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버트 제메키스 Robert Zemeckis

주연
톰 행크스....주인공 소년/아버지/차장/떠돌이/스크루지/산타 클로스
Tom Hanks....Hero Boy/Father/Conductor/Hobo/Scrooge/Santa Claus
레슬리 하터 제메키스....사라/엄마
Leslie Harter Zemeckis....Sister Sarah/Mother
에디 디진....나잘난
Eddie Deezen....Know-It-All
노라 M. 게이....주인공 소녀
Nona M. Gaye....Hero Girl
피터 스콜라리....외로운 소년
Peter Scolari....Lonely Boy
마이클 제터....칙칙이/폭폭이
Michael Jeter....Smokey/Steamer
크리스 코폴라.....이없는 소년/엘프
Chris Coppola....Toothless Boy/Elf
줄렌 르네....빨강 머리 소녀/엘프
Julene Renee....Red Head Girl/Elf
다릴 사바라....주인공 소년 (목소리)
Daryl Sabara....Hero Boy (voice)
앙드레 솔리우조....칙칙이/폭폭이 (목소리)
André Sogliuzzo....Smokey & Steamer (voice)
지미 베넷....외로운 소년 (목소리)
Jimmy Bennett....Lonely Boy (voice)
이자벨라 페레그리나....사라 (목소리)
Isabella Peregrina....Sister Sarah (voice)

폴라 익스프레스

대부분의 크리스마스 영화들이 그렇듯, [폴라 익스프레스]도 기독교 신앙에 대한 작품이 아닙니다. 주로 십대 이전의 아이들을 신도로 가지고 있는 기복신앙인 산타교에 대한 것이죠. 열성적인 크리스찬이라면 이 경향에 분노할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산타교라고 해서 자기만의 교리를 이야기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원래 이교도의 축제날로 시작된 크리스마스를 기독교가 독차지해야한다는 법도 없고요. 게다가 이 종교는 몇 가지 면에서 기독교보다 더 낫습니다. 교리는 명백하지만 포용력있고, 무비판적인 광신이나 타 종교에 대한 증오를 가르치지 않으며, 결정적으로 일정 나이에 도달해 성숙해진 신도들은 그들이 지금까지 마음을 담고 있었던 종교에 냉소나 증오를 보내지 않으면서 조용히 다음 단계를 향해 떠날 수 있습니다. 산타교처럼 신도들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종교가 세상에 얼마나 된답니까?

많은 종교 영화들이 그런 것처럼 [폴라 익스프레스]도 믿음과 기적에 대한 영화입니다. 주인공 소년은 슬슬 나이가 차서 산타와 그밖의 크리스마스 기적에 대해 회의하기 시작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독실한 신자였던 그에게 이건 굉장한 영적 갈등이지요. 그러는 동안 크리스마스 이브가 다가오고 혹시나 해서 산타를 기다리던 그에게 어마어마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잠옷 차림의 아이들을 태운 증기기관차 폴라 익스프레스가 그의 집 앞에 서 있는 거예요. 그가 올라타자 폴라 익스프레스는 산타가 사는 북극을 향해 장엄한 여행을 시작합니다. 이 모험은 신앙을 잃어가는 한 신자가 다시 이전의 종교적 믿음을 되찾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폴라 익스프레스]의 원작은 크리스 반 올스버그의 동명 그림책입니다. 영화가 실사물 대신 3D 애니메이션을 택한 것도 올스버그의 그림 스타일에 충실하기 위해서였죠. 이상할 정도로 톰 행크스를 닮은 차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올스버그의 그림책 주인공들과 많이 닮았습니다.

시각적 체험으로서 [폴라 익스프레스]는 번들거리는 할리우드의 기적입니다. 영화는 20세기 중반의 기술문명에 대한 종교적 예찬이고 중력과 고소공포증을 무시한 역동적인 롤러코스터의 스펙터클입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아이맥스 버전이 동시에 제작되었고 폴라 익스프레스가 얼어붙은 호수나 깎아지른 내리막길을 질주하는 몇몇 장면들은 순전히 롤러코스터적 쾌락을 의도한 것입니다.

증기기관차와 공장, 선로들로 구성된 거대한 기계인 영화의 배경은 분명 3D 특수효과를 위해 창조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떨까요?

이게 참 대답하기 그렇습니다. 이 영화의 캐릭터들은 비교적 사실적입니다. 차장은 거의 톰 행크스가 그냥 등장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죠. 하지만 이들은 결코 살아있는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의 피부는 플라스틱 같고 공허하게 빛나는 눈은 유리알 같죠. 그들은 울고 웃고 비명을 지르고 노래를 부르고 행복에 젖지만, 모션 캡쳐를 한 일급 배우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표정엔 영혼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건 플라스틱 인형들의 인형극인 것입니다.

이 차갑고 공허한 느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영화에 대한 호감도가 달라집니다. 물론 여러분은 이것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거기에 대해 분명한 논리를 세울 수 있습니다. 분명히 이 영화는 생기발랄한 진지한 주제로 가슴을 울리는 가족 영화는 못됩니다.

하지만 전 이 공허함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완성된 [폴라 익스프레스]는 가슴 따뜻한 가족극 대신 오래 전에 죽은 유령들이 득실거리는 차갑고 초자연적인 공포물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인상은 사실 어둠이 지배하는 차가운 계절 한가운데 놓여있는 이 명절에 거의 완벽하게 맞는 것이죠. 설정상 주인공 소년의 경험은 연옥 주변을 맴도는 불신자의 악몽과도 같습니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기본적으로 호러물이라는 걸 생각해보세요. [폴라 익스프레스]라고 다르게 해석되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어른이 된 주인공의 회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의 설정도 이 영화의 유령 이야기에 도움을 줍니다. 지금은 사라진 어린 시절의 자신은 어쩔 수 없이 유령일 수밖에 없으니 말이죠.

결정적으로 이 딱딱하고 굳은 느낌은 크리스 반 올스버그의 그림책이 주는 인상을 거의 완벽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환상적인 배경 위에 세워놓은 인형들을 정교하게 그린 것 같으니 말이죠. 그게 원작의 매력이라면 영화가 그를 꼭 넘어서야 할 필요는 없을 거예요. 넘어서 도달할 수 있는 게 평범한 할리우드식 감상이라면 더욱 그렇고요. (04/12/03)

DJUNA

기타등등

영화는 이 영화를 유작으로 남기고 사망한 마이클 제터에게 헌정되었습니다. 엔드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면 헌사를 읽을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