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게리 마샬 Garry Marshall

주연
앤 해서웨이....미아
Anne Hathaway....Mia
줄리 앤드루스....클라리스 레날디 여왕
Julie Andrews....Queen Clarisse Renaldi
헥터 엘리존도....조
Hector Elizondo....Joe
헤더 마타라조....릴리
Heather Matarazzo....Lilly
맨디 무어....라나 토머스
Mandy Moore....Lana Thomas
캐롤린 굿올....헬렌
Caroline Goodall....Helen
로버트 슈와츠먼....마이클
Robert Schwartzman....Michael
에릭 폰 디튼....조시
Erik von Detten....Josh
숀 오브라이언....오코넬 선생
Sean O'Bryan....Mr. O'Connell
산드라 오....굽타 교감
Sandra Oh....Vice Principal Gupta

미아

듀나 요새도 공주를 꿈꾸는 애들이 있을까요?

파프리카 왜 없겠어요? 하지만 그 아이들에게 모나코의 스테파니 공주와 같은 현실 세계의 진짜 공주가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다들 허겁지겁 뒤로 빠지지 않을까요? 우리가 막연히 '공주'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현실 세계의 '공주'는 또 다르니까요. 그 애들이 생각하는 '공주'는 옛 이야기 책과 동화를 통해 형성된 환상으로, 동시대의 실제 사람들을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그 동안 쌓아올린 '공주'라는 단어의 이미지는 여전히 강합니다. 아무리 스테파니 공주가 유명한 엄마를 둔 이류 연예인처럼 굴어도 그 사람 이름 뒤에 달린 '공주'라는 단어 때문에 그 사람의 싼맛이 상당히 가셔지는 것처럼 말이에요.

듀나 모나코 같은 작은 나라에서는 왕실 가족들이 꽤 중요하기도 할 거예요. 그 나라에서 왕가를 빼면 남는 건 도박장뿐이잖아요. 왕가는 모나코라는 나라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인식시키는 중요한 홍보 도구입니다. 그레이스 켈리를 왕비로 수입한 것도 그런 홍보정책의 일환이 아니었을까요?

파프리카 [프린세스 다이어리]에 나오는 제노비아라는 나라도 그런 이미지 관리 때문에 왕실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겠지요? 하긴 특산물이 배밖에 없는 콩알만한 나라에 왕도 없다면 얼마나 심심할까요.

듀나 그래도 그런 나라의 왕위 계승자는 그렇게까지 매력적인 직업은 아닐 거예요. 특히 우리의 주인공 미아처럼 소극적인 사람은요.

파프리카 [프린세스 다이어리]는 우리가 틴에이저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에 공주 소재를 첨가한 듯한 영화입니다. 주인공 미아는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평범한 학생인데, 어느 날 갑자기 죽은 아버지가 제노비아라는 유럽의 작은 나라의 왕위 계승자였고 자신이 공주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미아는 며칠 뒤에 영사관에서 열리는 왕실 무도회를 위해 허겁지겁 공주 수업을 받게 되고 과연 자신이 공주라는 직위에 맞는 사람인지 고민하게 되지요.

듀나 영화는 강한 대리만족 판타지를 배경으로 깔고 있습니다. 미아는 따돌림을 당하고 놀림받는 '기크' 계급의 아이입니다. 이런 주인공이 며칠 사이에 공주라는 직함을 달고 스타로 변신한다니 혹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많은 관객들에게 미아의 변신은 처절한 학창시절 기억에 대한 복수입니다. 그래서 미아가 공주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부분에서 못된 치어리더 라나가 충격 받는 장면이 없는 게 유감이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겠죠.

파프리카 하지만 공주 변신은 클라이맥스가 아닙니다. 라나는 그 뒤로도 계속 못된 짓을 하고 다니고 미아의 고생은 그후로도 한참 남았는 걸요.

듀나 근데 과연 공주 교습을 받고 미용사의 수리를 받은 뒤로 애가 나아지긴 했나요?

파프리카 눈썹을 다듬으니까 얼굴이 좀 정돈된 것 같아 보이지 않아요?

공주 수업

듀나 공주가 되지 않아도 눈썹 정리 정도는 할 수 있지요.

