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크리스찬 니비 Christian Nyby

주연
마가렛 셰리단....니키 니콜슨
Margaret Sheridan....Nikki Nicholson
케네스 토비....패트릭 헨드리 대위
Kenneth Tobey....Capt. Patrick Hendry
로버트 콘스웨이트....아서 캐링턴 박사
Robert Cornthwaite....Dr. Arthur Carrington
더글러스 스펜서....네드 스코트
Douglas Spencer....Ned Scott
제임스 R. 영....에디 다익스 중위
James R. Young....Lt. Eddie Dykes
듀이 마틴....밥
Dewey Martin....Bob
로버트 니콜스....켄 맥퍼슨 중위
Robert Nichols....Lt. Ken McPherson
윌리엄 셀프....반즈 병장
William Self....Corporal Barnes
제임스 아네스....괴물
James Arness....The Thing

외계인 발견

"우린 비행접시를 발견했어." 북극해의 얼음에 갇힌 둥글고 거대한 물체의 정체를 확인한 한 남자가 소년다운 흥분을 가득 담아 외칩니다. 지금은 굉장히 복고적으로 들리는 이 간결한 외침은 장르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네, 크리스찬 니비의 [괴물] 이전에도 SF 영화들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그 후 찬란하게 피어난 50년대 SF 장르의 부흥을 알리는 작품이라는 사실 역시 부인할 수는 없지요.

크리스찬 니비의 [괴물]이라고 했나요?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니비가 크레딧에 감독 이름을 달고 있지만, 이 영화는 사실 이 영화의 제작자인 하워드 혹스의 작품이거든요. 혹스는 [괴물]을 통해 SF 장르의 공식적인 할리우드 입성을 선언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편집자 출신인 신참 감독 니비를 대신해서 연출 반 이상을 맡아하기도 했습니다. 덕택에 이 작품은 혹스의 개성이 철철 넘쳐흐르는 작품이 되고 말았어요.

영화 이야기를 하죠. 이 작품은 남극에서 발견된 외계인과 지구인의 싸움을 다룬 존 W. 캠벨 주니어의 [거기 누구냐!]라는 중편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영화에서는 무대를 북극권으로 옮겼어요. 북극의 과학기지에서 외계인의 우주선이 발견됩니다. 기지 사람들은 우주선에서 얼음 속에 갇혀 있는 외계인의 시체를 가지고 오는데, 이 괴물이 그만 다시 살아나서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죠.

영화는 후에 나온 존 카펜터의 영화 [괴물]보다 더 자유로운 각색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원작에 있는 변신 외계인이라는 소재는 사라졌습니다. 이 영화의 외계인은 종족 번식이 무척 빠른 식물 인간입니다. 힘이 무지 세고 죽이기도 힘들지만 특별히 위협적인 느낌은 들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이상한 얼굴을 한 덩치 큰 남자에 불과하죠. 식물인간이라는 설정도 조금 희극적이고요.

아마 원작의 무시무시한 학살극이 혹스의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는 간결하고 낙천적인 액션의 전문가였으니까요. 이 영화에서는 타인에 대한 불신이라는 주제는 없습니다. 대신 외부에서 온 위협적인 존재들과 싸우는 전문가 집단의 단결이 새로운 주제로 등장하죠. [리오 브라보] 같은 그의 서부극들을 떠올리면 될 거예요. 그 때문인지 영화의 분위기가 상당히 밝습니다.

덕택에 냉전 공포증의 영향은 비교적 적습니다. 그러나 그런 공포증의 결여 때문에 [인베이션 오브 바디 스내처즈]가 가진 서늘한 공포도 없다고 할 수 있어요. 외계인과 의사 소통을 시도하는 순진한 과학자를 방해물로 놓고, 외계인을 처단하려는 무뚝뚝한 미군 장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게 좀 거슬리긴 하지만요. 이 영화는 그냥 빠르고 경쾌한 구식 저예산 액션 영화입니다.

특수 효과는 약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외계인을 아주 조금만 보여주기 때문에 별 상관이 없을 듯 해요. 영화는 보이지 않는 적을 간접적으로 묘사하며 상당히 그럴싸한 분위기를 창출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발 루튼 영화들처럼 시적이고 은밀한 공포를 제공하는 정도는 아닙니다. 오히려 괴물의 부재는 종종 액션의 힘을 깨놓는 것 같아요.

[괴물]은 [인베이션 오브 바디 스내처즈]처럼 지금까지도 강렬한 힘을 과시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러기엔 비슷비슷한 영화들이 너무 많이 나왔고 현대 SF/호러 영화들의 자극성에 밀리는 경향이 강하죠. 하지만 영화사적 가치는 여전히 높고 50년대 SF의 한계를 슬쩍 접고 본다면 상당히 좋은 액션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그 유명한 협박조의 외침("Watch the skies!")만큼 50년대 SF 영화를 잘 표현한 경구가 또 어디 있겠어요? (02/05/17)

DJUNA

기타등등

영화를 보다보면 십 여 명이나 되는 장정들이 사람 모습을 한 채소 하나를 때려잡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게 납득이 안되기도 한답니다. 제가 보기엔 별로 공정한 게임 같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