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세르지오 마르티노 Sergio Martino

주연
에드위지 페네크....줄리 워드
Edwige Fenech....Julie Wardh
조지 힐튼....조지 코로
George Hilton....George Corot
콘치타 아이롤디....캐롤 브랜트
Conchita Airoldi....Carol Brandt
이반 라시모프....장
Ivan Rassimov....Jean
알베르토 데 멘도자....닐 워드
Alberto de Mendoza....Neil Wardh

워드 부인

제목이 [워드 부인의 이상한 죄악]이긴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줄리 워드는 별다른 죄를 지은 적이 없습니다. 죄가 있다면 남자 보는 눈이 엄청 없는 관능적인 미인이라는 건데, 이건 이탈리아 지알로 장르 여자 주인공 전부를 포함하는 설명이죠. 아니, 꼭 여자 주인공만 커버하는 것도 아니군요. 지알로에서 여자 주인공과 여자 조연의 차이는 캐릭터의 질이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느냐에 달려 있으니까요.

하여간 영화가 시작될 무렵, 줄리는 외교관인 남편 닐과 함께 오스트리아로 옵니다. 부부가 도착했을 때에는 면도칼로 여자들만 골라 살해하는 살인마 때문에 비엔나가 한참 시끄러울 때죠. 비엔나의 여자들이 한 명씩 살해당하는 동안 줄리는 자기만의 고민 때문에 고생하고 있었으니, 사디스틱한 옛 남자친구 장이 나타나 추근덕거리며 협박을 해댔기 때문이죠. 게다가 어쩌다 줄리가 조지라는 남자랑 바람피우는 걸 잡은 협박범이 협박편지를 보내기까지 해요. 그것만으로 모자라 면도칼 살인범이 줄리가 사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얼쩡거리고 친구까지 살해당했으니 이건 정말 미칠 짓이죠.

도대체 누구의 짓일까요? 줄리 주변의 세 남자들 중 범인이 숨어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래야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누구? 여기서 전 단 한 번도 누가 범인인지 신경 쓴 적 없었다는 걸 고백해야겠군요. 이들은 모두 그렇게까지 매력적인 인물들이 아니기 때문에 누가 범인이어도 상관없는 겁니다. 특히 줄리의 옛 남자친구 장은요. 역겹고 불쾌한 남자들을 창조해내는 이탈리아 장르 작가들의 재능은 정말 알아줘야 합니다.

주인공인 줄리 워드 역시 우리가 적극적으로 사모하고 싶은 인물은 아닙니다. 그러기엔 너무나도 전형적인 피해자이고 너무나도 소극적이죠. 이 캐릭터는 하는 일이 거의 없어요. 겁에 질려 머리도 제대로 안 쓰고 선택도 대부분 최악의 것만 골라서 해요. 딱 백설공주를 연상하시면 되는데... 흠... 생각해보니 이 영화의 결말은 은근히 [백설공주]와 닮은 구석이 많습니다. 충분히 이해가능한 상황이지만, 전 그래도 중간에 나오는 용감무쌍한 스튜어디스 단역 쪽을 더 응원해주고 싶더군요. 영화 보면서 막 휘파람 불고 박수치고 그랬습니다.

추리물로 보았을 때, 에르네스토 가스탈디가 참여한 시나리오는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합니다. 일단 음모 자체는 논리적으로 큰 문제가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좀 어처구니없기는 하지만 지알로 장르의 허용치를 고려해보면 준수하죠. 게다가 아주 정통적인 밀실 트릭까지 하나 동원할 줄 안답니다. 하지만 디테일이 약합니다. 범인이 지나칠 정도로 피해자의 마음을 잘 읽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하나 있고, 몇몇 장면에서는 아무도 보지 않는 데에서도 연기를 하고 있지요. 사건 진상이 순전히 범인의 입을 통해 밝혀지는 것도 싱겁고요.

그러나 누가 치밀한 미스터리를 기대하면서 지알로를 본답니까. 마르티노의 이 영화는 좀 어색하고 헐렁할지 몰라도 광기와 폭력과 섹스가 범벅이 된 피투성이 불쾌한 오락을 제공해주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검은 장갑을 낀 살인마가 젊은 여자들을 학살하는 장면들은 솔직히 좀 지겹지만 당시만해도 지알로 장르의 초기였으니 당시 관객들에게 효과는 엄청났겠죠. 요새 보이는 건 마르티노가 음습한 서스펜스를 살리기 위해 만들어내는 분위기 묘사인데, 이건 조금 더 수명이 긴 것 같습니다. 특히 무대가 스페인으로 옮겨지는 후반부에서는요. (07/04/30)

DJUNA

기타등등

마르티노의 72년작 [너의 죄악은 밀실, 오직 나만이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바로 이 영화에서 협박범이 보낸 편지의 문구에서 따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