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주제페 토르나토레 Giuseppe Tornatore

주연
크세니야 라포포르트....이레나
Kseniya Rappoport....Irena
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도나토 아다케르
Pierfrancesco Favino....Donato Adacher
알레산드로 아베르...포터
Alessandro Haber....Porter
클라우디아....제리니....발레리아 아다케르
Claudia Gerini....Valeria Adacher
미켈레 플라치도....무파
Michele Placido....Muffa
피에라 델리 에스포스티....지나
Piera Degli Esposti....Gina
클라라 도세나....테아 아다케르
Clara Dossena....Tea Adacher

이레나

[언노운 우먼]을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스터리로 시작됩니다. 이레나라는 우크라이나 여자가 트리에스테 도시의 한 아파트 주변을 돌면서 일자리를 찾습니다. 간신히 아파트의 청소부로 취직한 그녀는 아다케르라는 보석상 부부의 집에 눈독을 들이다가 그 집 가정부를 슬쩍 처리해버리고 그 집 안으로 들어가죠. 집에 들어간 이레나는 그 집 딸 테아에게 특별한 관심을 쏟는데 그 이유 역시 미스터리의 일부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주제페 토르나토레가 미스터리를 유지하는 방식입니다. 미스터리는 정적이고 서스펜스는 동적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는 이 영화에서 미스터리를 최대한 동적으로 뽑아냅니다. 사실 이레나의 미스터리 절반 정도는 관객들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토르나토레는 이레나를 아주 전통적인 멜로드라마 주인공으로 만들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는 그 평범한 이야기를 훨씬 흥미진진하게 보여줍니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플래시백의 활용이지요. 그는 이레나의 과거를 보여주는 짧은 플래시백을 마치 공습이라도 하는 것처럼 중간중간에 쏘아대는데, 대부분 연대기 순으로 뒤섞여 있고 과거를 완전히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그러는 동안 관객들의 호기심과 조바심은 조금씩 증폭하지요.

미스터리로서 영화는 정직한가요? 공평한가요?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아마 꼼꼼한 관객들이라면 토르나토레가 제공한 구멍난 정보들을 이용해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겁니다. 그 새로운 이야기를 따라간다면 영화의 의미가 전혀 다른 것이 될 수도 있지요. 전 이게 나쁘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미스터리의 해답이 늘 완벽하게 짜여진 것이 될 필요는 없지요. 일단 재미있으니까요.

순수한 서스펜스물로서 영화는 미스터리보다 덜 재미있습니다. 다시 말해 미스터리가 만들어내는 서스펜스가 순수하게 서스펜스용으로 짜여진 장면들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순수한 서스펜스 장면들, 그러니까 이레나가 방을 청소하는 척하면서 그 집의 특정 비밀을 발견하는 장면 같은 것은 너무나도 교과서적인 서스펜스 창출 방식을 따르고 있어서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서스펜스물보다 멜로드라마가 더 강한 영화입니다. 이레나는 전형적인 여성수난사의 주인공이죠. 젊고 예쁜 우크라이나 출신 여자가 이탈리아 매매춘 사업에 말려들면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 생생하게 보여주죠. 그녀를 연기하는 크세니야 라포포르트는 멜로드라마에 좋은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감출 건 감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속에 있는 감정이 다 드러나는 얼굴이지요. 그에 비하면 주변 인물들은 별 재미가 없습니다. 특히 최종 악당 무파(몰드)를 그렇게 단순한 인물로 만든 건 실수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레나를 중심으로 한 정서적 흐름은 강렬하고 영화는 끝까지 그 멜로드라마의 감수성을 잃지 않습니다.

모든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후반부를 그렇게 좋게 보고 싶지 않군요. 역시 너무 정통적이예요. 히치콕 영화로 흘러가던 작품이 갑자기 사회파 영화로 빠지는 느낌입니다. 어차피 우린 이레나가 속해 있는 세상에 대해 충분히 알았으니 이렇게 우직한 방식으로 정리할 필요는 없었다고 봐요. (09/06/15)

DJUNA

기타등등

생각해보면 이레나도 참 엄청난 민폐 캐릭터입니다. 아무리 고생을 심하게 한 불쌍한 사람이라도 그 사실 자체는 바뀌지 않죠.