전체적으로 영화 후반부를 길게 늘인 [지지]를 보는 느낌이더군요. 사람들이 사랑하고 기억하는 지지의 이미지는 스코틀랜드 체크 무늬의 학생복을 입은 말괄량이 소녀이지 때빼고 광내고 변신시킨 상류사회 귀부인은 아니잖아요. 패션계에 진짜 영향을 끼친 이미지도 그런 스타일이고요. 미아도 기크 시대엔 나름대로 자기만의 기크 스타일이 있었는데, 미용사가 다녀간 뒤 그게 사라지더라고요.

파프리카 그렇게 엄청난 변신 자체도 힘들잖아요. 어차피 이쁜 애가 안경 쓰고 못생긴 척하는 영화인 걸요. 이런 역에 정말 못생긴 아이를 바라는 관객은 많지 않아요. 사람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꾸미면 예쁘게 보일만한 '기크'입니다. 아무리 사방에서 내면의 미가 중요하다고 우겨도 관객들이 진짜로 인정하는 것은 외모입니다. 당연히 주인공의 외모는 미용사가 살짝 손을 보면 빛이 날 정도로 오리지널이어야 하고요. 미아 역의 배우가 헤더 마타라조였다면 사람들이 용납했을까요?

듀나 전 헤더 마타라조를 좋아하는데요?

파프리카 저도 좋아한답니다. 하지만 공주역으로 기대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그런 변신이 꼭 중요할까요? 이 영화의 핵심은 이쁜이 변신이 아니라 소극적인 아이가 중요한 직책을 맡는 과정이잖아요.

듀나 정면으로 내세우는 주제는 그렇죠. 하지만 그런 게 진짜로 영화의 핵심이라는 법은 없어요. 이 영화에서는 소망 충족 판타지가 먼저예요. 주제는 구색을 맞추기 위해 형식적으로 끼워넣은 것 이상은 아닙니다.

그게 이 영화의 결정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지요. 겉으로 드러난 목적과 실제 목적이 달라서 상당히 위선적인 영화가 된 것이죠. 그 때문에 영화의 에너지가 분산되어 가짜 의도와 진짜 의도 모두 적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빈틈을 채우기 위한 박제된 공식들도 굉장히 많이 동원되고요.

G등급의 한계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안전하게만 만들다보니 정곡을 찌르는 강도높은 코미디가 될 가능성이 사라졌으니까요. 그렇다고 이 신데렐라 이야기가 특별히 대단한 '정치적 공정성'을 획득한 것도 아니잖아요.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하라면... 가장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은 줄리 앤드루스의 존재감입니다. 특별히 엄청난 연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이 아줌마를 다시 보는 건 참 즐겁네요. 스타성이라는 걸 그렇게 가볍게 여길 순 없나봅니다. 앤 해서웨이는 친근하고 종종 꽤 귀엽게 구는데, 미아 역의 캐릭터에 원래 그 이상의 깊이가 없으니 자기 일을 한 거라고 해야겠죠? 헤더 마타라조는 좋은 배우이고 연기도 좋았지만 배우에 비해 캐릭터가 너무 단순했고요.

파프리카 로버트 슈와츠먼은 얼굴을 알아보기 정말 힘들더군요. 캐릭터가 너무 전형적이어서 그랬나?

듀나 제이슨도 안경 벗은 최근 사진은 못알아보겠던 걸요.

파프리카 산드라 오가 교감으로 나오죠? 헬렌 리가 Reel.com 인터뷰에서 좋은 캐나다 배우가 그런 식으로 낭비되는 데 대해 한탄하는 걸 읽은 적 있습니다만.

듀나 헥터 엘리존도는 [귀여운 여인] 때와 거의 같은 캐릭터가 아닌가요?

파프리카 두 영화도 기본 핵심은 다를 게 없는 영화지요. 덜 모욕적이고 더 어린이 취향이라는 게 다르다면 다를까요. 그래도 전 재미있게 봤답니다. 아마 제가 중학생 수준의 노골적인 핑크색 취향에 유달리 관대한 경향이 있나 봅니다. 그리고 그건 그 쪽도 예외는 아니지 않아요? (01/10/08)

D&P

기타등등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는 중간에 쿠키가 있으니까 놓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