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루이스 알렌 Lewis Allen

주연
레이 밀런드....로더릭 피츠제럴드
Ray Milland....Roderick Fitzgerald
루스 허시....파멜라 피츠제럴드
Ruth Hussey....Pamela Fitzgerald
게일 러셀....스텔라 메레디스
Gail Russell....Stella Meredith
도널드 크리스프....비치 중령
Donald Crisp....Commander Beech
코넬리아 오티스 스키너....할로웨이 양
Cornelia Otis Skinner....Miss Holloway
도로시 스틱니....버드 양
Dorothy Stickney....Miss Bird
바바라 에버레스트....리지 플린
Barbara Everest....Lizzie Flynn
앨런 네이피어....스코트 박사
Alan Napier....Dr. Scott

0.

[The Uninvited]를 적절하게 옮길 수 있는 역어가 있으면 좋을텐데 유감스럽게도 생각나는 게 없군요. [불청객]은 어떨까 생각해봤지만 원제의 분위기가 전혀 살지 않고 의미도 제한적입니다. 표기가 거슬리긴 하지만 그냥 이대로 쓰는 게 낫겠어요.

1.

런던에서 콘월의 작은 마을에 놀러온 로더릭과 파멜라 남매는 절벽 위에서 서 있는 낡은 저택을 발견하고 한 눈에 매료됩니다. 남매는 거의 충동적으로 집을 사들이지만 곧 저택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집에서 기르는 개는 2층에 올라가지 않으려 하고 방 어딘가에는 찬기가 흐르며 동이 틀 무렵에는 여자의 흐느끼는 울음 소리가 들립니다. 저택의 비밀을 캐던 남매는 10여년 전에 저택에 있었던 멜로드라마틱한 살인과 죽음에 대해 알게 되고...

2.

[The Uninvited]는 한동안 헐리웃에서 만들어진 가장 훌륭한 유령 영화로 알려져 왔습니다. 요샌 [샤이닝]이나 [더 헌팅]같은 영화들에 비해 그 명성이 퇴색한 듯한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잘 만든 클래식 헐리웃 영화임은 분명하죠.

그러나 이 친숙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이상하게 낯선 느낌이 듭니다. 영화가 놀라울 정도로 센세이셔널리즘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이지요. [The Uninvited]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면서도 그 다루는 방식은 지극히 이성적이고 차분합니다.

[The Uninvited]는 의도적으로 영화를 호러로 끌고 가지는 않습니다. 찰스 랭의 흑백 화면은 종종 근사한 구식 호러 분위기로 영화를 끌고 가지만 드라마를 가로 막을 듯 싶으면 호러 분위기는 가차없이 사라집니다. 게다가 몇몇 부분에서는 의도적으로 호러를 멀리하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유령과의 최종 대결 이후 씩 웃는 로더릭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어요.

[The Uninvited]는 의식적인 호러라기보다는 유령을 소재로 삼고 있는 멜로드라마 + 추리물입니다. 물론 잘 만들어진 멜로드라마 + 추리물이지만요.

3.

이 영화가 과연 발 루튼의 영향을 받았을까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당시는 루튼 영화의 전성기였으니까요. 특수 효과의 절제, 빛과 어둠의 활용같은 것들은 루튼의 영화들과 상당히 닮았거든요.

그렇다고 이 영화가 루튼 식 순수함으로 일관하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에 유령은 서너 번쯤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특수 효과가 아주 그럴싸해서 요새 봐도 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요. 그렇게 기술적으로 복잡한 특수효과를 쓴 것은 아니지만요.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야무지게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스토리와 완벽한 해피 엔딩과 같은 것들이 류튼의 영화와 떨어져 있습니다. 그 때문에 덜 호러 분위기가 나기도 하고요.

4.

레이 밀런드는 좋습니다. 주제와 분위기에 성실하면서도 종종 끼어드는 유머를 무리없이 삽입할 줄 알고요. 게일 러셀(이 영화는 러셀의 첫 주연작입니다)의 풋풋한 아름다움을 보는 즐거움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스키너와 크리스프도 인상적인 조역이고요.

이 영화을 보고 있노라면 [유령과 뮤어 부인]이 자꾸 떠오릅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모두 영국 해변에 선 유령 나오는 집이 무대이고, 두 영화의 촬영 기사 모두 모두 찰스 랭이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유령과 뮤어 부인]이 더 좋지만, [The Uninvited]도 좋습니다. 하여간 랭의 촬영은 이 영화의 진짜 공신입니다.

빅터 영의 음악은 호러에 그렇게 어울리는 것 같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설명적이고 가끔 너무 밝아지는 그의 음악은 종종 영화의 분위기를 깨뜨립니다. 하지만 영화에 삽입된 감상적인 피아노 음악 [Stella by Starlight]은 히트작이었죠.

5.

루이스 알렌 감독은 1년 뒤, [The Uninvited]의 주연인 게일 러셀을 기용해서 비슷한 종류의 유령 영화인 [The Unseen]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만큼 성공적인 작품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99/11/12)

DJUNA

기타등등

자꾸 크리스티의 [움직이는 손가락]이 떠오릅니다. 설정이 꽤 닮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