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토니 스코트 Tony Scott

주연
덴젤 워싱턴....월터 가버
Denzel Washington....Walter Garber
존 트라볼타....라이더
John Travolta....Ryder
루이스 루스만....필 레이모스
Luis Guzmán....Phil Ramos
빅터 고이카이....바시킴
Victor Gojcaj....Bashkim
존 터투로....카모네티
John Turturro....Camonetti
제임스 간돌피니....시장
James Gandolfini....Mayor
마이클 리스폴리....존 존슨
Michael Rispoli....John Johnson
라몬 로드리게스....델가도
Ramon Rodriguez....Delgado

월터 가버

토니 스코트의 [펠헴 123]은 존 고디의 동명소설을 영화화 한 것으로 이 소설은 이미 1974년과 1998년에 극장용 영화와 텔레비전 영화로 각색된 적이 있죠. 전 둘 다 못 보았고 젊은 시절 로저 이버트가 쓴 1974년 영화의 리뷰만 읽었습니다. 읽고 나니 한 번 보고 싶더군요.

하여간 토니 스코트의 영화로 돌아가면, 이 이야기는 정체불명의 악당들이 뉴욕 지하철의 한 칸을 떼어내고 승객들을 인질로 잡으면서 시작됩니다. 만약 한 시간 안에 천만 달러를 배달하지 않는다면 인질들은 그후 1분에 한 명씩 살해당할 것입니다.

이 음모는 매혹적입니다. 일종의 밀실범죄지요. 그들의 위치는 드러나 있고 닫혀 있습니다. 언제든지 저격수의 표적이 될 수 있고 사방을 포위한 경찰로부터 달아나기도 힘들죠. 게다가 이 인질극의 리더 라이더에게는 뭔가 다른 계획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미스터리를 밑천 삼아 영화는 굉장히 멋진 페이스로 진행됩니다.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페이스인 것 같아요. 서스펜스 물에 거의 이상적으로 적응한 리듬과 속도감을 갖고 있지요. 단순히 리듬감만 좋은 게 아니라 다음에 어떤 것이 나올지에 대한 궁금함도 큰 몫을 하는 겁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영화가 보기만큼 시각적인 작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보면서 이 영화를 라디오극으로 각색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의 액션 대부분은 라이더와 우연히 그 날 배차원으로 일하다 그들과 맞서게 된 월터 가버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이 물리적 액션을 벌이는 건 영화가 거의 끝난 뒤이죠. 중간중간에 일어나는 액션도 구색맞추기의 흔적이 강합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정작 음모의 정체가 드러나고 본격적인 액션이 발생하는 순간부터 영화는 맥이 풀립니다. 뭔가 있을 것 같았던 악당의 정체는 별 것이 아니고, 음모 역시 그럴싸하긴 하지만 뭔가 빠진 것 같아 서운하며, 진행되는 액션에도 대단한 내용은 없습니다. 다시 말해 충분한 밑천없이 블러핑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요. 그 블러핑에 넘어가는 기분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좀 실망스럽죠.

그래도 워싱턴과 트라볼타는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 편입니다. 워싱턴의 경우 캐릭터도 썩 좋고요. 어쩌다보니 극단적인 상황에 빠진 적당히 현실적이고 적당히 인간적인 인물이죠. 후반부의 액션에 그의 캐릭터가 조금 더 확실하게 반영되었다면 블러핑의 후유증도 조금 줄어들지 않았을까요. (09/06/11)

DJUNA

기타등등

토니 스코트/덴젤 워싱턴 콤비의 네 번째 영화입니다. 그 동안 참 많이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