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아톰 에고이안 Atom Egoyan

주연
이안 홈....미첼 스티븐스
Ian Holm....Mitchell Stephens
사라 폴리....니콜 버넬
Sarah Polley....Nicole Burnell
브루스 그린우드....빌리 안셀
Bruce Greenwood....Billy Ansel
아시네 칸지안....완다 오토
Arsinée Khanjian....Wanda Otto
앨버타 왓슨....리사 워커
Alberta Watson....Risa Walker
모리 채이킨....웬들 워커
Maury Chaykin....Wendell Walker
가브리엘 로즈....돌로레스 드리스콜
Gabrielle Rose....Dolores Driscoll
피터 도널드슨....슈와츠
Peter Donaldson....Schwartz
데이빗 헴블린....애보트 드리스콜
David Hemblen....Abbott Driscoll
브룩 존슨....메리 버넬
Brooke Johnson....Mary Burnell
톰 맥카머스....샘 버넬
Tom McCamus....Sam Burnell
스테파니 모겐스턴....앨리슨
Stephanie Morgenstern....Allison
얼 파스트코....할리 오토
Earl Pastko....Hartley Otto
캐산 뱅크스....조 스티븐스
Caerthan Banks....Zoe Stephens

1.

미첼과 니콜

[스위트 히어애프터]에 나오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끔찍한 교통사고입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 아침, 아이들을 잔뜩 태운 스쿨버스가 그만 호수로 굴러 떨어진 것이죠. 14명의 아이들이 그 사고로 목숨을 잃습니다.

사고가 캐나다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그 파장은 더 큽니다. 대도시에서 죽은 사람들은 아무런 자취도 남기지 않고 조용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라집니다. 하지만 작은 마을에서 이런 사건은 대학살이나 다름없습니다.

여러분 같으면 이런 상황을 맞으면 어떤 기분이겠어요? 슬프고 비참해지고 화가 날 겁니다. 네, 무엇보다 화가 나겠지요. 하지만 이럴 때는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요?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냥 불운한 사고일 뿐이죠. 19세기 사람들이라면 신을 원망하겠지만 요새와 같은 불신앙의 시대에 신은 그런 도움도 주지 못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도시에서 미첼 스티븐스라는 변호사가 마을에 찾아옵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을 한 명씩 설득해서 집단 소송을 하게 합니다. 하지만 누구한테요? 누구일 수도 있습니다. 스티븐스의 사전엔 우연한 사고란 것이 없으니까요. 스쿨버스를 제대로 정비하지 못한 회사 때문일 수도 있고, 가이드 레일을 건성으로 만든 정부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희생자들의 가족들이 품고 있는 분노를 모아 미사일처럼 밀어붙여 소송을 성사시키는 것입니다. 물론 성공하면 그에게 보상금의 3분의 1이 떨어지지요.

스티븐스는 존 그리샴식 영웅일까요? 아니면 변호사 농담에나 나올 것 같은 흡혈귀일까요? 둘 다 아닙니다. 그는 어느 한쪽에 떨어질 정도로 단순한 남자가 아닙니다. 그는 정말로 사명감에 가득 차서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누군가가 죽은 아이들의 부모들이 겪는 고통을 보상해주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죽은 아이들을 이용해 보상금을 타내는 것이 잔인한 일처럼 보이지만, 그는 실리주의자입니다.

그가 이런 일에 사명감을 느끼는 데엔 또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그에게는 마약 중독으로 파멸해가는 딸이 하나 있습니다. 어떻게보면 그는 그의 새 고객들인 마을 사람들처럼 아이를 잃은 사람입니다. 그가 마을 사람들에게 동병상련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고 해야겠지요.

여기서 이야기는 [엑조티카]와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이 영화가 러셀 뱅크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큰 문제가 안됩니다. 에고이안이 이 작품에 끌렸던 것도 그 때문일테고 각색 과정 중 에고이안의 터치가 많이 묻었을 테니까요. [엑조티카]에서처럼 이 사람들은 부서져 가는 가족 이미지의 조각들을 필사적으로 움켜쥐고 절망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가족의 이미지 상당 부분이 허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스티븐스가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고 정보를 모으는 동안 우리는 이들의 완벽한 가정이 근친상간과 불륜으로 얼룩져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자신들의 분노를 정당화하고 그 댓가를 요구하는 동안 그들의 과거는 점점 왜곡되고 미화되어간 것이지요.

마을 사람들이 부서진 천국을 상상하고 있는 동안 그들의 환상에 제동을 거는 사람들이 두 명 있습니다. 한 명은 사고로 아이들을 잃은 빌리 안셀이고 다른 한 명은 사고로 반신불구가 된 가수 지망생 소녀 니콜 버넬입니다. 특히 니콜은 후반부에 이르면 매정한 얼음 여신처럼 마을 사람들의 희망을 박살내는 역할을 맡게 되지요. 아마 그녀의 과거가 미화되기엔 너무나도 분명했고, 사고 역시 그만큼이나 그녀에게 잔인한 상처로 남아 미화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2.

영화에서는 세 시간선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스티븐스가 사건을 맡아 뛰어드는 1995년의 현재, 사고가 일어나기 전부터 사고가 일어나는 순간까지의 과거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딸의 친구 앨리슨을 만난 스티븐스가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1997년의 미래. 전형적인 에고이안 영화답게 영화는 이들을 적당히 쪼개 감정의 흐름에 따라 재배치합니다. 사고와 연결된 수많은 사람들의 뒷이야기가 이곳저곳에서 조금씩 노출되지만 이들은 모두 거대한 관현악곡처럼 하나의 음악에 봉사하는 셈이지요.

이 관현악곡에 하나의 주제를 부여하는 것은 에고이안이 삽입한 [하멜린의 피리부는 사나이]입니다. 이 동화는 너무나도 그럴싸하게 이야기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러셀 뱅크스가 왜 이 동화에 대한 언급을 원작에 넣지 않았는지 이상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뱅크스 자신은 언어 매체인 소설 속에서는 너무 노골적이 되었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소설이 영상 매체인 영화로 각색되면서 새로운 표현 가능성을 얻은 것이죠.

영화는 굉장히 강한 정서적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전부 에고이안의 공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에고이안은 그 차가운 배경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격렬한 감정을 섞어 그리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여전히 그 사람 특유의 '영리한 느낌'을 잔뜩 남겨놓고 있습니다. 맘 놓고 감동하기엔 너무 차갑다고 할 수도 있죠.

이를 보완해주는 것이 배우들입니다. 특히 미첼 스티븐스 역의 이안 홈은 굉장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그의 미첼은 정서적 고통으로 가득 찬 가상의 전쟁터에서 뼈가 굵은 하사관처럼 보입니다. 교활하고 강건하지만 그만큼 솔직하고 진솔합니다. 종종 그의 감정이 터져 나오는 순간을 지켜 보세요. 숨이 꽉꽉 막힙니다.

아시네 칸지안, 브루스 그린우드, 사라 폴리와 같은 에고이안 단골들이 보여주는 연기 역시 근사합니다. 이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보통 이상으로 복잡한 인물들이며 배우들 역시 완벽하게 캐릭터를 소화해냅니다. 특히 평범한 틴에이저에서 휠체어에 탄 매정한 운명의 여신으로 변신하는 폴리의 모습은 인상적입니다. (01/06/15)

DJUNA

기타등등

원작자인 러셀 뱅크스는 의사 역으로 잠시 모습을 비춥니다. 미첼의 딸로 나오는 캐산 뱅크스는 러셀 뱅크스의 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