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제프 버튼 Geoff Burton
케빈 다울링 Kevin Dowling

주연
잭 톰슨....해리 미첼
Jack Thompson....Harry Mitchell
러셀 크로우....제프 미첼
Russell Crowe....Jeff Mitchell
존 폴슨....그렉
John Polson....Greg
조스 모로니....어린 제프
Joss Moroney....Young Jeff
미치 매튜스....할머니
Mitch Matthews....Gran
줄리 허버트....메리
Julie Herbert....Mary
데보라 케네디....조이스 존슨
Deborah Kennedy....Joyce Johnson
레베카 엘마로글루....제니 존슨
Rebekah Elmaloglou....Jenny Johnson

제프와 해리

[섬 오브 어스]는 조금 독특한 부자 관계에 대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해리는 배관공이고 동네 럭비팀의 선수인 24살 아들 제프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둘의 사이는 아주 좋은 편이죠. 특히 제프가 게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말입니다. 해리는 게이 아들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반대로 아들에게 게이 포르노 잡지를 사다주고 연애 생활에 툭하면 참견할 정도로 적극적이죠. [아메리칸 파이]에 나오는 짐의 아빠가 게이 아들을 두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이해가 되시겠죠?

해리는 확실히 평범한 아빠는 아니죠. 종종 그 선의가 무섭게 느껴지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로저 이버트와 같은 평론가들은 영화가 해리의 심리 묘사를 일부러 외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 게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이 영화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해리와 제프의 부자 관계를 둘러싼 코미디를 이용하고 있다는 게 너무나도 잘 보이는 걸요. 데이빗 스티븐즈의 희곡을 각색한 이 영화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이성애자 관객들의 선입견을 벗기기 위한 도구입니다. 영화는 코미디를 하건, 드라마를 하건 늘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봐요, 모든 남자 동성애자들이 여자같은 건 아니에요. 봐요, 동성애자들에게도 가족과 가족적 가치는 중요해요. 봐요, 우리에게도 로맨스와 진정한 사랑은 중요해요. 당신들이 조금만 마음을 열면 우리 모두 조금씩 더 행복해질 수 있어요." 겉으로 드러난 메시지가 너무 노골적이라서 이걸 무시하고 드라마를 읽기는 쉽지 않죠.

그러나 영화가 해리의 심리 묘사를 일부러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해리는 조금 과장된 편이지만 실제로 동성애자 자식들을 둔 부모들 중 해리와 같은 사람들은 꽤 많아요. 꾸준히 PFLAG 모임에도 나가고 아이들과 함께 시위에도 참가하는, 어떻게 보면 자식보다 더 열심인 사람들이죠. 영화는 실제로 그 사람들의 마음 속에 어떤 생각이 돌아가고 있는지 꽤 자세히 설명하는 편이에요. 아이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선택을 전적으로 지지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약간의 실망과 그에 대한 죄책감이 앙금처럼 남아 있고 그에 대한 반발심 때문에 때문에 더욱 열심인 거죠. 해리의 경우는 죄책감이 조금 더 큽니다. 해리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죽은 뒤 40년 동안이나 여자 애인과 같이 살아왔고 해리는 어머니의 말년에 두 사람을 헤어지게 한 것에 대해 심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거든요.

영화는 분위기상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전반부는 코미디입니다. 오래간만에 맘에 든 남자를 만난 제프가 어떻게 분위기 잡고 연애를 해보려는데, 해리가 끝도 없이 간섭하며 분위기를 망치는 거죠. 후반부는 드라마입니다. 해리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그 동안 코미디에 가려져 있던 제프와 해리의 고민이 터져나오는 것이죠.

코미디보다는 드라마가 더 좋습니다. 코미디도 나쁘지는 않지만 선전용이라는 느낌이 너무 강해요. 하지만 영화가 일단 드라마로 접어들면 두 주인공의 보편적이고 깊은 감정이 메시지의 뻣뻣한 느낌을 지워버립니다. 여전히 제프의 성적 정체성은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서로를 사랑하는 두 독립적인 개인들이 나누는 감정의 교류입니다.

영화는 비교적 잘 통풍이 된 편이지만 원작 희곡의 많은 부분들을 그대로 남겨놓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독백이죠. 해리와 제프는 모두 가끔 카메라를 바라보며 관객들에게 이야기합니다. 해리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에도 가끔 멀쩡한 척하며 일어나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이 트릭이 영화 속에 아주 잘 녹아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짐 톰슨과 러셀 크로우는 모두 좋은 배우들이라 비교적 위태로운 이 도구를 이용해 캐릭터들의 깊은 감정을 끌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네, 이 영화는 꽃다운...까지는 아니더라도 비교적 풋풋하고 날씬했던 젊은이였던 러셀 크로우가 럭비팀 반바지를 입은 게이 청년으로 나오는 영화랍니다. 그가 배우로 인정받은 초기작들 중 하나고요.

[섬 오브 어스]는 노골적인 설교와 소망 성취 환상, 진솔한 드라마가 동거하는 게이 영화입니다. 이런 식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설교에 힘을 실어주는 건 드라마인데, 이 정도면 뻔뻔스럽고 인위적인 외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듯 해요. 하지만 그 드라마의 힘이 감독들이 영화를 전적으로 통제한 결과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03/09/11)

DJUNA

기타등등

미첼 가족이 저녁 식사에 초대해도 집에서 키운 토마토는 절대로 먹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