퍼 맥도널드....토드 그로스
Christopher McDonald....Todd Gross
대시 미혹....제레미 미첼 상사
Dash Mihok....Sgt. Jeremy Mitchell
조시 홉킨즈....대릴 이니스 대위
Josh Hopkins....Capt. Daryl Ennis
마이클 아이언사이드....밥 브라운
Michael Ironside....Bob Brown

(미국에서 [퍼펙트 스톰]의 시사회가 개최되었을 때, 영화사에서는 기자들과 비평가들에게 영화의 결말을 밝히지 말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 [식스 센스]나 [크라잉 게임]과 같은 반전이 숨어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고 또 이미 수백만권이 팔려나간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니 결말을 아는 사람도 많고 또 결말을 안다고 해서 스토리의 힘이 약해지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러나 그들의 주장이 그렇게까지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니 앞에 스포일러가 있다고 지적해두는 게 옳은 일인 듯 하군요. 네, 이건 스포일러 경고입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종종 실리는 [생활 속의 드라마]라는 섹션을 아시는지요. 대부분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끔찍한 재앙 속에 빠졌다가 살아남는 이야기입니다. 그 잡지를 사면 농담 다음으로 읽는 부분이죠.

하여간 그 기사들을 읽다보면 지구라는 행성이 참 위험한 곳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런 끔찍한 재앙 속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뛰는 수많은 사람들 때문에 잠시 도덕적 왜소증에 빠지기도 하고요.

세바스찬 정거의 처녀작 [퍼펙트 스톰]도 바로 그런 [생활 속의 드라마]류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끔찍한 자연재해에 말려들어 생존을 위한 어마어마한 투쟁을 벌이고 또 여기엔 그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들이 뛰어듭니다. 폭풍 속에서 사투하는 사람들을 번갈아 오가면서 그려내는 수법도 전형적인 [생활 속의 드라마]식이지요.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책이 아무리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상당 부분은 픽션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겠죠. 그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인이니, 그들이 정거에게 그 이야기를 직접 들려다 주었을 리가 없습니다. 위자 보드를 옆에 놓고 유령들이 하는 말을 하나하나 받아 적지 않았다면요.

정거의 책과 볼프강 페터슨이 다루고 있는 사건은 1991년에 발생했던 어마어마한 폭풍입니다. '퍼펙트 스톰'이란 좋은 뜻이 아닙니다.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폭풍이라는 뜻이지요. 이 사건의 최대 희생자는 황새치잡이 어선인 안드레아 게일이었습니다.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타고 있던 배죠.

영화는 구식 비극처럼 안드레아 게일의 선원들을 예정된 종말로 몰고 갑니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항해에 대해 나쁜 느낌을 갖는 다는 고전적인 프롤로그부터 그래요. 타인 선장의 슬럼프, 선원들의 경제적 빈곤, 마지막 행운, 제빙기의 고장... 어느 하나만 빠졌어도 이들은 그 끔찍한 '퍼펙트 스톰'에 말려들어 고생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거의 운명론적이기까지 한 이야기죠. 아니, 거의가 뭐야, [퍼펙트 스톰]은 그냥 운명론적인 비극입니다.

영화의 운명론이 제공하는 필연성은, 영화가 다루고 있는 자연과 인간의 대결이라는 고전적인 주제를 더 처절하게 만듭니다. 사실 우린 이런 충돌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향유하는 문명은 타인 일행과 같은 사람들이 변경에서 피를 쏟으며 투쟁하기 때문에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니까요. 후방에서 편히 지내는 사람들은 이 경계선의 투쟁을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경계선의 투쟁이 약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작품의 주제는 간결하면서도 분명합니다. 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연과 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 그 싸움은 무의미할 수도 있고 어리석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도 싸움 자체의 숭고함은 남아 있습니다. 그게 인간이라는 생물의 존재를 지탱해주는 것이니까요.

이 영화는 대충 평이 갈라지는 편인데 (이버트나 튜란 같은 사람들은 호평한 쪽이고 홀든이나 리어 같은 사람들은 악평이었지요) 전 대충 호평 쪽으로 기우는 편입니다. 아마 이런 종류의 해양 모험담에 대한 제 짝사랑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여간 전 비판의 반론을 찾아내는 쪽입니다.

많은 평론가들은 이런 이야기가 지나치게 빈약하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아마 그들은 이 영화에서 조셉 콘라드이나 허먼 멜빌의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심오함을 기대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어리석습니다. 안드레아 게일의 승무원들에게 그런 심오한 사색의 여유가 어디 있어요? 그들에게 황새치를 잔뜩 잡아 폭풍을 뚫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 이외의 생각이 든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설정이 아닐까요? 그들이 어쩌다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해서 영화가 더 나아질까요? 그런 건 몸이 한가한 사람의 사치에 불과해요.

마찬가지로 이 영화의 캐릭터가 평면적이고 설정이 지나치게 클리셰에 의지하고 있다는 비판 역시 쉽게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이 영화의 목적은 캐릭터 연구가 아닙니다. 주인공들의 상대인 바다라는 괴물은 그런 복잡함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들은 단순할수록 좋은 사람들입니다. 드라마는 이들의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일어나고, 그들은 이 싸움 속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툴게 캐릭터 연구를 시도했다면 영화는 심각한 변비에 걸려 버렸을 겁니다.

그리고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파도가 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이들이 모두 물탱크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가짜에 불과하다고 하겠지만, 터너의 그림이 물감 칠한 캔버스라는 것을 알았다고 해서 그 감흥이 떨어지는 것일까요? 특수 효과로 만들어진 이미지는 감각적 쾌락 이외의 감흥은 줄 수 없다는 말인가요? 거대한 파도 속에 갇혀 있는 안드레아 게일 호의 압도적인 이미지가 관객들에게 주는 것이 아이맥스적인 쾌락에 불과하다면 그것도 뭔가 이상하지 않을까요? 과연 배우 없이는 드라마도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요약 정리 한다면, 전 [퍼펙트 스톰]이 소재에서 퍼낼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었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감각적 쾌락 이상이었다고 믿습니다. 이야기는 뻔하지만 감정은 진실되고, 액션과 사건 서술에는 당의가 입혀져 있지 않습니다 (최근 할리우드 액션 영화 중 이 영화만큼이나 철저한 비극을 지향한 작품이 있었던가요?) [용감한 선장] 독자의 편견섞인 옹호라고만은 생각하지 마시길. 적어도 [퍼펙트 스톰]은 할리우드에서 보기 드문 정직하고 힘있는 액션 영화입니다. (00/08/03)

DJUNA

기타등등

어디가 스포일러냐고요? 주인공들이 모두 죽었다는 것이지요. 이게 왜 스포일러가 되냐고요? 비극은 장사가 안되니까요. 그리고 또 생각해보면 기대하지 않다가 맞닥뜨린 비극은 더 효과가 크기도 하답니다. 결말을 감추는 것은 분명 지나친 서비스였지만 무의미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