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로저 도널드슨 Roger Donaldson

주연
알 파치노....월터 버크
Al Pacino....Walter Burke
콜린 패럴....제임스 클레이튼
Colin Farrell....James Clayton
브리짓 모이나한....레일라 무어
Bridget Moynahan....Layla Moore
게이브리얼 마크트....잭
Gabriel Macht....Zack
마이크 리얼바....로니
Mike Realba....Ronnie
칼 프루너....데니스 슬레인
Karl Pruner....Dennis Slayne
크리스 오웬즈....아트 월리스
Chris Owens....Art Wallis
일라이자 물체리....리자 사하디
Elisa Moolecherry....Lisa Sahadi

버크와 클레이튼

동구권이 몰락하자, 사람들은 스파이 물의 수명도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어처구니 없는 예측이었죠. 분명 냉전시대식의 스파이물의 무대는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어두웠고 첩보 활동이 사라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첨단 기기 덕택에 첩보활동에서 현장 요원들의 비중이 조금 줄어든 것뿐이랄까요.

그 증거로 스파이 영화들은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요새가 레이건 시대보다 더 활발한 편이죠. 거대한 두 제국의 체스 게임은 사라졌지만 타락한 상관들과 매정한 관료 체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스파이물은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어요.

[리크루트]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바로 그 전형성입니다. 영화는 마치 70년대에 만들어진 첩보물의 분위기와 형식을 그대로 가져온 듯 합니다. 네, 동구권에서 온 상대편 스파이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70년대 첩보물들이 그런 스파이들 없이 이야기를 끌어왔었죠. 그런 이야기에서 진짜 악당은 국적도 제대로 밝히지 않는 '적'이 아니라 내부의 '배반자들'이었습니다.

[리크루트]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드라마의 핵심은 내부 배반자가 분명 CIA 안에 존재하는데 그게 누군지 모르겠다는 거죠. 그 배반자는 주인공이 계속 수작을 거는 여자 동료일 수도 있고 같이 훈련을 받은 친구일 수도 있고 수상쩍은 교관일 수도 있습니다. 배반자가 누구건, 가장 가까운 사람이 적일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은 영화의 기초적인 서스펜스를 조성합니다.

이런 기성품 이야기에 새로운 느낌을 부여하는 것은 CIA 스파이들을 양성하는 훈련 기관인 '농장'의 묘사입니다. [리크루트]가 스파이 훈련소를 처음 다룬 영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게 그렇게까지 자주 다루어지는 소재인 것도 아니니까요. 이 묘사가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 것인지는 몰라도, 영화에 신선함을 부여하는 가장 큰 무기인 건 사실입니다.

전체적으로 [리크루트]는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알 파치노와 콜린 패럴은 모두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 각본과 연출은 날씬하고 프로페셔널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안전하고 야심이 부족해요. 몇 십년 동안 되풀이되던 이야기를 또 한 번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니까요. 훈련소가 사라지고 배반자만 남는 후반부에 이르면 영화는 정말로 뻔해집니다. 단지 그 틀이 좀 낡은 것이라 요새 다시 보면 향수가 느껴질 정도인 게 다르달까요. (03/03/31)

DJUNA

기타등등

자꾸 되풀이 보다보니 브리지트 모이나한의 얼굴도 슬슬 익는 거 있죠. [섹스 앤 더 시티] 때는 늘 구별하느라 애먹었는데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