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론 클레멘츠 Ron Clements
존 머스커 John Musker

주연
아니카 노니 로즈....티아나
Anika Noni Rose....Tiana
브루노 캠포스....나빈 왕자
Bruno Campos....Prince Naveen
키스 데이빗....파실리에 박사
Keith David....Dr. Facilier
마이클-레온 울리....루이스
Michael-Leon Wooley....Louis
제니퍼 코디....샬롯
Jennifer Cody....Charlotte
짐 커밍스....레이
Jim Cummings....Ray
피터 바틀렛....로렌스
Peter Bartlett....Lawrence
제니퍼 루이스....마마 오디
Jenifer Lewis....Mama Odie
오프라 윈프리....유도라
Oprah Winfrey....Eudora
테렌스 하워드....제임스
Terrence Howard....James
존 굿맨....'빅 대디' 라 부프
John Goodman....'Big Daddy' La Bouff
엘리자베스 M. 댐피어....어린 티아나
Elizabeth M. Dampier....Young Tiana
브리아나 브룩스....어린 샬롯
Breanna Brooks....Young Charlotte
리치 몽고메리....레지
Ritchie Montgomery....Reggie
돈 홀....다넬
Don Hall....Darnell

나빈과 티아나

흑인 공주가 나오는 첫 번째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해서, 전 [공주와 개구리]의 무대가 20년대 뉴 올리언즈의 문화를 흉내 낸 가상의 왕국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니더군요. 이 영화의 무대는 진짜 1920년대 중엽의 뉴 올리언즈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티아나도 공주가 아니라 레스토랑 주인이 될 꿈을 키우는 웨이트리스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이야기에 [개구리 왕자] 이야기가 이식되냐고요? 왕자가 나오긴 하거든요. 말도니아라는 왕국의 나빈 왕자라는 인물인데, 전 이 나라가 어느 대륙에 있고 그 나라 주민들의 인종분포가 어떻게 되는 건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IMDb에 보면 지중해 왕국이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나빈은 아프리카계가 아닌 걸까요? 그냥 갈색 피부의 유럽인일까요? 아니면 아랍계? 텍스트 안에서도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나빈 왕자의 인종은 그냥 무시되고 있지요. 심지어 나빈 왕자와 결혼해서 왕족이 되기를 꿈꾸는 샬롯도 거기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이 없습니다.

[공주와 개구리]라는 영화의 태도를 보면 그게 그렇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20년대 미국 남부 흑인 소녀가 주인공이지만, 영화는 인종문제를 거의 건드리지 않습니다. 티아나의 고민도 경제적 문제 때문이지, 인종 문제 때문은 아닙니다. 영화는 동화 풍의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 분명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차별을 의도적으로 무시합니다. 아마 이런 접근법에도 장점은 있을 것입니다. 하긴 1시간 반 동안 마법에 걸린 왕자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현실 세계의 고민을 억지로 끌어올 필요는 없을 겁니다.

하여간 말도니아의 나빈 왕자는 마법에 걸려 개구리가 되고 운 나쁘게 그와 키스하게 된 티아나 역시 개구리가 됩니다. 예고편에서도 이미 언급된 사실이니 이 정도면 말해도 되는 스포일러겠죠. 영화의 후반부는 개구리가 된 두 주인공이 서로와 사랑에 빠지고 말하는 동물들과 친구가 되고 악당을 물리치는, 전형적인 디즈니 2D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를 따릅니다.

그렇게 매력적인 각본이라고는 말을 못하겠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친근하고 안전하게 느껴지지만, [미녀와 야수], [알라딘], [뮬란]의 각본은 당시엔 최첨단이었고 지금 봐도 왜 첨단이었는지 느껴집니다. 하지만 [공주와 개구리]는 90년대 전성기의 습관을 얌전히 재현하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그 결과 이야기와 캐릭터의 활용은 진부해집니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캐릭터들이 어디서 본 것 같은 모험을 하면서 익숙한 교훈을 얻는데, 별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입니다. 이 생기 부족은 애니메이션의 스타일과 음악에도 연결됩니다. 음, 전 랜디 뉴먼의 음악은 정말 아쉽습니다. 앨런 멘켄이 [마법에 걸린 사랑]으로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한 직후에 나온 작품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공주와 개구리]에는 자기만의 미덕이 있습니다. 일단 부두 마술을 살짝 가미해서 영화 속 뉴 올리언즈를 마법과 왕자가 나오는 동화적 세계로 변형시킨 것부터 대성공입니다. 티아나와 나빈은 도식화되었고 교훈에 갇혀 있지만 유쾌한 주인공들입니다. 부두 마법사 파실리에 박사는 좋은 악당입니다. 무엇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초 흑인 주인공 영화이며 한동안 맥이 끊긴 줄 알았던 디즈니 2D 애니메이션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존재 가치를 가집니다.

하지만 전 영화를 보면서 디즈니 2D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언제까지 이렇게 90년대의 익숙한 공식에 갇혀 있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전통은 사랑스럽지만 영원히 지켜야 할 맹세 같은 것은 아닙니다. 옆 방 이웃인 픽사에서 만들어내는 번쩍이는 아이디어의 영화들과 비교해보면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10/01/05)

DJUNA

기타등등

중간에 나오는 멍청한 백인 뜨내기 삼총사의 묘사는 일종의 역차별처럼 느껴지더군요. 하긴 이 이슈도 보기만큼 간단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