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장-피에르 멜빌 Jean-Pierre Melville

주연
알랭 들롱....코레
Alain Delon....Corey
잔 마리아 볼론테....보젤
Gian Maria Volonté....Vogel
이브 몽탕....장센
Yves Montand....Jansen
앙드레 부르빌....마테이 반장
André Bourvil....Le Commissaire Mattei
폴 아미오....경찰국장
Paul Amiot....Le chef de la police
앙드레 에키앙....리코
André Ekyan....Rico
프랑스와 페리에....상티
François Périer....Santi

코레

[암흑가의 세 사람]은 장-피에르 멜빌의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이고 한 동안 '추억의 영화'에 집착했던 우리나라 영화팬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프랑스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엔 멜빌의 팬들이 원하는 모든 것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우울하고 비관적인 정서, 그 정서를 담아낸 냉정한 어조 그리고 똥폼에 절은 트렌치 코트 차림의 남자들.

영화는 세 사람의 범죄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코레는 모범수로 막 출옥한 전과자이고 보젤은 호송 도중 열차에서 도망친 탈주범이고 장센은 타락한 형사입니다. 보젤은 탈출 도중 코레의 도움을 받고 보젤은 코레에게 장센을 소개해줍니다. 삼인조가 결성되자 그들은 방돔 거리에 있는 보석상을 털 계획을 짭니다. 물론 그들의 행로는 그렇게까지 편하지 않은데, 조직의 보스 리코가 코레에게 복수하려 이를 갈고 있고 보젤을 호송하다 놓친 마테이 반장이 그들의 뒤를 쫓고 있기 때문이죠.

비교적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의 스토리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방식입니다. 코레나 보젤이나 장센이나 그렇게까지 특별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의 과거 이야기를 철저하게 숨기면서 그들의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확장합니다. 영화는 리코의 아내와 코레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젤이 무슨 범죄를 저질렀는지, 장센과 마테이가 어떤 관계였는지, 왜 마테이의 이름이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마테이인지 끝까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했다면 별 이야기도 아니었을 정보들이 침묵 속에 감추어지자 갑자기 쿨한 무언가가 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영화는 일종의 외인부대적인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과거를 묻고 흐릿한 희망에 모든 것을 건 뒤 마지막 한 판을 시도하는 남자들의 짧은 존재에 대한 이야기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석 강도로 벌어들인 수익이 아니라 그 범죄 과정을 통한 연대감, 명예 그리고 직업적 자존심입니다. 오우삼이 멜빌을 신으로 떠받들었던 것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까?

멜빌의 다른 영화 주인공들처럼 이 영화의 범죄자들도 노련한 장인들입니다. 그들의 범죄능력은 곧 그들의 존재이유와 연결되지요. 이 영화의 유명한 보석상 강도 장면을 보세요. 서스펜스 넘치긴 하지만 의도적인 흥분은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자극이 아니라 이 세 남자들의 프로페셔널리즘입니다.

[암흑가의 세 사람]은 비관적인 영화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타락하고 그 결과는 죽음입니다. 자유의지가 개입될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이 상황 속에서 범죄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입니다. 이 출구없는 비관주의가 관객들을 끌 수 있었던 건 멜빌이 그 절망감을 굉장히 매력적인 것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주인공들은 개처럼 하찮게 죽어갔지만 그 초라한 종말까지도 아이러니컬한 멋을 풍겼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식의 장식은 교활하고 현실적인 도피이기도 했습니다.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들이 누리는 완벽한 해피엔딩과는 달리 이런 식의 쿨한 종말은 어두운 삶을 사는 많은 관객들에게 보다 현실적으로 느껴졌고 그 쾌락은 더욱 강렬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영화에 속아 이런 식의 삶을 갈망하다 망가진 불쌍한 인생들이 얼마나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P (04/12/31)

DJUNA

기타등등

[암흑가의 세 사람]이라는 번역 제목은 분명 [암흑가의 두 사람]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느 쪽이 먼저일까요? [암흑가의 세 사람]이 먼저 나온 영화이긴 합니다. 하지만 비교적 충실한 역제를 가진 건 [암흑가의 두 사람]이죠. [서스피리아]보다 먼저 나온 [딥 레드]가 일본에서 [서스피리아 2]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것과 같은 논리일 수 있겠습니다. 하여간 정확한 정보가 있으면 알려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