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존 힐코트 John Hillcoat

주연
비고 모르텐센....남자
Viggo Mortensen....Man
코디 스미트-맥피....소년
Kodi Smit-McPhee....Boy
로버트 듀발....노인
Robert Duvall....Old Man
가이 피어스....베테랑
Guy Pearce....Veteran
몰리 파커....엄마같은 여자
Molly Parker....Motherly Woman
마이클 K. 윌리엄스....도둑
Michael K. Williams....The Thief
개럿 딜러헌트....갱 멤버
Garret Dillahunt....Gang Member
샬리즈 테론....여자
Charlize Theron....Woman

코카 콜라!

코맥 맥카시의 [더 로드]를 읽고 "왜 이 사람들이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전 답을 알고 있었습니다. 퓰리처 상을 받은 베스트셀러이고 좋은 소설이니까요. 하지만 과연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져도 원래 힘을 유지할 수 있는 작품입니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더 로드]는 스토리만 보면 평범하고 밋밋합니다. 그냥 흔해빠진 포스트-아포칼립스 소설이지요. [더 로드]를 특별하게 만드는 건 내용이 아니라 태도와 화법입니다. 여기서 태도는 어떻게든 흉내낼 수 있지만 화법은 좀 어렵죠. [더 로드]는 문학이라는 매체 안에서만 온전하게 빛을 발하는 작품입니다.

존 힐코트는 그래도 아주 성실하게 이 작품을 영화로 옮겼습니다. 우선 비고 모르텐센을 남자 역으로 캐스팅한 것부터 성공이었어요. 그리고 어쩜 그렇게 소설의 묘사와 그럴싸하게 맞아떨어지는 로케이션을 찾아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전 예고편을 보고 그가 이 소설을 각색하면서 이야기를 지나치게 '통속화'시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원작의 요소들을 소화하기 쉽게 만들고 설명을 추가한 부분들도 있고 일부러 자극적인 이미지를 넣은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준수하지요.

그렇다면 [더 로드]는 좋은 영화인가?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힐코트는 사실적인 배경을 만들어 그 안에서 좋은 배우들에게 좋은 연기를 시켜 의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었지요. 소설의 차가운 절망과 생존의 철학은 그 과정 중 대부분 남아 완성된 영화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장르를 새로 개척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진중하고 좋은 영화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자기만의 반짝임이 없습니다. 힐코트는 원작을 망치지 않으려 노력했고 거기에 성공했지만, 그렇다고 전환 과정 중 날아갈 수밖에 없는 원작의 힘이 저절로 보충되는 것은 아니었으니 빈 자리는 남죠. 이 남은 부분을 채우는 건 영화감독의 일인데, 힐코트는 차마 그럴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거의 성서 영화를 만드는 것 같아보이는 성실함은 인상적이지만 그렇게 엄숙하게만 영화를 만들 필요는 없었어요. (09/12/23)

DJUNA

기타등등

코디 스미트-맥피는 정말 엄마 역의 샬리즈 테론을 닮았어요. 그래서 뽑혔다고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