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프랑스와 트뤼포 François Truffaut

주연
이자벨 아자니....아델 위고
Isabelle Adjani....Adèle Hugo
브루스 로빈슨....핀슨 중위
Bruce Robinson....Lt. Pinson
실비아 마리옷....손더스 부인
Sylvia Marriott....Mrs. Saunders
루빈 도리....손더스 씨
Reubin Dorey....Mr. Saunders
조셉 블라첼리....책방 주인
Joseph Blatchley....The Bookseller
아이브리 가이틀리스....최면술사
Ivry Gitlis....Hypnotist
칼 해스웰....핀슨 중위의 당번병
Carl Hathwell....Lt. Pinson's Batman
프랑스와 트뤼포....장교
François Truffaut....Officer
M. 화이트....화이트 대령
M. White....Colonel White
레이몬드 팰라....존스턴 판사
Raymond Falla....Judge Johnstone
로저 마틴....머독 박사
Roger Martin....Doctor Murdock
마담 루이즈....마담 바
Madame Louise....Madame Baa

파프리카 이자벨 아자니는 어쩜 저렇게 예쁘죠?

듀나 참... 마치 그 뻔한 사실을 이제야 눈치챘다는 투군요.

파프리카 물론 이자벨 아자니의 미모는 세상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걸 그냥 머리 속에 넣고 다닐 때와 그 사람 영화를 보고 난 직후의 느낌이 같을 수는 없는 것 아니겠어요?

그리고 [아델 H의 이야기]에서 아자니는 정말로 예뻐요. 1시간 40분 동안 화면에 나오는 아자니의 얼굴만 바라 봐도 지겹지 않을 정도예요.

이런 작품을 보다보면 영화라는 장르가 예쁜 여자들을 쫓아다니며 카메라를 돌려대던 남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고다르의 말에 생각이 미치게 됩니다. 이 영화에도 여성적인 아름다움에 언제나 매료되어 왔던 두 남자들이 버티고 있죠. 감독/작가인 프랑스와 트뤼포와 촬영감독인 네스토르 알만드로스말이에요.

듀나 알만드로스가 뭐라고 그랬더라? '카메라는 여자들을 사랑한다. 이 의견은 나의 성적 취향과 아무 상관 없는 일이다.' 정말로 그 양반이 성적 취향과 무관한 예술가로서 그런 소리를 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알만드로스 영감이 여성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는 작업에 푹 빠져 있었다는 건 분명합니다.

그런 알만드로스 영감에게 이 영화는 얼마나 행복한 작업이었을까요? 이 풋내기 틴에이저 배우의 얼굴을 화면에 담는 건 그에겐 신천지를 탐사하는 것과 같았을 거예요. 네, 그리고 아자니에게는 그럴 가치가 있었지요.

알만드로스 영감이 아자니의 얼굴을 카메라로 애무하고 있는 동안 트뤼포는 보다 복잡한 애정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척 봐도 이 영화의 주인공 아델 위고는 트뤼포가 혹할 만한 여자입니다. 아름답고 로맨틱하고 위험하고 미쳤지요.

아델 위고가 누군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이 사람과 그에 관련된 스캔들에 대한 정보를 드리죠. 아델 위고는 빅토르 위고의 딸입니다. 빅토르 위고가 건지 섬에서 망명 중일 때, 아델은 앨버트 핀슨이라는 영국인 장교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아델에게 싫증을 낸 핀슨이 부대와 함께 캐나다 핼리팩스로 가자, 아델은 그의 뒤를 쫓아갔죠. 몇 년 뒤, 미치광이 걸인이 된 아델은 바베도스에서 발견되고 아버지 빅토르 위고의 품에 돌려보내졌습니다. 그 뒤로 그녀는 40년 동안 정신병원에서 살다 생을 마쳤죠. 아델은 그 동안 암호로 굉장히 많은 양의 일기를 남겼는데, 이 글들은 1960년대에나 공개되었습니다. 트뤼포가 아델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자료로 삼은 것도 그 일기들이었죠.

파프리카 아델 위고는 트뤼포가 주인공으로 삼은 여자 주인공 중 가장 정신적으로 위험한 사람입니다. 물론 [흑의의 신부]에 나오는 줄리나 [나만큼 예쁜 아이]의 카미유처럼 범죄자 성향은 아니지만 같이 지내다보면 차라리 줄리나 카미유와 저녁을 같이 먹는 게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영화 속에서 아델이 하는 일들을 보세요. 대서양을 건너 옛 애인을 쫓아온 것까지는 좋아요. 하지만 임신한 척 흉내를 내고, 남자로 변장해서 스토킹을 하고, 가짜 결혼 기사를 발표하고, 최면술사를 동원해 강제 결혼을 할 계획을 세우고, 창녀를 사서 남자에게 선물로 주고... 이 모든 일들은 정상적인 사람이 할 짓이 아닙니다. 스크린 밖에 안전하게 앉아 구경만 하는 저희야 '감히 이자벨 아자니를 차다니, 간 부은 녀석'하고 혀를 끌끌 차지만, 당사자인 핀슨은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듀나 [아델 H의 이야기]는 로맨틱한 사랑의 끔찍한 면을 가차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제가 늘 말하잖아요. 로맨스는 질병이라고요.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 좋아하는 일은 로맨스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아델은 확대경과 같습니다. 우리는 아델이 벌이는 미친 사랑의 모험을 통해 로맨스의 광적인 면을 발견하죠. 이 영화에 나오는 로맨스는 일방적이고 흉악하며 불쾌하고 무섭습니다. 심지어 연애라는 기초적인 행위 자체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어요.

파프리카 아델이 왜 핀슨에게 그렇게 매달렸는지 모르겠어요. 예쁜 외모만 빼면 텅빈 남자인데.

듀나 사람들은 어떻게 사랑을 시작할까요? 그건 결코 이성적인 선택이 아닙니다. 일단 포석이 놓여지면 사람들은 그 위에서 그냥 질주합니다. 아델에게 핀슨의 실제 가치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죠. 중요한 건 자신의 감정인데, 이게 극한에 도달하면 상대방의 존재 자체도 그렇게 의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에서 아델의 사랑은, 미친 아델이 핀슨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지나치는 장면에서 절정에 달합니다. 굉장히 아름다운 아이러니가 아닌가요?

파프리카 아자니에게 아델은 정말로 딱 맞는 캐릭터입니다. 아자니의 이미지를 결정지은 것도 바로 아델 위고의 미친 연인의 이미지였죠. 그렇게 보면 트뤼포는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이자벨 아자니라는 배우의 예술적 아버지인 셈입니다.

듀나 [아델 H의 이야기]에서 아자니가 보여준 연기에는 이 사람이 후기 영화에서 보여준 그 광적인 스펙타클은 없습니다. 하지만 섬뜩한 무표정과 적절하게 터져나오는 무서운 광기의 대립은 강렬하고 아름답습니다. 정말 재능있는 아이였어요.

파프리카 그러고 보니 벌써 사반세기 전 영화네요? 세월 참 빠르군요. 누군가는 그 세월을 까맣게 잊고 있는 모양이지만. (01/03/16)

D&P

기타등등

트뤼포는 초반에 영국인 장교로 카메오 출연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