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호재

주연
박용하....강현수
김민정....유서연
박희순....황종구
김무열....조민형

현수

[작전] 시사회에 가보니, 영화사 사람들이 화가 잔뜩 나 있더군요. 영화가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나요. 보도자료를 보니 '청소년들에게 증권과 관련된 용어와 주가조작에 대한 세세한 묘사 등 주제 이해도 측면에서 이해가 쉽지 않다'와 '청소년들의 주가조작 모방 위험'라는 표현이 들어옵니다. 머리 나쁜 아이들과 지나치게 좋은 아이들을 동시에 고려한 결정인가 보네요. 네, 비웃고 있습니다.

이런 뉴스를 읽고, "와, 내가 이해하기 너무 어려운 영화인가봐. 보지 말아야지"나 "이 영화를 보고 나도 주가 조작을 한 번 해 봐야지"라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어요. [작전]은 그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그냥 지루하지 않게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오락영화예요. 그리고 이 영화를 주가조작의 교과서로 삼는 아이들이 있다면... 지나가던 개가 비웃을 일이죠.

그런데 이 다소 우스꽝스러운 소동은 [작전]이라는 영화의 딜레마를 설명해줍니다. 오직 내부의 소수만이 온전한 정보를 갖고 있는 복잡한 게임을 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보와 게임의 수위를 어떻게 조절하며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작전]은 가장 익숙한 길을 택했습니다. 일단 독학으로 실력을 쌓은 프로 개미 강현수를 주인공으로 삼아 그를 이 세계의 가이드로 삼습니다. 그는 관객들에게 기초적인 정보를 제공해주고 모자라는 부분은 그를 고용한 진짜 프로들이 보충해주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진짜 고수들의 작전을 극적으로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영화는 이들의 음모를 될 수 있는 한 간략화시키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나름 물리적, 심리적 액션도 넣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따라가기 어렵지 않습니다. 포커 게임을 다룬 영화를 보기 위해 포커에 대해 알지 못해도 되는 것과 비슷해요. 물론 알면 더 재미있겠지만.

영화는 교훈극이기도 합니다. 세상을 진짜로 움직이게 하는 건 한탕을 노리는 '프로들'이 아니라 땅에 발을 붙이고 무엇을 진짜로 만들거나 이루는 사람들이라는 거죠. 이 영화의 이야기도 그 교훈에 맞추어 짜여져 있습니다. 후반부엔 노골적인 설교도 많아요.

영화의 전체적인 인상은 좀 나이브하다는 것입니다. 다 위에 언급된 이유 때문이죠. 음모를 단순화하고 명명백백한 교훈을 주려다보니, 실제 세계의 반영보다는 교과서적인 훈계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명백하고 이해하기 쉽지만 그만큼이나 평면적인 캐릭터들과 연기 지도 때문에 현실 세계의 질감은 비교적 떨어지는 편이에요. 결말은 안전하지만 그 결말에 도달하기 위해 지나치게 손쉽게 타협한 흔적도 보이고요. 조금 더 세게 나갈 수도 있었던 이야기를 그냥 편하게 처리한 것 같아요. 주인공들을 지나치게 봐준달까.

개인적인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전 이 영화의 악당들이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건 어느 정도 의도적이긴 해요. 이 영화는 진심으로 자기네들이 그리고 있는 악당들을 경멸하고 있고 그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건 양복을 빼입고 자기네가 뭔가 대단한 척 으쓱거리는 양아치들을 영화 내내 봐야 한다는 말도 됩니다. 네, 의도적이라는 걸 안다니까요. 하지만 그걸 제가 즐겨야 할 이유는 없지요. 다른 관객들은 사정이 다를 수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전 악당들을 어느 정도 존중할 수 있을 때 영화가 더 재미있어진다고 봐요. 양아치들을 조롱하는 건 세상에서 가장 싱거운 일이지요. (09/01/28)

DJUNA

기타등등

영등위의 해명이 너무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전 슬슬 다른 음모론을 생각하고 있는 중입니다. 요샌 이런 것도 습관이 되어 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