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크리스토퍼 놀런 Christopher Nolan

주연
휴 잭맨....로버트 앤지어
Hugh Jackman....Robert Angier
크리스찬 베일....알프레드 보든
Christian Bale....Alfred Borden
마이클 케인....커터
Michael Caine....Cutter
파이퍼 페라보....줄리아 앤지어
Piper Perabo....Julia Angier
레베카 홀....사라 보든
Rebecca Hall....Sarah Borden
스칼렛 조한슨....올리비아 웬스콤
Scarlett Johansson....Olivia Wenscombe
사만다 마후린....제스
Samantha Mahurin....Jess
데이빗 보위....니콜라 테슬라
David Bowie....Nikola Tesla
앤디 서키스....앨리
Andy Serkis....Alley

보든과 앤지어

[프레스티지]는 악연으로 얽힌 두 마술사의 이야기입니다. 로버트 앤지어는 재능은 평범하지만 쇼맨십이 넘쳐나는 사람이고 그의 경쟁자 알프레드 보든은 쇼맨십은 부족하지만 천재적인 마술사죠. 적어도 그게 설정입니다. 앤지어는 그런 보든을 질투하고 어떤 희생이 있어도 그를 따라잡으려 하는데, 그러는 동안 그만 넘어서는 안 되는 선까지 건너게 됩니다. 그와 함께 이 영화의 장르도 바뀌어버리고요.

전형적인 모짜르트와 살리에리의 이야기 같죠? 그런데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크리스토퍼 프리스트의 원작소설을 각색한) 영화를 보면 보든이 앤지어보다 뛰어난 마술사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앤지어가 그렇게 부러워하는 순간이동 마술도 아이디어만 따진다면 그렇게 대단할 게 없죠. 놀라운 건 그걸 실현에 옮기기 위해 보든이 택한 희생의 정도입니다. 하지만 앤지어는 보든이 의지만 강한 평범한 마술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죠. 그는 보든에게 상상 속의 위치를 주고 거기에 집착합니다. 마술쇼의 관객들이 진상을 알길 원치 않는 것처럼 그도 보든이 감추고 있는 게 뻔한 사실을 외면해요. 물론 사적인 이유도 있었겠죠. 보든은 앤지어의 아내 줄리아의 죽음에 책임이 있으니까요.

[프레스티지]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구성입니다. 영화는 몇 개의 시간대를 번갈아 오가며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어요. 보든이 앤지어 살인사건의 피고가 되어 재판을 받는 현재를 기반으로 삼고 앤지어가 읽는 보든의 일기와 보든이 읽는 앤지어의 일기를 번갈아 보여주죠. 서술 방식 자체가 두 라이벌의 경쟁이며 고백이며 도전인 셈입니다. 어떻게 보면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도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긴장감을 자극하는 술수인 것이죠.

유감스럽게도 이 복잡하고 유려한 서술이 우리를 이끄는 목적지는 지극히 평범합니다. 이 영화의 반전은 너무나도 심심해서 이 정도 복잡한 도구는 필요하지 않아요. 아니, 이야기 자체도 필요없습니다. 공개되어 있는 두 가지 이름만 밝혀도 진상이 풀려요. '사라지는 새' 마술과 니콜라 테슬라. 영화를 보고나면 "겨우 이걸 알려고 여기까지 왔단 말이야?"라고 고함을 치고 싶어지죠.

마술 영화로서도 영화는 좀 김이 풀리는 구석이 있습니다. 영화의 중심점인 보든의 순간 이동 마술의 트릭은 무척 싱겁죠. 마술의 비밀은 알고 나면 대부분 싱거운 것이니 당연하지만요. 더 어이가 없는 건 테슬라의 기계를 이용한 앤지어의 마술입니다. 앤지어는 이렇게까지 엄청난 희생을 동원해 마술을 할 필요가 없어요. 거의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 보다 평범한 트릭이 존재하거든요. 그런 기계를 가지고 있다면 보다 효과적인 마술에 동원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을까요? (물론 돈 버는 건 더 쉬웠겠지만 그건 그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겠죠.)

[프레스티지]는 근사하게 뽑혀져 나온 영화입니다. 스토리텔링은 유려하고 주제는 흥미진진하며 배우들의 질은 높죠. 하지만 영화의 내용이 이런 도구들의 무게에 걸맞아 보이지는 않는군요. (06/11/08)

DJUNA

기타등등

초반에 청링수가 잠시 나와요. 하지만 진짜 중국인 배우가 연기를 했더군요. 청링수는 중국계 혼혈인 척하는 스코틀랜드계 미국인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