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테렌스 피셔 Terence Fisher

주연
허버트 롬....유령
Herbert Lom....The Phantom
헤더 시어스....크리스틴 찰스
Heather Sears....Christine Charles
솔리 월터스....라티머
Thorley Walters....Lattimer
마이클 고프....앰브로스 다시 경
Michael Gough....Lord Ambrose d'Arcy
에드워드 드 수자....해리 헌터
Edward de Souza....Harry Hunter
르네 휴스턴....터커 부인
Renee Houston....Mrs. Tucker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유령

해머 버전 [오페라의 유령]은 가스통 르루의 원작에서 기본 설정만 취해 완전히 새로 쓴 버전입니다. 무대도 파리가 아니라 런던이고요. 괜찮았냐고요? 별로요. 당시엔 흥행에도 실패해서 피셔는 한 동안 해머에서 영화를 못 찍었다고 하더군요.

영화는 원작과 비슷하게 시작됩니다. 앰브로스 다시라는 굉장히 형편없는 성격의 작곡가의 첫 오페라 [세인트 존]이 초연되는 동안 스탭 한 명이 수상쩍은 상황에서 죽어요. 오페라 극장 사람들은 모두 극장 안에 숨어 사는 유령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고요. 프리마돈나가 떠나자 크리스틴 찰스라는 합창단원이 오디션으로 뽑혀 주연을 맡게 되는데, 그 사람은 극장 의상실에서 자신을 지도해주겠다는 정체불명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스토리는 전혀 달라요. 우선 이 영화의 라울인 극장 프로듀서 해리 헌터의 비중이 늘었어요. 크리스틴에게 반한 헌터는 유령의 정체를 밝히는 탐정 역할을 합니다. 앰브로스 다시라는 악역이 비중있게 등장하기도 하고요. 이 악당은 무명의 천재 작곡가한테서 음악을 사들여 멋대로 자기 작품이라고 우기는 인간입니다. 그 무명의 작곡가는? 물론 유령이지요. 영화는 유령을 얼굴에 상처를 입은 작곡가와 원래부터 오페라 극장 안에 사는 정체불명의 미치광이로 분리시켜 놓고 있습니다.

이건 분명 탐구할만한 아이디어입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라는 게 그렇죠. 대부분 탐구할만 하지만 실제로 구축하다 보면 사정이 달라지는 겁니다.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은 센세이셔널하고 호사스럽고 노골적인 로맨스이자 판타지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유령의 열정이나 카리스마, 심지어 복수심도 거의 제거되었어요. 그는 단지 괴짜 음악선생처럼 보입니다. 극장 미치광이가 살인을 저지르고 소란을 피우면서 자극을 제공해주긴 하지만 두 사람이 분리되자 흥이 떨어졌고요. 그렇다고 앰브로스 다시에게 엄청난 복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떨어졌을 수도 있긴 하지만 관객들은 보지 못해요.) 그러다 보니 이미 다 짐작하는 과거 회상 장면에 이르면 모두가 지치게 되지요. 전체적으로 영화는 그냥 따분합니다.

그래도 피셔는 저예산 영국 영화치고는 상당히 호사스러운 비주얼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결코 싸 보이는 영화는 아니죠. 이런 분위기가 오페라 세계와 그렇게 잘 어울리지 않는 건 유감이지만. 하긴 '영어' 오페라라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경우도 별로 없잖아요. 선입견 때문이겠지만요. (06/01/19)

DJUNA

기타등등

원래는 케리 그랜트가 주인공 역에 내정되었다고 합니다. 유령이 보다 동정적으로 그려진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게 이 동네 소문이죠. 하지만 안소니 힌즈의 주장에 따르면 그랜트는 원래 유령이 아닌 해리 헌터 역에 내정되어 있었다고 하는군요. 어느 쪽이 옳은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유령 역에 크리스토퍼 리가 내정되어 있다가 취소되었다는 소문도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