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벤 볼트 Ben Bolt

주연
조디 메이....가정교사
Jodhi May....Miss
팜 페리스....그로스 부인
Pam Ferris....Mrs. Grose
콜린 퍼스....고용주
Colin Firth....The Master
조 사워버츠....마일즈
Joe Sowerbutts....Miles
그레이스 로빈슨....플로라
Grace Robinson....Flora
제이슨 솔키....피터 퀸트
Jason Salkey....Peter Quint
캐롤라인 페그....미스 제셀
Caroline Pegg....Miss Jessel

가정교사

벤 볼트의 [나사의 회전]은 헨리 제임스의 동명 고전 중편 소설을 각색한 텔레비전 영화입니다. 줄거리는 다 아실 테니 내용 생략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하지요.

닉 디어의 각본은 원작의 스토리 전개는 그대로 따라가는 편입니다. 가정교사가 고용되고 유령들이 나타나고 애가 하나 죽지요. 하지만 디어의 각본은 대사와 디테일 묘사까지 원작에 충실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죠. 대사들은 대부분 새로 쓰여졌고 교회 묘사나 미스 제셀의 자살 장면처럼 원작에는 없는 부분들도 많이 삽입되었습니다. 심지어 '나사의 회전'이라는 제목에도 다른 의미를 넣어주고 있지요. 그 결과는? 나쁩니다. 그 바뀐 대사들이나 디테일들이 원작의 이야기에 대단한 무언가를 더해주는 일은 없거든요. 그들은 그리스 조각상에 입힌 턱시도처럼 어색하고 불필요합니다. 스토리의 집중력도 떨어지고요.

캐릭터 묘사에 대해서도 동의 못하겠습니다. 디어는 가정교사를 광신자인 목사의 딸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조디 메이가 연기한 가정교사는 뻣뻣하고 쉽게 화를 내며 지나치게 예의를 차리고 한마디로 좀 재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펫시 켄시트의 가정교사와 비교해도 더 불쾌할 정도죠. 물론 가정교사가 그런 인물이 아니라는 법도 없습니다. 원작을 해석하는 건 각색자의 자유죠. 하지만 그런 묘사가 이야기의 몰입에 방해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이들의 경우도 묘사가 그렇게 잘 되었다고 할 수는 없어요. 특히 마일즈는 소년보다는 꼭 중년 아저씨처럼 말하고 행동합니다.

벤 볼트는 이 영화에서 호러물의 요소들을 몽땅 지워버렸습니다. 유령들은 보통 사람들처럼 집안을 들락날락하고 마지막 결전도 햇빛 찬란한 대낮에 일어납니다. 아마 호러물보다는 정통적인 문학각색물로 만들 생각이었나 보죠. 하지만 제임스의 소설에서 고딕소설적인 면을 몽땅 지워버리면 도대체 뭐가 남는다는 건지요? 아무리 [명작극장] 에피소드로 만들려고 해도 여전히 유령들은 나옵니다. 그렇다면 그 유령들과 그 유령들이 만들어내는 공포에 신경을 써 주는 것이 예의죠. 그렇다고 공포와 고딕 로망스가 사라진 빈 자리에 뭐가 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그렇게 충실한 각색물도 아니거든요.

조디 메이의 캐스팅은 이상적입니다. 아마도 제가 생각하는 가정교사의 이미지에 가장 맞을 거예요. 연기도 좋고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사람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그렇게까지 몰입이 쉽지 않습니다. 도입부에 잠시 등장하는 콜린 퍼스의 이미지는 그럴싸하지만 가정교사가 고용주에게 품고 있는 연정이 스토리에 영향을 거의 끼치지 않으니 낭비되었다고 해야겠지요. 플로라 역의 그레이스 로빈슨은 귀엽지만 조금 심술맞은 요정 같은 얼굴이라 이 캐릭터에 필수적인 순진무구한 위장이 결여되어 있군요. 마일즈 역의 조 사워버츠는 마일즈보다는 [올리브 트위스트]의 아트풀 도저에 더 어울리는 외모입니다. 피터 퀸트 역시 하인 계급 바람둥이 남자의 불쾌한 느낌이 없습니다. 단지 캐롤라인 페그의 미스 제셀은 그럴싸했습니다. 적절한 연출이었다면 더 효과적이었을 거예요. (06/07/31)

DJUNA

기타등등

EBS 방영분은 1.66:1의 레터박스였지만 사실 1.33:1의 화면을 억지로 누른 것이더군요. 보면서 굉장히 불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