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노먼 Z. 맥레오드 Norman Z. McLeod

주연
대니 케이....월터 미티
Danny Kaye....Walter Mitty
버지니아 메이요....로잘린드 반 훈
Virginia Mayo....Rosalind van Hoorn
보리스 칼로프....휴고 홀링스헤드 박사
Boris Karloff....Doctor Hugo Hollingshead
페이 밴터....미티 부인
Fay Bainter....Mrs. Mitty
앤 러버포드....거트루드 그리스월드
Ann Rutherford....Gertrude Griswold
서스턴 홀....브루스 피어스
Thurston Hall....Bruce Pierce
고든 존스....터비 워즈워스
Gordon Jones....Tubby Wadsworth
플로렌스 베이츠....그리스월드 부인
Florence Bates....Mrs. Griswold
콘스탄틴 샤인....피터 반 훈
Konstantin Shayne....Peter van Hoorn

제임스 서버의 단편 [월터 미티의 비밀 인생]은 진부한 일상 속에 깔려 사는 공처가가 일련의 공상을 통해서만 간신히 탈출구를 얻는 과정을 희극적이면서도 서글프게 그린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원작'이라는 [월터의 비밀 인생]은 원작의 주제와는 무관한 작품입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월터 미티는 공상가이고 지겨운 일상에서 도망가기 위해 일련의 공상에 빠져들긴 합니다.

하지만 헐리웃의 각색가들은 주인공 미티가 매력없고 초라한 남자로 등장해 끝까지 매력없고 초라한 인물로 남는 걸 차마 볼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사실 [월터 미티의 비밀 인생]은 극적 발전이 없는 작품이니 영화화를 위해 무언가 손을 써야 한다고 그들이 생각한 것 또한 당연한 일이라 하겠지요.

그들은 영화에 새로운 내용을 첨가합니다. 월터(이 영화에서는 아직 미혼입니다)가 신비스러운 네덜란드 여인 로잘린 (버지니아 메이요)와 만난 뒤 유럽의 보물들과 관련된 진짜 사건에 말려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엉성하게나마 모험을 치르고 로잘린과 맺어집니다.

원작 자체가 장편 영화로 만들기엔 문제가 있는 작품이니 이렇게 만든 것 자체를 저희가 뭐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원작을 잊고 보더라도 이 각색에는 문제가 꽤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스토리의 혼란이지요. 각색자는 월터를 그냥 공상가로 남겨야 할지 아니면 엉성한 모험가로 남겨야 할지 결정이 안 선 모양입니다. 물론 초반의 공상가가 후반의 모험가로 바뀌어야 한다는 개념 자체는 서 있습니다만, 왜 미티가 로잘린을 구하려 가는 도중에까지 공상에 빠져야 하는 걸까요? 그가 그토록 그리던 진짜 모험 속에 말려든 순간인데 말입니다. 게다가 미티의 끝없는 공상이 실제의 허황된 사건들 속에 섞여서 차별성을 잃는 것도 문제입니다.

오히려 [7년 만의 외출]이나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번]이 '월터 미티' 아이디어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한 작품입니다. 공상가를 다룰 때 공상적인 사건을 실제로 도입하면 마이너스가 될 뿐입니다. 이런 영화에서 '현실'은 공상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 쓸만한 부분들은 대부분 전체 스토리 라인과 무관한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미티의 공상 부분들의 꽤 많은 것들은 재미있습니다. 대니 케이의 뮤지컬 재능이 보이는 몇몇 장면들 (예를 들어 "파리의 아나톨")도 좋고요. 하지만 "파리의 아나톨"과 같은 장면들이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장면이라는 게 문제겠지요. 결국 이 영화는 부분부분 보면서 즐길 정도의 수준일 뿐입니다. (97/08/12)

D&P

기타등등

1. 필름스에는 자료가 없지만, 이 영화는 DCN에서 방영되었습니다.

2. 짐 캐리 주연의 리메이크 계획이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잠잠하군요. 하지만 대니 케이보다 캐리가 이 역에 더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그런데 아세요? 원작자 제임스 서버는 이 영화를 만들지 말라고 사무엘 골드윈에게 1만 달러를 주려고까지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