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첸 카이거 Kaige Chen

주연
장동건....쿤룬
Dong-Kun Jang....Kunlun
사나다 히로유키....쿠앙밍
Hiroyuki Sanada....Guangming
장백지.....칭청
Cecilia Cheung....Qingcheng
사정봉....무환
Nicholas Tse....Wuhaun
유엽....귀랑
Ye Liu....Snow Wolf
진홍....만신
Hong Chen....The Goddess Hanshen

칭청과 쿤룬

[무극]의 각본은 조금 정신분열적입니다. 첸 카이거의 최종 목표는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처럼 거대한 판타지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작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는 중국판 [시라노 드 베르주락]이예요. 한마디로 이렇게 스케일이 클 필요가 없는 영화인 것입니다.

중국식 허풍으로 뻥튀기된 초인들의 모험담이지만 설정은 간소합니다. 장군 쿠앙밍은 왕비인 칭청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왕에게 죽음을 당할 뻔한 칭청을 구출한 건 그의 갑옷을 입은 노예 쿤룬이었죠. 쿤룬도 칭청을 사랑하지만, 쿠앙밍은 그녀를 구한 게 자기라고 속입니다. 아까 말했잖아요. [시라노 드 베르주락]이라고.

물론 이런 설정만으로는 대작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첸 카이거는 과장된 판타지 액션을 추가합니다. 설국이라는 나라 출신인 쿤룬은 중국 버전 플래시입니다.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화살보다 빠르고 하늘도 날죠. 도입부엔 소떼를 앞세운 야만족들이 나라를 침략하고 엄청나게 많은 양의 CG가 사용된 뻥쟁이 액션들이 이어집니다.

당연히 이 두 이야기는 제대로 섞이지 못합니다. 종종 전혀 다른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시라노 드 베르주락]이나 [트리스탄과 이졸데] 풍의 고전적 로맨스와 날아다니는 수퍼 영웅들의 이야기가 섞여 있는 겁니다. 수퍼 영웅들의 [시라노 드 베르주락]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정도의 일관성도 없어요.

결과는 당연히 이야기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연결됩니다. 비주얼의 허풍에 신경을 쓰느라, 영화는 삼각 관계 러브 스토리에서 절대적으로 필수적인 심리 묘사를 날려버려요. 특히 운명의 주인공인 칭청의 묘사는 너무 약해서 어리둥절할 지경입니다. 후반부에서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로 밀고 가다보니, 바로 몇 분 전까지만 해도 DC 코믹스의 스판댁스 영웅들처럼 행동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힘을 잃기도 합니다. 갈팡질팡하는 동안 채워지는 건 아무 것도 없어요. 한 마디로 이 영화의 이야기는 그냥 약합니다. 아쉽죠. 그냥 초반에 태도만 분명히 했어도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단점이거든요.

이야기가 이 모양 이 꼴이니 관객들은 당연히 영화의 모양새에 집중하게 됩니다. [무극]은 보고 듣기 좋은 영화일까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일단 단점부터. 이 영화의 스타일엔 두 가지 치명적인 결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첸 카이거가 액션 장면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CG의 질이 형편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나오긴 엄청나게 많이 나와요. [무극]에 비하면 장예모의 무협 영화들은 정말 유려한 걸작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극]은 여전히 보기 좋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은 대부분 CG가 사용되지 않은 정통적인 미술이나 의상, 촬영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CG가 사용된 부분이 효과적인 부분도 서툴게 액션을 담은 부분들이 아니라 피사체의 정적이고 섬세한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부분들이고요. 이 스타일 안에서 이득을 보는 배우들도 장동건이나 사나다 히로유키 같은 굵직한 외모의 남자 주인공들이 아니라 장백지나 진홍, 사정봉처럼 여성적이고 선이 가는 외모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무극]은 완성된 영화를 보는 것보다 머릿속으로 그 대안을 그려보는 것이 더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전 여전히 장백지의 비중이 강화된 중국판 [트리스탄과 이졸데]나 중국판 [시라노 드 베르주락]을 상상합니다. 초자연적인 요소나 허풍이 제거된 자리를 오페라와 같이 거창하게 과장된 감정이 대신 차지한 그랜드 로맨스 말이에요. 충분히 가능했을 법도 한데... (06/01/30)

DJUNA

기타등등

쿤룬은 암만 봐도 칭청보다 나이가 많아 보입니다. 그런데 그가 갓난아기일 때 무환은 이미 어른이었습니다. 하지만 칭청과 무환이 처음 만났을 때 두 사람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었지요.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선 칭청의 나이가 보기보다 훨씬 많아야 하는데, 영화 내에 설명이 있는지 모르겠군요. 전 못 들었습니다. 절세 미인이 되면 나이도 안 먹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