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존 크롬웰 John Cromwell

주연
로널드 콜먼....루돌프 라센딜/루돌프 5세
Ronald Colman....Rudolph Rassendyll/King Rudolf V
마들레인 캐롤....플라비아 공주
Madeleine Carroll....Princess Flavia
C. 오브리 스미스....잡트 대령
C. Aubrey Smith....Colonel Zapt
레이몬드 메이시....블랙 미카엘
Raymond Massey....Black Michael
메리 애스터....앙트와네트 드 모방
Mary Astor....Antoinette de Mauban
데이빗 니븐....프리츠 폰 탈렌하임 대위
David Niven....Captain Fritz von Tarlenheim
더글러스 페어뱅크스 주니어....헨자우의 루퍼트
Douglas Fairbanks Jr.....Rupert of Hentzau

1.

안소니 호프가 쓴 이 로맨틱한 활극의 어린이용 축약본을 읽고 밤잠을 설쳤던 분 계신가요? 그 때만 해도 서가는 참 로맨틱한 공간이었습니다.

한 번 그 옛날의 모험 소설들을 떠올려보세요. [빨강 별꽃], [보물섬], [스카라무슈]... 저 자신을 사바티니나 호프의 열렬한 팬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그들의 작품을 읽는 것은 무척 매력적인 경험입니다. 이 냉소주의의 세상을 사는 독자들한테 호프와 사바티니의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고결함과 명예, 결백한 로맨스는 오히려 청량감을 주니까요.

2.

존 크롬웰의 [풍운의 젠다 성]은 안소니 호프의 고전을 영화한 최초의 작품도 아니고 마지막 작품도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결정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만큼 우수한 질을 보여준 각색물은 없죠. 피터 셀러즈가 일인이역을 했던 버전은 모두에게 악몽이었고 스튜어트 그렌저와 데보라 카가 나왔던 영화도 뭔가 빠져 있는 듯 합니다.

줄거리는 다 아시리라 믿습니다. 관광차 루리타니아로 온 영국인 루돌프 라센딜은 닮은 외모 때문에 형이 보낸 독 포도주에 중독된 루돌프 왕자를 대신해서 대관식을 올리지만 그만 루돌프 왕자와 결혼 상대인 플라비아 공주와 사랑에 빠지지요. 한편 악당 미카엘 왕자와 루퍼트 대공은 진짜 왕을 납치해서 왕자를 빼앗으려 하고 라센딜은 그들과 한판 대결을 벌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로널드 콜먼입니다. 루돌프 라센딜 역을 하기에는 너무 진중해 보이는 배우가 아닐까요? 하긴 그런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외모 때문에 라센딜이라는 캐릭터가 훨씬 믿음직스럽고 양심적인 인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종종 지나치게 혈기왕성해서 엉뚱한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는 이 장르에서 콜먼의 진중함은 오히려 플러스가 됩니다. 그는 언제나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영화도 어느 정도 콜먼과 같습니다. 액션보다는 드라마를 지향하고 칼 싸움보다는 캐릭터와 로맨스, 음모에 더 치중하고 있죠. 반세기가 넘는 세월의 흐름을 견뎌내고 이 영화가 여전히 흥미진진한 오락거리로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도 이 영화의 드라마 지향 때문일 겁니다. 액션의 흥분은 쉽게 닳으니까요.

콜먼의 진중함을 보완하는 활력을 더해주는 배우는 헨자우의 루퍼트 역의 더글러스 페어뱅크스 주니어입니다. 페어뱅크스 주니어가 연기하는 이 유쾌한 악당은 콜먼이 빠뜨린 모든 것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너지, 도덕과 무관한 뻔뻔스러운 매력 그리고 칼질 솜씨. 특히 마지막 결투 장면은 페어뱅크스 주니어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여자 주인공들에 대해서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마들레인 캐롤과 메리 애스터는 모두 자기 역을 충실히 잘해냈습니다. 하지만 캐롤의 현실적인 이미지는 플라비아 공주보다는 앙트와네트 쪽에 더 맞습니다. 메리 애스터와 자리를 바꾸었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애스터는 앙트와네트치고는 너무 고상해보이니까요.

그러나 전체적으로 다 좋습니다. [풍운의 젠다 성]은 헐리웃 스튜디오 시스템이 진짜 솜씨를 발휘하면 어떤 게 나오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슬프게도 지금은 단종되었지만요.

3.

이 영화는 흑백이지만 현대 방송은 터너 영감이 컴퓨터로 색을 입힌 가짜 버전을 방영했습니다. 전 그냥 화면을 흑백으로 해놓고 보았어요. 그 편이 낫습니다. 붕뜬 칼라는 이 영화의 무게를 떨어뜨리기만 할 뿐입니다. (99/06/27)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몇몇 특수 효과는 상당히 놀라운 수준입니다. 화면 분할을 이용한 일인 이역이야 그렇게 놀랄 것도 없지만 그네들이 악수까지 한다면 사정은 다르지요. 화면분할과 스턴트 더블을 아주 효과적으로 이용한 트릭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