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팬더의 역습 The Pink Panther Strikes Again (1976) * * *

감독
블레이크 에드워즈 Blake Edwards

주연
피터 셀러즈....자크 클루조
Peter Sellers....Jacques Clouseau
허버트 롬....샤를르 드레퓌스
Herbert Lom....Charles Dreyfus
레슬리-앤 다운....올가 바리오소바
Lesley-Anne Down....Olga Bariosova
버트 쿽....카토 퐁
Burt Kwouk....Cato Fong
콜린 블레이클리....알렉 드러먼드
Colin Blakely....Alec Drummond
레너드 로시터....퀸란 총경
Leonard Rossite....Superintendent Quinlan
앙드레 마란....프랑스와 슈발리에 경사
André Maranne .... Sgt. François Chevalier
딕 크로켓....제럴드 포드 대통령
Dick Crockett....President Gerald Ford
리처드 버논....휴고 파스벤더 교수
Richard Vernon....Professor Hugo Fassbender
브리오니 맥로버츠....마고 파스벤더
Briony McRoberts....Margo Fassbender
마이클 로빈스....아인슬리 자비스
Michael Robbins....Ainsley Jarvis
오마 샤리프....이집트인 암살자
Omar Sharif....Egyptian Assassin

클루조 경감
[핑크 팬더] 시리즈의 역사는 괴상한 구석이 있습니다. 일단 제목에 나오는 보석 '핑크 팬더'는 시리즈 대부분 등장하지 않아요. 오프닝과 엔드 크레딧에 나오는 유명 캐릭터 핑크 팬더도 영화 내용과는 전혀 상관 없고요. 게다가 시리즈의 주인공 클루조 경감은 시리즈 초기엔 조연이었습니다. 클루조 경감의 명성을 듣고 오리지널 [핑크 팬더]를 보면 그의 작은 비중에 당황하게 되지요. 결정적으로 그의 고정된 캐릭터는 네 번째 시리즈인 [돌아온 핑크 팬더]에서 간신히 완성되었습니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클루조의 가짜 프랑스어 악센트는 알아들을만 했지요. 참, 유일하게 [클루조 경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세 번째 영화에 피터 셀러즈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걸 아세요? 거기서 클루조 경감을 연기한 배우는 앨런 아킨이었지요.

왜 이렇게 혼란스러운 걸까요? 이건 캐릭터의 명성과 가능성이 오리지널 설정을 뚫고 나오는 과정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리지널 영화에서 단순한 조역에 불과했던 캐릭터와 그를 연기한 배우가 너무 재미있어서 보석도둑을 다룬 코미디라는 설정을 찢고 나와 독립한 것이죠. 그러다보니 1편과 연결되어 있을 뿐, 나머지 영화들과는 전혀 상관 없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제목까지 끌고다니게 된 것이고요.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인 [핑크 팬더의 역습]은 이 시리즈의 막 나가는 성격이 극대화된 작품입니다. 그래도 범인 잡는 추리물이라는 설정에 머물러 있었던 전작들과는 달리, 이 영화의 스케일은 전지구적인 재난으로 확장됩니다.

영화는 두 번째 작품인 [어둠 속에 총성이] 이후 정신병원에 들어간 클루조의 상관 드레퓌스가 정신병원에서 탈옥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는 자길 미치광이로 만들고 자기 자리를 대신 차지한 클루조에게 복수하기 위해 유럽의 일급 범죄자들을 모으고 천재 물리학자를 납치해 지구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엄청난 무기를 만듭니다. 클루조를 주지 않으면 세계를 멸망시키겠다고 선언한 그는 본보기로 유엔 빌딩을 날려버려요. 겁에 질린 전세계 정부는 실종된 물리학자와 드레퓌스를 추적하러 독일로 날아간 클루조를 암살하기 위해 킬러들을 보냅니다.

이 영화에서는 모든 것들이 어긋나 있습니다. 클루조는 범죄를 해결하고 무고한 시민을 구출하려 하는 성실한 경관이지만 그가 그러기 위해 하는 행동은 자신과 주변에 재앙만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평범한 프랑스 경찰기구의 관료에 불과했던 드레퓌스는 미치광이 천재 악당으로 진화했지만 여전히 원하는 건 클루조에 대한 복수고요. 전세계에서 날아온 프로 킬러들이 모두 실패하는 건 클루조가 너무나 눈치없고 무능하기 때문이지요. 심지어 영화 속의 로맨스도 어긋나 있습니다. 그를 죽이러 온 아름다운 러시아 스파이가 사랑에 빠진 건 사실 클루조가 아니거든요.

영화의 슬랩스틱은 절정에 달해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부분은 클루조 경감이 드레퓌스가 숨어 있는 성에 잠입하려는 장면이겠죠. 그는 자기가 아는 모든 방법을 사용해 성의 해자를 넘으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맙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꾸준히 성실하게 같은 자리로 돌아와 다시 시도해요. 거의 [핑크 팬더] 코미디의 프로토타입과 같은 장면이죠. 셀러즈보다는 스턴트 더블의 역할이 더 컸겠지만.

영화는 세월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습니다. 시리즈 최고작이라고 할 수 있는 [어둠 속에 총성이]와 비교하면 낡은 티가 나요. 지금 보면 블레이크 에드워즈의 연출은 지나치게 느긋한 경향이 있습니다. 하나의 농담이 필요 이상으로 길게 이어지는 장면들이 꽤 많아요. 후반부의 치과 의사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초반엔 재미있지만 보다보면 질려요.

이 작품의 또다른 약점은 클루조의 활용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아까 이 영화가 [핑크 팬더] 코미디의 프로토타입을 보여주었다고 했는데, 그건 여전히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그 개성이 덜 구축된 [어둠 속에 총성이]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가 더 재미있는 것도 사실인 걸요. 이 영화에서 [핑크 팬더]는 캐릭터라기보다는 하나의 자연 재해입니다. 그 설정도 재미있지만 전 그래도 캐릭터를 선택하겠어요. (06/07/05)

DJUNA

기타등등

오프닝 크레딧에서 핑크 팬더는 [사운드 오브 뮤직]을 패러디하죠. 그 영화의 주연 배우 줄리 앤드루스는 블레이크 에드워즈의 아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