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장 베베 Jean Veber

주연
벵상 페레스....얀 라자렉
Vincent Perez....Yan Lazarrec
기욤 드파르디외....프랑스와 바리에
Guillaume Depardieu....François Barrier
클라라 벨라....마틸드
Clara Bellar....Mathilde
로랑 감롱....모리스 바티스토니
Laurent Gamelon....Maurice Battistoni
파스칼 레기티무스....토니
Pascal Légitimus....Tony
알랭 맥모이....에르왕 르 플록
Alain MacMoy....Erwan Le Floc'h
알리스 탈리오니....크리스틴
Alice Taglioni....Christine

얀

[약제사]는 지나치게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은 약제사의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주인공 약제사 얀이 환경운동에 기여하기 위해 하는 일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악덕 기업가들을 한 명씩 처형하는 것이죠. 환경을 오염시킨 정유회사 사장은 기름 속에 빠트려 죽이고, 담배 회사 사장을 납치해 죽을 때까지 담배 뭉치를 물게 하는 식이에요. 아무리 봐도 이 친구, [세븐]을 너무 자주 본 모양입니다.

얀이 저지르는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와 바리에 형사가 뛰어듭니다. 여기서 이야기는 [세븐] 흉내낸 미치광이 심판자에서 다른 종류의 미치광이 살인마로 살짝 옮겨가요. 환경 운동 강연회에서 자기만큼이나 과격한 환경론자인 프랑스와를 눈여겨 본 얀은 서서히 그에게 집착하기 시작하거든요. 그는 프랑스와와 친구가 되고 프랑스와의 사생활까지 자기만의 과격한 방식으로 해결해주고 싶어합니다. 결국 프랑스와도 얀의 정체를 뒤늦게 알아차리긴 하지만 그들을 얽은 끈을 떼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둘을 잘만 연결했다면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었을 겁니다. 자신이 절대선이라고 믿는 목적을 위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심리를 따라가는 건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죠. 쫓기는 자와 쫓는 자가 동성애적인 관계로 얽히는 설정 역시 잘 활용하면 멋진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지요. 특히 그 쫓는 자가 쫓기는 자와 같은 이상을 공유하는 경우엔 말이죠.

하지만 이건 모두 가능성일 뿐이고, [약제사]는 그 어느 것도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두 주인공들이 처절할 정도로 매력없는 남자들이라는 거죠. 이건 단지 취향의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프랑스와는 처절할 정도로 혐오스러워요. 이미 끝이 난 자기 연애담에 신경쓰느라 목숨이 위태로울지도 모르는 증인의 말 따위엔 신경도 쓰지 않는 형사라면, 주인공 자격이 없는 게 아니겠어요? 아무리 뒤늦게 후회하는 척을 해도 말이에요. 얀도 마찬가지. 그가 저지르는 살인 절반은 초반에 거창하게 깐 환경운동 목표와 별 상관없습니다. 지저분하게 흘린 증인들을 죽이고 괜히 상관없는 프랑스와의 삶에 참견하며 엉뚱한 사람들을 해치우는 거죠.

이런 설정에 극적 논리가 존재하느냐고요? 네, 핑계는 얼마든지 있답니다. 이 영화는 두 주인공들을 처음부터 결백한 존재로 만들 생각도 없었고 이 둘의 복잡한 이야기를 꾸려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변명이 불가능한 회색 지대들이 필요하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덜 역겨운 존재들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가 더 그럴싸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능력도 안되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벌려놓기만 한 영화는 그저 산만할 뿐이고, 주인공들은 여전히 몰입하기 어렵습니다. 여러분이 열광적인 벵상 페레스의 팬이라고 해도 이 영화를 적극적으로 좋아할 수는 없을 거예요. [약제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그런 영화입니다. (04/07/02)

DJUNA

기타등등

감독 장 베베는 프랑스와 베베의 아들입니다. 기욤 드파르디외는 제라르 드파르디외의 망나니 아들이고요. 슬슬 아빠 얼굴이 나오기 시작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