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태곤

주연
임형국....형국
양은용....영애
류현빈....미애

미애

김태곤의 [독]에서는 독이 나오지 않습니다. 아니, 후반에 하나인가 나오는 것도 같아요. 하지만 역할은 없습니다. 감독 자신이 쓴 원작소설에서는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하여간 이 제목에서 ‘독’은 철저하게 상징적인데, 그게 옳은 선택이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시골을 떠나 서울에 정착하려는 가족입니다. 임신한 아내와 남편, 어린 딸. 남편 형국은 아버지가 물려준 유산을 정리한 돈으로 선배의 공장을 인수해 사장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척 봐도 그는 공장 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운영할 능력도 안 됩니다. 누가 봐도 돈 뜯기려고 온 게 분명한데 당사자만 그걸 모르고 있으니 딱하죠. 게다가 그에게는 관객들에게 말하지 않은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눈치 채기 어렵지는 않아요. 도입부에서 계속 복선을 들이대니까요. 관객들은 그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정확히는 몰라도 언젠가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는 걸 알죠.

이들은 선배의 소개로 작은 아파트에 이사를 옵니다. 그리고 이웃에 사는 장로 부부의 소개로 교회에도 다니게 되지요. 그들에게 교회는 앞으로 다가올 밝은 미래를 보장해주는 일종의 정신적 보험과 같습니다. 하지만 치매기가 보이는 장로 부부네 집 할머니가 심상치 않습니다. 특히 아내 영애는 딸 미애에게 이상하게 집착하는 할머니의 태도가 영 불안하지요. 그리고 어느 날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는데, 여기서부터 이들 가족의 악몽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여기저기에서 귀신들이 나오고 아파트 환경은 점점 나빠지며 무엇보다 딸 미애가 많이 이상해지지요.

여기서 수많은 공포효과들이 동원되는데, 이 영화의 장르 도구들은 그렇게 효과적인 편이 아닙니다. [토요 미스테리]와 같은 프로그램에 나올 법한 장면들의 연속이지요. 이해할 만합니다. 특수효과를 거의 쓸 수 없는 극저예산 영화니까요.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익숙한 괴담이나 장르 영화에서 차용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예산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요. 한마디로 감독이 여기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나오긴 나와야 하니까 넣긴 했는데, 감독의 진짜 관심사는 아닌 것이죠.

[독]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호러영화의 자극이 아니라 주인공들에게 가해지는 심리적 압박입니다. 영화에서 성공적인 부분도 바로 이 압박과정을 묘사하는 과정입니다. 마치 풍선을 양손으로 천천히 눌러가며 터질 때까지 기다리는 기분이랄까요. 그러는 동안 서서히 캐릭터들이 붕괴되는 과정도 좋은 편입니다. 배우들 역시 자기 역할을 하고 있고요.

영화를 보다보면 기독교에 대한 감독의 입장에 대해 궁금해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기독교인들은 다들 끔찍한 부류거든요. [스텝포드 와이브즈]에 나오는 로봇들처럼 행동하거나 [로즈마리의 아기]에 나오는 사탄 숭배자들처럼 행동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물론 끔찍한 건 후자들이지요. 이 영화에서 관객들이 유일하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부분도 이들과 관련되어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교회의 정식 협조를 받아 촬영되었으니 재미있죠. 말을 들어보니 감독도 기독교 신자라고 하더군요. 하긴 내부자들이 끔찍한 일들을 직접 접할 기회가 더 많겠죠. 그리고 생각해보면 이런 비판은 신자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이며 또 나와야 하는 것입니다.

영화가 막판에 폭로하는 비밀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군요. 전 이들이 한없이 어리석었다고 생각합니다. 거의 이야기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예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들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게 이 영화의 핵심이고 또 주제였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자기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아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09/08/06)

DJUNA

기타등등

그래도 올해 호러 영화는 최소한 반 타작은 하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챙길만한 영화가 두 편은 나왔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