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보이체크 하스 Wojciech Has

주연
즈비그니예프 체불스키....알폰소 반 보르덴 대위
Zbigniew Cybulski....Captain Alphonso van Worden
이가 쳄브르진스카-콘드라티우크....에미나 공주
Iga Cembrzynska-Kondratiuk....Princess Emina
요안나 제드리카....지벨다 공주
Joanna Jedryka....Princess Zibelda
카지미에츠 오팔린스키....은둔자
Kazimierz Opalinski....Hermit
프란치크첵 피에츠카....파체코
Franciszek Pieczka....Pascheco
레온 님칙....돈 아바로도
Leon Niemczyk....Don Avadoro
보구밀 코빌라....톨레도
Bogumil Kobiela....Toledo
크르지쉬토프 리트빈....돈 로페스 소아레스
Krzysztof Litwin....Don Lopez Soarez
엘츠비에타 키제프스카야....프라스케타
Elzbieta Czyzewska....Frasquetta
야드비다 크라프칙....도나 이네스 모로
Jadwiga Krawczyk....Donna Inez Moro
지지슬라프 마클라키에츠....돈 로케 부스케로스
Zdzislaw Maklakiewicz....Don Roque Busqueroz

지벨다 공주

[사라고사 매뉴스크립트]는 18세기 폴란드의 작가 얀 포토츠키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이 작품의 줄거리는...

...에헴... 영화는 나폴레옹 전쟁 때 두 장교들이 어느 집에서 이 작품의 제목과 연결되는 '사라고사 필사본'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우연히도 그 이야기는 두번째 장교의 할아버지인 알퐁소 반 보르덴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책에 따르면 보르덴 대위는 마드리드로 가는 동안 여관에서 두 명의 무슬림 공주들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그 뒤로...

...여기서 또 막히는군요. 왜냐고요? 이 영화에 제대로 된 줄거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건 보르덴의 모험담이 끝도 없이 현실과 꿈, 꿈같은 현실을 오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 구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를 구성하는 건 단선적인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잘하게 조각난 여러 이야기들이에요. 일종의 폴란드 버전 [아라비안 나이트]인 셈이죠. 등장하는 사람들은 다들 상당한 입담꾼이며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어떤 때는 유령이 나오는 호러물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이국적인 에로티카이기도 하며 어떤 때는 18세기식 코미디이기도 해요.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습니다. 진짜 문제는 이런 이야기들이 배열된 순서입니다. 영화는 이야기꾼을 바꾸어가며 병렬진행만 하는 식이 아닙니다. 반대로 이야기 속의 이야기꾼이 그 이야기 안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 이야기 속의 이야기꾼이 또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심할 때는 여덟 겹이나 올라갑니다. 종종 한 이야기의 결말은 앞의 이야기꾼이나 그 앞의 이야기꾼이 하는 이야기에서 결말이 나고 한 이야기꾼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인 인물이 다른 이야기꾼의 이야기에서 조연이기도 합니다. 코미디 중간에 호러물의 결말을 다른 식으로 설명하는 식으로, 한 이야기의 장르가 바뀌는 경우도 있어요. 물론 원작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답니다. 아무리 세 시간짜리 대작이라고 해도 줄이긴 줄여야했을테니까요.

이 이야기는 결코 완결된 것도 아닙니다. 두 명의 장교가 읽는 '사라고사 필사본' 역시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주인공들 중 하나이며 나중에 보르덴 대위는 그 필사본에 자기 이야기를 첨가하기 위해 책을 들고 나가거든요.

영화는 원작과 다른 식으로 복잡합니다. 이야기들은 좀 줄어들었지만 영화로 만들어지는 동안 격자들이 또 늘었거든요. 우선 이 영화는 소설을 영화로 각색한 작품이죠? 게다가 그 소설이라는 것이 스페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프랑스어로 쓴 폴란드 작가의 작품이란 말이에요. 그걸 스페인 사람인 척 행세하는 폴란드 배우들이 연기하고 있으니 정말 사람 머리 돌아가죠.

영화를 보다보면 마약을 먹은 기분이 납니다. 계속 이야기가 겹치는 동안 사실과 이야기,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가 서서히 허물어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아마 영화라는 매체의 꿈과 같은 특성 때문에 책보다 그런 느낌이 더 강할 거예요. 크르즈쉬토프 펜데레츠키의 음악이나 미에치슬라프 야호다의 흑백 촬영도 그런 느낌을 제공하는 데 한 몫 했겠고요.

당연한 일이지만 60년대 관객들에게 [사라고사 매뉴스크립트]의 아편과 같은 분위기는 엄청 어필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새 관객들은 조금 다른 식으로 접근할 수 있겠지요. 어딘지 모르게 멍한 정신으로 인터넷 서핑을 하는 느낌도 드니까요. 하긴 겹쳐진 텍스트들의 미로 구조라는 면에서 후자 쪽이 더 어울릴 수도 있겠죠. 이 영화의 초현실주의적 매력을 즐기기 위해 꼭 그런 식의 비유를 갖다붙일 필요는 없겠지만 말이에요. (02/04/23)

DJUNA

기타등등

제리 가르시아가 이 영화의 열성 팬이었답니다. 이 영화가 지금 모습으로 복원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노력 때문이라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