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리 프리들랜더 Lee Friedlander

주연
미셸 파라다이스....제니퍼 베이커
Michelle Paradise....Jennifer Baker
수잔 마라....샘
Suzanne Mara....Sam
제니퍼 가티....헤더
Jennifer Gatti....Heather
메건 카바나....크리스 #1
Megan Cavanagh....Chris #1
리 에버레트....조운
Lee Everett....Joan
안드레아 갈....아인슈타인
Andrea Gall....Einstein
카산드라 케이....크리스 #2
Kassandra Kay....Chris #2

9번 규칙

리 프리들랜더가 감독한 [열 가지 법칙 The 10 Rules (a Lesbian Survival Guide)]의 주인공 제니퍼 베이커는 풋내기 영화감독입니다. 친구 베스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은 제니퍼는 이 파티를 통해 두 가지 계획을 실행에 옮길 생각입니다. 하나는 막 커밍아웃을 했거나 레즈비언 세계에 진입한 초보 레즈비언들을 위해 레즈비언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사항들을 알려주는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래 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던 친구 헤더에게 자기 감정을 고백하는 것이지요.

"진짜 다큐멘터리니, 가짜 다큐멘터리니?" 파티에서 만난 제니퍼의 친구는 제니퍼가 지금 찍고 있는 작품에 대해 이렇게 묻습니다. 제니퍼는 "진짜 다큐멘터리야"라고 대답하지만 이 영화는 둘 다 아닙니다. 영화 속에서 제니퍼는 진짜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고 우기며 종종 카메라를 향해 이야기를 하지만 제니퍼의 옛 여자친구인 샘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카메라의 존재를 눈치채지도 못하거든요. 당연히 이 영화는 가짜 다큐멘터리의 자격도 잃죠. 그렇게 적극적으로 다큐멘터리인 척 하는 영화도 아니니까요.

이 영화의 주연 배우이자 각본가인 미셸 파라다이스가 이런 반 가짜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끌고 온 이유는? 그 형식이 농담의 내용과 맞기 때문이지요. 이 영화의 진짜 목적은 레즈비언 커뮤니티에 대한 고정관념과 스테레오타입들을 하나씩 열거한 뒤 농담거리로 삼는 것이거든요.

파라다이스는 영화 전체를 잘 알려진 레즈비언 데이트 법칙들로 채워넣습니다. "Old girlfriends never leave; they become best friends", "Long-term lesbian couples may look alike", "A true breakup is breakup #6 or 6 months"... 그리고 무시무시한 "Dyke drama. It is a reality." (영화는 어원이라며 Lesbosapphicus Dramaticus라는 라틴어 표현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답니다.) 제니퍼가 헤더에게 접근하려는 동안 겪는 다양한 일들은 모두 이 작은 지혜들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핑계입니다. 이 영화를 보며 진짜로 웃을 수 있는 관객들은 이미 그런 사실들에 익숙한 사람들이겠지만요.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아늑한 커뮤니티의 분위기입니다. 어떻게 보면 기술적으로 잘 다듬어지고 보다 능숙한 배우들이 나오는 [고 피시]처럼 보이기도 해요. 심지어 [고 피시]처럼 각본가가 주연이기도 하죠. 이 영화의 농담들도 그런 커뮤니티의 분위기 안에서 더 잘 이해될 수 있어요. 영화가 레즈비언/게이 영화제를 위해 디자인된 영화처럼 보이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친한 친구들을 모아놓고 하는 파티 같은 영화니까요.

[열 가지 법칙]은 '파워-업' 계열의 많은 단편들이 그런 것처럼 멀끔하게 잘 뽑혀나온 예쁘장하고 통속적인 코미디입니다. 빈정거릴 생각은 없어요. 가벼운 영화들은 진지한 걸작들만큼이나 중요하니까요. (03/07/08)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농담을 카산드라 니콜라오우의 단편 [Interviews with My Next Girlfriend]와 비교해 볼 수도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